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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후의 발전기 - 병원선에서 만난 H소위와 인민여배우

머린코341(mc341) 2016. 8. 14. 16:26

휴전후의 발전기 - 병원선에서 만난 H소위와 인민여배우

 
  처음으로 지상에 공개되는 이 특별한 화제의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H소위는 현재 북구라파(스웨덴) 소속 평통자문위원으로 있는 한정우(韓晶遇)씨 바로 그 분이며 인민여배우로 등장이 되는 여주인공은 도솔산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한 소위가 파편 제거수술을 받은 해군병원선(부산)에서 간호보조원으로 보호를 받고 있던 20세 가량의 북한 탈출 난민으로 자신의 신분을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여배우'라고 밝힌 미모의 여인이었다.


  그런데 병원선에서 그녀를 처음 대하게 된 한 소위(해간 3기)는 그녀의 미모에 매료가 된 나머지 파편 제거수술 담당군의관인 심구복 소령(병원선 원장)에게 그녀의 신상에 관해 알아본 결과 그녀가 남으로 탈출한 북한인민여배우라고 하자 그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 어떻게 해서든지 저 여인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조급한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의 그런 생각 속에는 사고무친의 저 여자를 내가 돌봐 줘야지 하는 일종의 의협심과 순수한 연민의 정도 깃들어 있었지만 행여 저 여자의 신상에 돌발적인 변화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리, 말하자면 누군가가 저 여자를 가로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가 더 강하게 작용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굳히게 되었는데, 그 때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나 그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듯이 말한 한 간호장교가 있었으나 그의 결심을 막지는 못했다. 당시 그 병원선에는 해군간호장교 1기생인 이완숙 소위와 편남분 소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중 편남분 씨는 고인이 되고 해외로 이민 간 이완숙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볼 길이 없다.


  한편 결심을 굳힌 한 소위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예편부터 먼저 해서 복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일만은 자신의 결심만으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1. 2급 중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령부의 입장으로서는 간부후보생 교육기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유능한 초급장교들을 해병학교의 교관요원으로 확보해야 할 입장이었으므로 그러한 문제가 장애요인으로 등장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심구복 소령에게 매달린 끝예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심 소령이 한 소위의 청을 뿌리치지 않고 성사가 되게끔 도와 준 것은 "혈혈단신으로 남하한 저 여자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질테니 제발 나를 군에 붙잡아 두지 말고 내 보내달라"며 간청을 한 자신의 용기 있는 휴메니즘에 감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정우 씨는 술회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해(1951년) 연말 퇴원과 동시에 예편을 하게 된 한 소위는 그녀를 양친과 조모에게 상면시키고 결혼을 허락을 받으려 했으나 완고한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독립을 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서산(부모의 고향)으로 내려가 그녀와 동거생황을 하며 그곳 농고 교사로 취직하여 약 1년 간 교직생활을 하다가 복학을 위해 상경, 집안 어른들에게 다시 한 번 결혼승낙을 받으려고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완고한 가정이란 것을 안 그녀 스스로 물러설 결심을하여 운명적인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 때 두 사람 사이에는 갓 태어난 여아 하나가 있었으며, 그 여아를 둔 채 한정우 씨와 헤어졌던 그 여인은 그 후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한편 그녀와 헤어진 후 모교(서울대 철학과)에 복학하여 조교가 되었던 한정우 씨는 전북대학교와 문교부의 후원으로 그의 제씨(한영우 씨 ·의사)가 진출해 있던 스웨덴으로 유학(통계학 전공), 스톡홀름대 법대생 길깃다 씨(현재 스웨덴 고등법원 판사로 재임 중)와 결혼을 하게 되어 결국 그 나라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그 여배우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아이(한기숙)가 조모의 뒤바라지로 풍문여고를 졸업하자 그를 스웨덴으로 유학시켜 내과전문의가 되게 했고, 여의사가 된 그 한기숙 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자신의 생모 뿐 아니라 그 생모가 낳은 아버지가 다른 동생들과도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다고 한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선배님의 저서 '海兵隊의 傳統과 秘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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