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를 잡아라... 제주 정치권 적극 '구애' 눈길
광역자치단체 처음으로 '해병전우회 지원 조례' 추진... 선심성 논란도
▲ 지난 1일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 해병대의 날 기념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제공=해병대 제9여단>
제주는 해병대의 고장이다.
4.3 사건의 광풍에서 겨우 살아난 제주의 젊은이들은 6.25 동란의 한 가운데서 목숨을 건 참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는,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군 126명을 포함해 3천명으로 꾸려진 제주의 청년들은 해병 3, 4기라는 이름으로 1950년 9월 1일 제주항을 떠나 인천 앞바다에 도착했다. 이들의 출정식은 변변한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지만,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 도솔산 전투 등을 기적같이 승리로 이끌었다.
지금도 이어지는 '남 다른' 해병대 사랑
제주항 출정식으로부터 6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해병대에는 유독 제주 출신 장병들이 많다. 병무청 관계자는 "제주도는 인구수에 비해 해병대 지원이나 합격자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해병대의 작년 입대 경쟁률은 평균 4대 1이었다.
모군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정평이 난 해병대 전우회. 제주 역시 해병대 전우회 중앙회 소속의 제주도연합회(회장 한정남)가 결성되어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물론 각 읍면동을 아울러 23개 지분회에서 1천여명의 예비역 회원들이 교통봉사와 순찰,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해병대 ROTC 동우회는 제주가 사실상 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매년 임관하는 해병대 학군사관후보생 100명 가운데 35명이 제주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해병대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 지역 정치권...왜?
▲ 지난 1일 열린 제주 해병대의 날 기념행사 당시 6.25 전쟁에 참전했던 한 할머니가 기념탑에 헌화하고 있다. <제공=해병대 제9여단>
해병대, 보다 정확하게 해병대 전우회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강성균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해병전우회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해병 3, 4기가 제주항에서 출정식을 가진 9월 1일을 '제주 해병대의 날'로 지정함은 물론 전우회의 각종 활동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8일 해당 상임위를 무난하게 통과해 오는 12일 본회의 표결만 남겨 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해병전우회 지원 조례를 제정한 기초자치단체는 충남 괴산군(2015년 12월 31일 제정)과 인천광역시 서구(2016년 3월 16일 제정), 경기도 시흥시(2017년 4월 28일 제정) 등 모두 세 곳이다. 이 밖에도 전남 담양군이 지난 7월 지원 조례란을 입법 예고해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해병전우회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지원 조례안 누가 발의했나 봤더니...모두 '내부자들'
해당 조례안은 해병대 전우회 제주시지회 부회장을 지낸 강 위원장과 해병대 출신 동료 도의원 10명이 공동발의했다.
전체 도의원 41명 가운데 여성 의원 7명을 제외하면 34명인데 이중 무려 10명이 해병대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무소속과 교육의원 등 스펙트럼은 다양하나 모두가 지역구 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조례안 추진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으로 해석될 여지는 다분해 보인다.
조례안 발의 배경에 대해 강 위원장은 "주변에서 선심성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해병 3, 4기 선배님들이 인천상륙작전으로 나라를 구하신 만큼 그 분들을 예우하는 것은 물론 야간방범 활동 등 실질적인 봉사활동에 나서는 전우회 회원들을 제도적으로 돕기 위한 것이다. 조례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는 다른 사회봉사단체들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해병대와는 무관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역시 해병대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제주 해병대의 날' 기념식에 자리한 원 지사는 "제주 해병이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 후세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성향의 이 교육감 역시 빨간색 예비역 모자를 착용하고 행사장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고대경 해병대 전우회 제주도연합회 사무처장은 "일각에서는 전우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단체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매스컴에 보도된 일부의 사례는 저희와 무관하다"며 "중앙회는 철저히 정치에 중립적인 단체"라고 강조했다.
[OhmyNews]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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