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용기 심어준 HA/DR 작전
최호재 대위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손자 같은 해병대 장병들이 도와주니 용기가 생겼네요. 정말 고마워요.”
태풍 ‘차바’가 뿌린 비로 가옥이 절반 이상 침수돼 큰 피해를 본 경주시의 한 할머니가 우리의 복구작업으로 그 윤곽이 드러나자 건넨 한마디였다.
그들에게 해병대가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준 것일까? 복구작업 첫날 무심한 듯 지속하던 빗방울이 그치고 하늘엔 무지개가 피었다. 중대원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보람에 찬 눈빛이 눈에 선하다.
하루는 경주 양남면 수렴리에서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으로 복구작업을 갔다. 할머니 나이만큼 오래된 담벼락은 흘러내린 토사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할머니는 혼자서 본인 키만 한 삽을 가지고 힘겹게 토사를 걷어내고 계셨다. 우리가 조용히 다가가 할머니의 삽을 대신 잡으며,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날이 새더라도 다 끝내고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그제야 삽을 건네주시며 옅은 미소와 함께 우리를 쳐다보셨다.
할머니의 미소 속에서 신현준 초대 해병대 사령관께서 말씀하신 ‘적에게는 사자와 같이, 국민에게는 양과 같이’의 의미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의 HA/DR(Humanitarian Assistance/Disaster Relief: 인도적 재해·재난 구조) 작전의 거시적 의미를 깨닫는 기회가 됐다.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모든 복구작업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우리를 환한 미소로 배웅해주는 지역주민들을 보며, 해병대 장교로서 이토록 보람된 작전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람을 좇아 임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수해 복구작전을 통해 해병대 신속기동부대가 ‘국민과 함께하는 해병대의 DNA’를 이어가기 위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HA/DR 작전의 최종 목표가 절망과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의 마음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늘도 우리 해병대 신속기동부대는 언제 어디서나 국가와 국민이 명령하면 출동할 준비가 돼 있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파이팅!
[국방일보]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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