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전략무기 4종세트’ 과시… 美와 협상 실패도 대비한 듯
北 “북극성-3형, 자위적 국방력 강화 일대 사변”
김정은 이례적 참관 안 해… 美 압박하되 자극 피해
북한이 이달 2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헸다며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신형 무기 4종 세트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라는 제목 기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신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새형의 탄도탄 시험발사는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시험발사를 통해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 전술 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됐으며 시험발사는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사소한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최대 비행고도 910여㎞로 약 450㎞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발사 사진과 최대 비행고도 등을 분석해 북극성 3형이 기존 북극성 계열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성-1형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2단 분리형이고 북극성-2형은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외형 등에서 차이가 났다. 북극성-1형은 탄두부가 뾰족했지만, 이날 공개된 북극성-3형 사진을 보면 둥근 형태다. 중국 SLBM ‘쥐랑-2(巨浪ㆍJL-2)’와 유사하다.
2017년 8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방문 당시 공개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도면에선 탄두부가 뾰족했지만, 이번 발사 장면을 보면 도면과는 다르게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둥근 탄두부는 대기권 진입 시 마찰열을 분산시키고 향후 다탄두 탄도미사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현재 북한의 기술력이 다탄두를 탑재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직경이나 길이도 조금씩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 북극성-1형에 장착됐던 그리드핀(격자형 날개)이 사라져 비행 안정성도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드핀은 발사된 미사일이 솟구칠 때 생기는 동체의 진동을 극복하기 위해 장착하지만, 공기 저항으로 추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다.
수중 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을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인근에 머무르는 사진도 공개돼 향후 잠수함 시험발사도 실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SLBM 개발의 최종 단계는 수중 잠수함 발사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극성-3형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어 지상으로 전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한 건 전세계로 SLBM을 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SLBM 발사 성공이 확인되면서 북한은 ‘하노이 노딜’ 후 신형 무기 4종 세트를 완성한 단계로 평가된다. 북한은 올 5월부터 이날까지 11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북한판 에이태킴스’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신형 초대형 방사포 등을 잇달아 쏜 후 핵무기 투발수단 중 가장 은밀하고 요격이 힘들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략무기 SLBM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극성-3형 미사일에 부착된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가 찍은 지구 광경으로 발사 고도를 강조하기 위해 북한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한 시점에 SLBM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비핵화 협상에 실패해도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동시에 협상에서 북한이 주장할 체제 안전보장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측이 협상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요 신형무기 시험발사를 꼬박꼬박 참관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 발사현장에선 보이지 않은 점이나, 사거리가 2,000㎞ 이상으로 평가되는 SLBM을 고각발사해 단거리 미사일 수준인 450㎞가량 비행하게 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대화의 판까지는 깨지 않으려고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미국 눈치 보지 않고 대내적으로 계획된 무기 현대화는 진행해 가겠다는, 즉 북미 대화와 대내 결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한국일보]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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