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소식칼럼/해병대 분석

전투현장에 답이 있다

머린코341(mc341) 2019. 9. 29. 06:46

전투현장에 답이 있다


백경동 해병소령 합동군사대학교 해병작전전술학교관

 

우리 합동군사대학교에서는 학생장교에게 ‘교범의 예시는 예시일 뿐, 상황에 몰입하라’ ‘교리를 현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 판단하라’ 등 교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교관 임무를 수행하면서 여기에 일부 의문이 들었지만, 전투현장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 의문을 쉽게 해소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참관 기회가 주어졌고, 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투현장에서 훈련부대를 보며 대학교의 교육기조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참관 때 전투현장과 부합한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 몇 가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적과의 접촉 시 유효화할 수 없는 기본계획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 전장은 끊임없이 변화해 예측이 어려우며, 불확실성과 우연이 지배한다.


즉, 계획수립 시 정확한 전장 정보를 갖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하더라도, 작전실시 간 다양한 우발상황으로 인해 기본계획의 조정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는 교리에도 기술된 내용이지만, ‘기본계획 수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니 이대로만 하면 문제없다’며 예측 가능한 우발상황을 간과해 작전 초기 변화된 전장 상황 때문에 기본계획을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사장(死藏)한 적은 없나 자문해본다.


좋은 계획은 잘 짜인 시나리오가 아니라 융통성 있는 계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교리는 수학공식이 아니다. 교범에 기술된 내용과 각종 예문은 교리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예시(例示)한 것으로 이를 기초로 계획수립 및 작전실시 간 적용하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교범을 상황고려 없이 맹목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 교범의 예문 상황과 나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이다.


수학은 규정화된 공식에 숫자를 입력하면 항상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장은 다르다. 동일한 입력(부대·지형 등)을 하더라도 적이라는 변수(變數)와 병력을 운용하는 술(術)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전투현장에 맞는 내 부대의 전승(全勝)공식을 구상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 우위의 달성은 작전승리의 필수요소다. 적보다 우월한 정보능력을 확보해 적보다 먼저 보고, 적의 방해를 받지 않는 가운데 먼저 결심하고 타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전장을 가시화함으로써 주도권을 장악하고, 작전계획의 유효화와 지휘관·참모의 상황판단과 결심을 위해 필수적이다. 작전 준비/실시 간 정보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이번 경험으로 우리 합동대에서 ‘교리의 중요성과 진실성을 추구하는 교육과 함께 교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상황과 싸우는 것이 중요함’을 왜 강조했는지 깨닫게 됐다.


이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 교육 때 적극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기회를 준 합동대와 KCTC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국방일보] 201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