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F-15K·KF-16' 공군 전투기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KF-16 조종사에게 헬멧을 넘겨주는 공군 정비사.
하늘을 날며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의 전투기들을 설명하는 기사나 뉴스를 보면 ‘이 비행기의 이름은 무슨 뜻일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F-15K, KF-16, E-737, C-130J 등 언뜻 보면 전자제품 코드번호와 유사한 이름들은 사람들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전투기의 이름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간단한 법칙과 특성을 파악하고 있으면, 해당 전투기의 성능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정식 명칭과 별도로 쓰이는 애칭을 함께 알고 있으면 이해하기 훨씬 쉽다.
◆ 공군기 알파벳은 임무 특성 표현
공군기의 정식 명칭은 F-15K처럼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숫자 앞의 알파벳은 항공기의 임무를 나타낸다. F는 전투기(Fighter), E는 전자전기(Electronic), A는 공격기(Attack), B는 폭격기(Bomber), C는 수송기(Cargo), T는 훈련기(Trainer)를 뜻한다.
숫자 뒤에 붙는 알파벳은 해당 항공기의 성능 개량 수준을 말해준다. F-4E는 F-4D보다 더 많은 성능개량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예외도 있다. F-15K에서 K는 개량 순서가 아니라 한국(Korea)의 요구에 맞게 성능을 개량한 F-15 전투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KF-16의 K는 미국제 F-16 전투기를 한국에서 면허 생산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F-15K 조종사들.
반면 러시아는 서방과 달리 항공기 설계자들을 기념하는 의미의 이름을 쓰고 있다.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9의 경우 항공기를 설계한 미코얀(Mikoyan)과 구레비치(Gurebich)가 공동으로 설립한 미그(MIG) 설계국 이름에서 유래했다.
수호이(SU)와 일류신(IL), 야코블레프(YAK) 등도 항공기를 설계한 사람의 이름이 반영된 경우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항공기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고 있다.
KT-1 초등훈련기는 한국이 처음으로 개발한 훈련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T-50 고등훈련기는 공군 창설 5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 애칭으로도 항공기 특성 알 수 있다
모든 항공기는 정식 명칭 외에도 애칭을 가지고 있다. 딱딱한 정식 명칭보다 이해하기 쉽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애칭은 항공기의 특성을 대표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전투기의 경우 하늘을 나는 새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용맹하고 날쌔며 사나운 새의 이름이 널리 쓰인다.
F-15K의 애칭은 ‘전승을 달성하는 하늘의 절대강자’라는 의미인 ‘슬램 이글’(Slam Eagle)이다. 용맹하고 사나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독수리는 수많은 실전을 통해 기록적인 전과를 올린 F-15에 잘 어울리는 애칭으로 평가받는다.
KF-16 전투기.
F-16의 애칭은 매를 의미하는 ‘파이팅 팰콘’(Fighting Falcon)이다. 매는 독수리보다 작지만 빠른 속도로 먹이를 사냥한다. F-15보다 작지만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F-16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미 공군이 조류의 이름을 많이 쓰는 것과 달리 미 해군 항공대는 고양이 이름을 항공기에 붙인다.
영화 ‘탑 건’에 등장해 유명해진 F-14 ‘톰캣’(Tomcat)은 수고양이를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의 ‘제로센’ 전투기와 치열한 공중전을 펼쳤던 F-4F ‘핼켓’(Hellcat)은 지옥의 고양이라는 뜻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 해군 항공대가 고양이 이름을 선호하는 것은 좁은 항공모함 갑판에 항공기가 착함하는 모습이 고양이가 뛰어내리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물 외에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F-2 ‘벤쉬’(Banshee, 여자유령)나 F-35 ‘라이트닝 2’(Lightning, 번개) 등이 대표적이다.
RF-4C 정찰기. F-4 전투기를 정찰형으로 개조한 항공기다.
항공기의 기계적 특성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미 공군과 해군 항공대는 물론 전 세계에서 5000여대가 운영된 F-4 ‘팬텀’(Phantom)은 엔진에서 나오는 소리가 찢어지는 듯 날카로워 도깨비나 유령이 내는 소리와 같다는 평가에서 유래했다. 항공기 후방에서 바라본 F-4의 꼬리모양이 유령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냉전 시기 미국이 개발한 경전투기 F-5는 미국을 지지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제공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레이더도 없는 저성능의 전투기였지만 구조가 단순해 정비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미국은 F-5에 ‘자유의 투사’(Freedom Fighter)라는 이름을 붙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수천대를 공급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라팔’, ‘타이푼’, ‘토네이도’처럼 정식 명칭이 애칭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일보]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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