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시아 바다 … 핵추진 수퍼항모, 중국·인도도 10년내 띄운다
불붙은 항공모함 경쟁
해상 패권 추구 본격화 나선 중국
자체 설계 산둥함 곧 배치키로
만재배수량 7만t 항모 보유 전망
항모 전력 월등히 앞서가는 미국
인도·일본과 벵골만서 中 견제 훈련
한국은 헬기 10대 운용 독도함 보유
아시아 바다가 뜨겁다. 미국·중국·인도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항공모함과 경항모를 비롯한 공격형 해상 전력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국·일본·중국에 둘러싸인 동중국해와 중국·대만·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 에워싸인 남중국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해역이 중심이다.
여기에 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미얀마 등에 접한 벵골만과 인도·파키스탄·오만·예멘·소말리아에 둘러싸인 아라비아해, 그리고 인도 남쪽에서 호주와 아프리카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인도양까지 경쟁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인도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중국이 집요하게 해양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자 미국과 일본이 이에 맞서려고 인도까지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중국은 지난달 29일 적자에 시달리던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벵골만·인도양·아라비아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항이다. 앞서 중국은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전략적 급소인 동아프리카 홍해 입구의 지부티항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글로벌 석유 수송로의 급소에 해당하는 페르시아만 입구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파키스탄 과다르항도 장기 임차했다. 경제적인 수준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스리랑카 전략항구 운영권 확보
중국은 이런 활동이 2014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결합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제창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중국은 이미 2009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대양해군’을 선언했다. 중국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석유를 1994년부터 중동을 비롯한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해상수송로 보호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 4월 진수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이 다음달부터 엔진과 동력계통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에 들어간다는 중국 관영 CC-TV의 지난 3일 보도다.
취역 준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원래 2020년 취역이 예상되던 산둥함은 2019년께 항해와 항공 시험을 완료하고 취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중국이 아시아 바다의 패권을 놓고 항모 개발 ‘속도전’에 돌입한 셈이다.
특히 이 보도는 중국이 최근 티베트와 인도의 시킴, 부탄 왕국 등 3개국의 국경선이 만나는 도카라(중국명 둥랑(洞朗), 부탄명 도클람) 지역에서 국경지대 도로 건설을 둘러싸고 두 나라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무장 대치를 계속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동남아 국가들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항모 개발에 부쩍 열을 올려 왔다. 중국이 현재 운용 중인 항모는 소련이 건조를 중단한 바랴크함을 사들여 개조한 랴오닝(遼寧)함 1척뿐이다.
중국은 자체 설계 항모도 조만간 실전 배치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최초로 자체 설계한 001형 항모를 2013년부터 다롄조선소에서 건조해 4월 26일 산둥함으로 진수했다.
소련의 만재배수량 7만t의 쿠즈네초프급 항모를 자체 개량한 것으로 48기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002형이란 다른 설계의 항모도 2015년부터 상하이에서 건조하고 있다.
랴오닝함은 물론 001A형과 002형은 모두 디젤엔진을 탑재한 재래식 항모다. 미국의 핵추진 항모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자 중국도 003형이라는 핵추진 항모 건조 계획에 착수했다.
지도자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중국이 앞으로 10년 안에 핵추진 수퍼항모(만재배수량 7만t 전후의 대형 항모)를 보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럴 경우 미국과 제해권 경쟁으로 아시아의 바다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美 42년 만에 신형 제럴드포드함 취역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미국은 물량에서는 물론 제작 기술, 운용 경험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항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미국은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100억 달러를 들여 건조한 차세대 핵추진 항모인 제럴드포드함을 조기 취역했다.
제럴드포드 항모는 부분적인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자기력을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취역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왔다. 제럴드포드함은 조만간 태평양 지역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최신예 항모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것은 누가 봐도 중국 견제용이다.
미국에서 신형 항모가 취역하기는 1975년 5월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의 1번함인 니미츠함이 취역한 이후 42년 만이다. 미국의 항모 전력은 현재 1975~2009년 취역한 10척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로 이뤄져 있다.
