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덮은 위장슈트… 수풀 헤치며 낮은 포복… 저격수 호흡조차 ‘정조준’
최정예 저격수양성 현장을 가다
본지 안승회 기자 육군특수전교육단 저격수 기본과정 교육 체험기
지난 23일 오전 10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경기도 광주시 육군특수전교육단(이하 특교단) 훈련장. 기자는 저격수 기본과정 교육을 체험하기 위해 주위가 수풀로 우거진 이곳을 찾았다.
“고개 들지 마십시오. 동작이 너무 큽니다!”
적 근접 상황을 가정해 위장 기동을 하던 기자가 방심하고 고개를 든 사이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안면 위장을 했지만 빛이 얼굴에 반사돼 적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고개를 거의 땅에 붙이고 양옆의 시선으로만 이동해야 한다는 게 교관의 설명.
찌는 듯한 더위에 온몸을 덮는 길리 슈트(Ghillie suit: 위장복)를 입고 수풀 사이에 몸을 감춘 기자의 얼굴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7㎏이 넘어가는 K14 저격소총을 들고 얼굴이 땅에 닿을 듯한 자세로 엎드려 기어가자 숨이 턱 막혔다.
7㎏ 소총 들고 산악 이동 ‘체력 필수’
위장·사격 자세·조준·호흡은 ‘기본’
말을 하면 조준 흐트러질 가능성 커
적 발견하면 어깨 지그시 눌러 신호
본지 안승회(오른쪽) 기자가 길리 슈트를 입고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K14 저격소총의 조준경으로 목표물을 조준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악조건 속 임무 완수 비결은 반복 훈련뿐
인적이 드문 건물 옥상에서 멋지게 저격소총을 꺼내 멀리 떨어진 적을 제거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영화 속 저격수만을 생각하고 호기롭게 사무실을 나선 기자는 ‘아차’ 싶었다. 실제 교육에서는 생각과 달리 고된 체력 훈련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저격수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체력입니다. 무거운 저격용 소총을 들고 산악지형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죠. 작전에 따라서 하루 이상 움직이지 않고 매복 자세를 유지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저격 이후에는 신속한 탈출이 매우 중요한데 이 역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커지죠.” 저격교관의 말이다.
교관은 이어 정확한 사격 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흔히 저격용 총과 조준경을 이용하면 쉽게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시 상황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알 수 없고 기상의 제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움직이는 표적을 정확히 저격해야 하기 때문에 바람은 물론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야 하고, 목표물까지의 거리도 직접 계산해야 하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임무를 완수하려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기자는 체력훈련을 하고, 위장·사격자세·조준·호흡·격발·추적 등 저격수가 갖춰야 할 기본 기술을 배운 후, 저격수 역할을 맡아 관측수와 함께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특교단 저격수 기본과정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위장한 채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600m 떨어진 적 지휘관 표적 명중
“전방 600m 지점 적 지휘부 차량 발견. 40㎞/h 속도 우측으로 이동 중.”
고배율 관측경을 통해 가상의 적을 발견한 관측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관측 내용을 알렸다. 조준경을 통해 목표물을 확인한 기자는 입을 여는 대신 왼쪽 손으로 관측수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확인 신호를 보냈다. 말을 하면 안면근육이 움직여 조준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관측수의 어깨에 올린 K14 저격소총의 총열이 흔들리지 않게 집중했고 왼손으로는 어깨받침쇠를 꽉 쥐었다.
“준비되면 발사.” 관측수가 발사 신호를 보냈다. 기자는 십자선을 조준경의 원 중앙에 맞춰 조준선을 정렬하고 표적의 중심부에 조준선 정렬된 십자선을 위치시켰다. 움직이는 목표를 계산해 십자선을 살짝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잠시 호흡을 멈추고 온 신경을 목표에 집중했다. 몸의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오른쪽 검지만을 서서히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구를 빠져나간 실탄이 적 지휘관을 명중시키는 가상의 상황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본지 안승회(오른쪽) 기자가 관측수 어깨를 지지대 삼아 K14 저격소총을 고정하고 조준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최정예 요원 양성 위한 특교단의 노력
이날 기자가 체험한 훈련은 저격수 기본과정 교육이었다. 특교단이 27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총 3주에 걸쳐 진행한 이번 교육은 ▲주·야간 원거리 정밀사격능력 구비 ▲우발상황조치 및 전술적 운용능력 숙달 ▲저격용 소총 및 부수 장비 운용 능력 숙달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교육생들은 그동안 저격수 개론, 사격술, 전투기술 및 전술적 운용, 야외종합전술훈련 과목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교육을 받으며 정예 저격수로 거듭났다. 이들은 각 부대로 돌아가 직접 저격수 임무를 수행하거나 저격수를 양성하는 교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홍태(중령) 특교단 전술학처장은 “저격수는 일선의 적 지휘관을 저격, 사살함으로써 지휘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에 전쟁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 특교단은 최정예 저격 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일보]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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