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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안 → 도발 → 압박' 악순환…"자주국방 비상플랜 짜야"

머린코341(mc341) 2017. 8. 3. 13:19

'대화 제안 → 도발 → 압박' 악순환…"자주국방 비상플랜 짜야"


北핵-미사일 인질 현실화
"베를린 구상은 장기 과제…지금은 제재·압박 집중, 한국형 아이언돔 구축을"
`공포의 균형` 핵무장 주장도


◆ 北 ICBM 도발 대응 ◆


격랑에 휩쓸리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문재인정부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으로 물러나지 않기 위해서는 대북정책 기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 제안→북한 도발→압박이라는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의 틀 속에서 자주국방력 강화 등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도발을 계기로 우리도 핵 무장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월 31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시험발사가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베를린 구상은 중장기적인 과제로 돌리고 우선 북핵을 저지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이 ICBM을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체제를 깨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미국이나 일본과 대북정책을 공유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되면 전략적으로 패착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현재 3(한·미·일)대 2(중·러)대 1(북한)의 구도를 5(한·미·일·중·러)대 1(북한)의 구도로 전환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다가는 오히려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는 점을 깨달을 정도로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이 가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도록 미·일 양국과 협력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합류시킬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남북대화 창구를 열려는 노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당분간은 북한에 맞설 연합전선 구축에 매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진보 정권의 대북정책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점차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도 우려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문재인정부가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자꾸 하려다 보면, 미국이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패스하고 중국과 직접 협상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문자 그대로 실질적이고 현존하며, 더 이상 가상적인 위협이 아니다"면서 "점점 '진실의 순간'이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군사적 옵션으로 나아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조치가 꽤 많다"면서 "일단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강력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하고 이마저도 잘 안 될 경우 중국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중심축이 확고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서 "남들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데 우리 혼자 미련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기다린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문재인정부가 북한 변수로 인해 외교안보정책이 '우클릭'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핵잠수함 건조 방안과 관련해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례적으로 건조 검토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작년과 달리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핵탄두 탑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SLBM은 ICBM과 함께 핵탄두를 운반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북한이 현재 ICBM과 SLBM을 개발한 상황에서 핵탄두 무게를 1t에서 500~600㎏으로 줄이는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핵탄두 운반체계가 완성된다.


북한은 SLBM 발사관 1개인 2000t급 신포급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발사관 3~4개를 장착한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첩보가 우리 군과 정보기관에 꾸준히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2020년까지 4000t급 핵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계획(일명 362사업)을 추진하다가 1년 만에 외부에 알려지면서 무산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제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잡아가는 부분까지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ICBM 완성 등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비핵화 위주의 북핵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군 핵전략 자산의 상시 배치 등도 해법으로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201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