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들의 이야기

정모(휴가모) 잃은 해병... 정모(휴가모) 되찾은 해병...

머린코341(mc341) 2017. 10. 26. 12:49

정모(휴가모) 잃은 해병... 정모(휴가모) 되찾은 해병... 


대구광역시 동구 방촌동.  은석호  


먼저! 전 해병대 전역한 선임들인 해병대 예비군님들께 신고를 올리겠습니다!


“필승! 민간인 은석호는 해병대 제 6여단 6포병대대 포 5중대로부터 2009년 10월 04일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제가 전역한지 얼마 안됐지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이 있기에 먼저 신고를 한번 올렸습니다. 고마 이뿌게 봐주이소~~♡


뭐~ 군인이었다면 다 똑같지만 그래도 해병인들 끼리는 알고 통하는 것이,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이 해병대 병장은 하느님과 동기동창이자 부처님의 오랜 벗이며 성모마리아의 OOO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즉! 해병대 병장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저희 해병대 병들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백령도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군 생활에 차차 적응하고, 1차 휴가도 갔다 오고, 일병 5개월째 접어들어 군 생활이 많이 힘들어 갈 때, 겨우 겨우 일병 2차 휴가를 명받았습니다. 저희 중대 선임들 10명과 제 후임 2명과 함께 백령도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백령도는 섬이기에 배를 타고 나갑니다. 큭~ 배 타고 4시간 반, 그 배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겠습니까? 크크~~


배도 여객선이기에 술은 팔더군요. 배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음주가무를 즐기고 휴가로 모두 시끌벅적하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고 고참 선임이 “야! 전부 사진 한판 찍자!” 이 한마디에 일회용 카메라를 배에서 사가지고 여객실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온갖 포즈를 다 적용하며 그때 유행하는 ‘김치, V’ 도 아닌 가위를 거꾸로 뒤집은 ‘메이-A’ 라하며 한 세판 네 판 째 사진을 찍는데! 그때 일이 터져 버렸습니다.


저의 후임 중 한 녀석의 정모가 ‘저 바다가 나를 부른다!~’ 하며 바닷바람을 타고 휙~ 날아가 버렸습니다.


제 후임은 금세 휴가를 못나간다는 생각부터 들었는지 눈물부터 글썽이더군요. 해병대 선임들은 휴가를 나오면 잘 챙겨주십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리 신과 같은 존재라 하는 저희 선임들도 손을 쓸 수 없고, 저기 둥둥 떠가는 정모만 바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후임은 눈물을 글썽이며 모두와 같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금세 파티 분위기였던 저희들은 수그러들고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다 선임들 중 한명이 저의 후임들과 저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선임 - “마! 이것들아~ 답 없데이~ 근데 하나 있다!”

후임과 저 -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선임 - “밑에 층 여객실에 가가, 긴빠이(훔쳐) 해 온나~”

후임과 저 - “.....” 


저희는 말문을 잃었습니다. 시키면 무조건 하는 해병대기에 어쩔 수 없이 저희 여객실이 2층이었지만, 전 후임들을 대리고 1층 여객실로 내려갔습니다.


근데 다른 중대 선임들이 여럿이 계시더군요. 전부 술을 한잔씩 걸쳤는지 다 잠이 든 상태였습니다. 여객선을 둘러보다가 모자를 잃어버린 후임 녀석이 저를 부르더니,


후임 - “은석호 해병님, 저자리가 비었습니다!”


후임이 가리키는 자리에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방과 정모가 있는 겁니다. 저에게 얘기를 꺼낸 후임이 그 자리로 당당하게 가길래 전 당연히 정모를 가지고 올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이 다시 빈손으로 저에게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절 화장실 근처로 끌고 가더니 귓속말로,


후임 - “은석호 해병님”

저 - “와? 가왔나? 왜 안가지고 오노? 주인 없으면 당장 가 온나~ 안가오고 뭐하노 문디자슥아!!”

