[박수찬의 軍]잠수함 승조원들은 왜 종합비타민을 갖고 다닐까
해군 214급 잠수함 `유관순함`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이 바로 종합비타민이다. 여러 가지 필수 비타민들을 알약 하나만으로 모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규칙적인 식사, 고기와 술을 많이 섭취하는 불균형적인 식습관, 일정하지 않은 수면시간 등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종합비타민을 통해 면역력 유지와 피로회복 등 건강에 필수적인 부분들을 지켜나가고 있다.
해군 최정예 요원들이 탑승하는 잠수함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종합비타민이 ‘선택’의 영역이라면 잠수함 승조원들은 생존을 위한 ‘필수’라는 점이 다르다.
◆ 잠수함 장병들의 최대 적은 ‘괴혈병’
옛날부터 장거리 항해에 나서는 뱃사람들을 가장 괴롭혔던 병이 바로 ‘괴혈병’이었다.
잇몸 출혈, 치아 손실, 관절 통증 등의 증세를 수반하는 이 병은 ‘대항해 시대’ 뱃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기도 했다.
수천년 동안 뱃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던 괴혈병의 치료 방법이 처음 알려진 것은 18세기 후반이다. 긴 항해를 떠난 영국 배에 사워크러우트(Sauerkraut : 양배추를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와 감귤을 실었는데 선원들이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선원들이 괴혈병에 걸리는 것은 비타민 C의 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괴혈병은 차츰 그 위세를 잃게 됐다.
하지만 잠수함이 군사적 용도로 널리 쓰이면서 괴혈병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장기간 바다 속에서 지내다보니 햇빛을 보기 어렵다. 적재공간이 부족해 체소와 과일을 많이 싣지 못하며, 보관 기간도 1주일 정도로 짧다. 오래된 채소와 과일은 신선도가 떨어져 섭취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잠수함 승조원들은 비타민 부족이 늘 야기된다.
햇빛을 보지 못할 경우 비타민 D의 생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구루병, 골연화증의 원인이 된다. 비타민 D은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고, 골밀도 증가, 신경근육 조절, 면역력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뼈에 이상이 오고, 신진대사도 원활하지 않다.
비타민 B6의 부족은 피로와 우울감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식사를 하며 토의를 하는 미 해군 잠수함 장교들.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잠수함 승조원은 미국, 러시아 등 핵잠수함뿐이며 대부분의 재래식 잠수함은 채소와 과일 섭취가 제한된다.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의 시각적응을 돕는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잠수함 작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를 막으려면 하루 10~20분 정도 일광욕을 하고 충분한 양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야 하지만, 식수도 부족한 잠수함 승조원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 종합비타민은 승조원 생명선
이러다보니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종합비타민은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이다.
때문에 환태평양해상훈련(RIMPAC) 같은 장거리 항해나 훈련을 앞두고 있으면 동료와 가족들로부터 비타민 선물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잠수함 함장들도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질병 가능성을 경계하며 장거리 항해 준비를 한다. 햇빛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해야 하지만, 잠수함의 현실 상 어렵기 때문에 승조원이 피부병에 걸려 가려움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타민 부족으로 야기되는 또 다른 위험은 우울감이다. 비타민 B6가 부족할 경우 피로와 우울감에 시달리기 쉽다.
특히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햇빛 없이 장시간 머무르게 되면 승조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어두운 바닷속에서 소리에만 의존해 항해해야 한다는 부담과 수압에 대한 두려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승조원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출항 준비를 하는 해군 209급 잠수함 승조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운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체력을 단련하지만, 좁은 잠수함에서는 그마저도 어렵다. 항해 중 하루에 걷는 운동량은 1200~1500보로 1km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활동량이 급감한다.
내부 공간이 비좁다보니 스트레칭이나 팔굽혀펴기 등 제자리에 서서 하는 운동 외에는 하기 어렵다. 운동을 많이 할 경우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증가하고 먼지가 발생해 다른 승조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승조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초적인 맨손운동을 한다.
항해를 하지 않는 기간에는 매일 1~2시간씩 체력단련을 한다. 이 때는 웨이트트레이닝, 축구, 농구, 달리기, 배드민턴 등을 즐긴다.
이외에도 식단에 마른 멸치를 포함시켜 골연화증이나 골다공증을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일보]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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