미국은 이를 2025~2059년 순차적으로 퇴역시킨 뒤 같은 대수의 제럴드포드급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지금도 막강한 미국의 항모 전력이 업그레이드되면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반 세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인도·일본과 함께 지난달 10~17일 벵골만 해역에서 2척의 항모가 참가하는 3개국 연합 해상훈련인 ‘말라바르 2017’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벌였다는 사실이다.
92년 시작된 말라바르 훈련은 미국·인도 해군이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번갈아 여는 연합훈련인데, 지난해부터 일본 해상자위대가 정례 참가하고 있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 인도의 재래식 항모 비크라마디티야 등 2척의 항공모함이 참가한 것은 물론 일본에서도 ‘경항모’로 평가되는 대형 호위함 이즈모함이 참가했다는 점이다.
전례 없는 3개국 항모 훈련이 아시아 바다에서 벌어진 셈이다. 훈련에는 항모를 포함해 수상함 15척, 잠수함 2척이 참가했다.
인도 해상초계기 P-8I와 미국 해상초계기 P-8A가 참가해 잠수함 추적 훈련을 밀도 있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은 이에 대해 최근 인도양에 자주 출몰하고 있는 중국 잠수함을 겨냥한 훈련으로 분석했다.
사실상 인도양에서 미·인·일 3국이 항모를 동원해 중국을 압박하는 군사훈련을 벌인 셈이다. 이는 미국이 일본에 이어 인도까지 끌어들여 중국에 맞서는 포위망을 더욱 죄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인도는 항모 전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인도는 현재 만재배수량 4만5400t인 디젤항모 비크라마디티야함 1척을 운용하고 있다.
소련이 건조했다가 96년 퇴역시킨 항모를 2004년 1월 23억5000만 달러에 구입해 수리와 시험 끝에 2014년 6월 실전 배치했다. 미그-29 함상전투기 21기와 13기 이상의 헬기를 적재하고 있다.
인도는 61년부터 50년 이상 항모 운용 경험을 쌓아왔다. 영국 해군이 사용하던 만재배수량 1만9500t HMS 허큘리스를 중고로 도입해 61년 비크란트(R-11)함으로 취역시켜 97년까지 운용했다.
21~23기의 함재기를 운용했다. 87년에는 영국 해군의 2만8700t급 HMS 허미스를 구입해 비라트함으로 운용하다 지난 3월 6일 퇴역시켰다. 영국 해군의 수직이착륙기 해리어 16기를 포함한 26기의 함재기를 운용했다.
인도는 현재 최초로 자체 설계한 항모인 4만4000t의 비크란트(IAC-1)를 37억6500만 달러를 들여 건조했으며 시험을 마치면 2018년 연말께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인도가 최초로 운용했던 영국산 중고 항모(R-11)와 이름이 같다. 26대의 러시아제 미그-29K를 포함해 30~40대의 함재기를 운용하게 된다. 재래식 항모지만 항해 거리가 1만5000㎞에 이르러 인도 주변 해역은 물론 태평양까지 활동 범위로 삼을 수 있다.
인도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5년까지 배수량 6만5000t 이상의 핵추진 항모인 비샬을 취역시킬 예정이다. 함재기도 50~55대에 이른다. 현재 설계 단계에 있는데 완공되면 인도에서 건조한 첫 수퍼항모가 된다.
일본 경항모 확대하며 군사력 증강 가능성
이번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일본 이즈모함이다. 미국이 아시아 바다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항모 보유를 ‘사실상’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즈모는 자국에선 대형 호위함으로 분류하지만 경항모·준항모·헬기항모로 분류하는 나라도 많다. 홍콩 시사잡지 아주주간은 이번 훈련에 3척의 항모가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해군은 현재 만재배수량 1만8800t의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 한 척만 헬기모함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후속함인 마라도와 백령도는 예산 문제로 건조가 연기돼 왔다.
뜨거워지고 있는 아시아 바다에서 한국의 생존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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