후임 - “그게... 저기, 아는 선임꺼라서... ”

저 - “아~ 누구낀데? 가 온나 그냥! 휴가 나가기 싫나? 일단 니 첫휴가다. 니 진짜 휴가 나가기 싫으면 알아서 해라~ 근데, 그건 알아라. 니 때문에 정모 잃어버렸다고 위에 선임들하고 다 같이 군기교육 받을 수도 있다이~ 첫 휴가 나가는 놈 몬챙기줬다고, 알았나? 잘 생각해라~!! 내가 봤을때 지금은 죽기 아니믄 까무러치기데이~!!”

후임 - “알겠습니다.”


라고 말을 던진 녀석이 그 자리로 다시 가더니 정모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보고 너무 답답해 안 가져오면 죽는다는 눈빛을 보내고 2층으로 획! 돌아서 올라가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밑에서 쾅!쾅!쾅! 하며 후임이 다급히 올라오더니 저희 선임들에게 가서 정모를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아! 성공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제 후임녀석이 저희 선임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정모에 적힌 이름을 보여주는데 저도 참 욕먹을 만하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저의 반강제로 가져온 거지만 그것은 저희 중대 최고선임보다 더 선임이며 다른 중대에 말년 휴가 나가는 최고선임의 정모였던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을 수도 없고, 그 이름표를 뜯어 버리고 그 위에 제 후임의 이름 석자로 덮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한참의 시간이 지나가는데, 1층에서 떠들썩한 것이었습니다. 전 올 것이 오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리곤 한 10분쯤 지나자 밑에서 그 정모를 잃어버린 선임과 그 중대 선 후임들이 다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앞에 앉아있는 다른 중대 해병들의 정모를 수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저희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습니다. 제 후임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임과 후임들이 저희 자리까지 와서 정모를 수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선임들과 저는 당연히 그 선임의 정모가 아니니 당연히 그냥 거리낌 없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마지막으로 그 선임의 정모를 들고 있던 후임녀석의 정모를 보더니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선임들도 그 선임보다 기수가 한참 낮았기에 저희 중대 인원 13명이 모두 다 기죽이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사히 그 선임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그 순간 정모를 잃어버린 선임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선임 - “아!!!!!!!!!!!!!!!!!!!!!!!!!!!!!!!!!!!!!!!!!!!!!!!!!!!!!!!!!!!!!!!!!”


그때 저희는 너무 놀라 숨조차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임 하는 말이,


잃어버린 선임 - “휴가 다 나갔다! 난 이제 죽었다! 말년에......,

                       모르겠어! 아무리 찾아도~~!”


이 말에 전 제 후임을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크크크 ~


그리곤 한 시간 후 배가 인천항에 도착한 후에 여객선에서 모두 다 내리고 난 다음 인원체크를 하는데 도파대장이 그 선임을 보고,


도파대장 - “야! 너, 왜 정모 없어?”

잃어버린 선임 - “배안에서 정모를 자리에 두었는데 없어졌습니다.”

도파대장 - “가만히 있는 정모가 왜 없어져? 발이 달렸냐?”

잃어버린 선임 - “제 생각에는 다 찾아봤는데 없는걸 보니, 아마도 민간인이......,”

도파대장 - “뭐? 이 새꺄!! 니가 민간인이라면 정모 가져가서 국 끓여 먹을래!?”

잃어버린 선임 - “.... 죄송합니다.”


이러고는 신과 같은 저희 해병대 최고 고참 병장 선임이 하지 않는 화장실청소를 도맡아서 했다는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선임 솔직히 저도 아는 선임입니다.


그다지 친하진 않았지만 서로 얘기도 하고 전역하고 저희 중대 전화 와서 저랑 통화도 하고 서로 이름도 아는 사인데..


휴~~ 박수빈 해병님, 진짜 이젠 고백 하겠습니다. 그때 그 정모 제 후임과 저의 계략이었습니다.


부디 옛 추억으로 삼아주시고 솔직히 해병대 병장이 어디 화장실청소를 해보겠습니까?


이젠 좋은 추억으로 삼아주십시오~ 그리고 밖에서 절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만사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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