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 승리하는’해병대 정신을 배우다
엄 태 현 소위 해병대 교육훈련단 보병초군반
보병 초등군사반(초군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며 실무에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어느 정도 쌓았다고 자신했을 때, 나는 이번 지휘실습에서 경험 없는 지식의 한계를 체험했다.
첫 ‘실무’는 지난 4년간의 생도 생활과 임관 이후 소대장이 되기 위해 초군반에서 고군분투하며 배웠던 모든 지식이 헛수고에 불과했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동안 터득한 이론과 지식은 실무를 이해하는 기준과 표준이 됐고, 내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게 됐다.
실무는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갈림길이었지만, 지금까지 초군반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은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이정표’임을 깨달았다.
초군반에서는 ‘정예 보병 소대장 육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따라 소부대 전투 위주의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졌으나 최전방에서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6여단에서는 경계작전 중심의 지식과 사고가 요구됐다.
‘서북도서 절대 사수’라는 사명하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6여단은 간·만조 시간과 그에 따른 귀순 및 침투 취약시간 등 해안경계와 관련된 요소를 종합해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경계작전을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해안경계에 요구되는 제반 지식과 개념, 그리고 복잡한 초소운영 방법 등 모든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특히 한 번의 실수가 적의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최전방에서 나의 무지로 인해 국가의 운명과 부하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 됐다.
지휘실습을 통해 나는 임관과 초군반 수료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내가 부임할 부대에 관해 끊임없이 연구해 완벽한 경계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더불어 지휘실습은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해병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실습 동안 소대원들과 함께 초소근무를 체험하고, 해안탐색작전을 수행하며 낮과 밤이 뒤바뀌고 반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해병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토로하는 고충을 들으며 소대장으로 부임하게 되면 합리적인 근무표 작성, 진정한 소통 등 부여된 권한 내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소대장이 될 것을 약속했다.
곧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할 소대장으로서 그동안 준비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 정신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국방일보]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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