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의 리썰웨펀]鄭국방, 미국의 과한 ‘방위비 욕심’ 언급 “달라는 데는 많이 달라 한다”
-2일 국정감사서 방위비 분담금 언급
-미국의 과도한 요구 우회적으로 표현
-매년 약 1조 부담, 내년 6배 증액요구
-"IMF땐 감액도…국민의 생각 알고 있다"
2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위비 분담 협상 관련된 부분은 이제 금년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단계”라며 “원래 좀 달라고 하는 데는 많이 달라고 하고, 지원하는 데선 합리적 범위에서 적정 지원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미 외교당국은 내년부터 적용할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1차 협상을 마무리하고, 의견 차를 확인한 상태다.
미국은 그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직간접 비용으로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 안팎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5년간 매년 1조원에 못 미치는 비용을 부담했고 올해 들어 1조를 조금 넘는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금껏 1조원 내외를 부담한 한국에게 5~6배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달라고 하는 데는 많이 달라 한다" 우회적 표현=정 장관은 이와 관련, “이제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라서 무슨 항목이 어떻게 된다, 제도가 어떻게 된다고 말하기가 (그렇다)”라고 비껴갔다.
그는 ‘방위비 분담은 지금까지 협상 10차례 하는 과정에서 매년 증가만 해왔나’라는 질의에 “대부분 증액된 때가 많이 있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1997년도 (외환위기) 이후에 (협상) 할 때는 감액한 사례도 있다”면서 “우리 국민이 어떤 생각을하고 있는지 국방부서 다 알고 있고, 국방부도 그런 부분을 모두 고려하면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5년 계약을 맺고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지난해 제10차 SMA 협상 결과 올해 분담금은 지난해 대비 약 800억원이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정해졌다.
미국은 지난해 협상 과정에서도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올리고자 애썼다.
협상 초기엔 2018년 9602억원의 2배 수준인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요구했고, 협상 중 14억달러(약 1조5800억원)로 내렸다가 협상 막바지인 지난해 말에는 한국 측 마지노선인 1조원에 1억달러(약 1100억원)을 더한 1조1100억원을 요구했다. 결국 타결된 금액은 1조389억원이었다.
미국은 협상에 큰 진전이 없자 다년 계약이 아닌 1년 계약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이에 올해 재개된 내년 분담금 협상에서 천문학적 수준의 인상폭을 제시하는 비상식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외교 당국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분담금 외에 간적접으로 지원한 유무형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환산해 미국 측의 요구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분담금 결코 적지 않아…논리로 무장해 대응=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이 산출해 올해 2월 출간된 ‘2018 국방백서’에 게재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 정부가 지출한 주한미군 직접지원비용은 2조4279억원(방위비 분담금 포함)이었고, 간접지원비용 9589억원에 달했다.
또한 평택 미군기지 건설 등 한시적 지원비용 2조695억원까지 합하면 2015년 한 해에만 약 5조4000억원을 미국 측에 지원했다.
미국 측은 이런 간접지원비용 등의 액수를 무시한 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들은 한국의 분담금 비용이 높은 편이며, 주한미군 유지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수 차례 내놓고 있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아메리칸액션포럼(AAF) 등은 트럼프의 대선후보 시절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을 공언하자 관련 보고서를 내고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약 1조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이 미국에 주둔하게 되면 한국에 주둔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든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중동 등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년에 1조원을 낸 한국에게는 1년에 5조원, 1년에 2조원을 낸 일본에는 1년에 10조원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년 112조원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대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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