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배틀그라운드] 400m밖 적군 명중했다···누구나 명사수 되는 '워리어 플랫폼'
2PM '옥택연' 시범착용 전투체계
기자가 직접 명중률 8배 효과 확인
조준경 '붉은 점' 표적 쉽게 조준
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명중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전투력 원천은 무엇일까. 그동안 군대에선 정신력이 강조됐다. 물론 정신전력이 기본이지만, 현대전에서는 장비 수준에 따라 전투력이 결정된다.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으로 불리는 개인 전투체계 개선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병 전투 요원이 휴대하는 피복 및 장비(무기 등) 수준을 대폭 개선하면 전투력과 동시에 생존확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가수 옥택연이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6월 인천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4진 대원들이 육군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뒤 건물 침투 작전을 선보이고 있다.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방탄복, 방탄헬멧, 소총, 조준경 등 전투 피복과 장비로 구성된 미래 전투체계다. [사진 육군 제공]
[중앙일보] “누구라도 명사수가 될 수 있다.” 워리어 플랫폼을 소개하는 군 관계자 설명에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평소 사격 훈련을 받지 않는 민간인도 명사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 소총에 몇 가지 장비만 장착하면 사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워리어 플랫폼 시범 적용 부대인 27사단을 다녀왔다. ‘이기자 부대’로 불리는 27사단에서는 이미 향상된 사격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실험 결과를 보면 13개 표적 중 11발 이상 명중하는 특등사수 비율이 63.4%에서 75%로 상승했다. 지금은 다양한 조건에서 부가장비(조준경·확대경·표적지시기)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육군 27사단에서 기자가 워리어 플랫폼으로 전투력을 키운 신형 K2C1 소총을 사격하고 있다. 수직 손잡이을 잡을 수 있어 사격 안정성은 더욱 높아졌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사격 효과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보다 정확하고 더 빠른 사격이 가능했다. 기자는 워리어 플랫폼을 적용한 뒤 명중률은 최대 8배 늘었고, 조준 시간도 40% 정도 앞당겨 더 빠르게 사격할 수 있었다.(*중앙일보 홈페이지·유튜브에서 영상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능 실험에서 일반 K2 소총과 워리어 플랫폼을 적용한 K2C1 소총을 비교했다. 2016년부터 보급된 K2C1 소총은 K2 소총 개량형으로 탄약(5.56㎜×45㎜)과 유효사거리(600m) 등 기본적인 사양은 동일하다.
다만, 수축식 개머리판·피카티니 레일·방열판·수직 손잡이 등 보강된 장비가 있어 무게는 3.3㎏에서 3.68㎏으로 늘었다.
K2C1 소총에는 워리어 플랫폼 부가장비(조준경·확대경·표적지시기)를 보강했다. 조준경은 붉은색 점으로 표적을 가리켜 쉽게 사격하도록 돕는다. 3배율 확대경은 먼 거리 표적을 크게 보여준다.
표적지시기는 가시 및 적외선(IR) 레이저로 표적을 조준한다. 기자는 부대에서 준비한 다양한 업체 장비 중 종류별로 한 가지씩 무작위로 골라 장착했다.
워리어 플랫폼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30m와 50m 표적을 두고 K2 소총과 워리어 플랫폼을 장착한 K2C1 소총을 비교 사격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탄착군 비교를 위해 30m와 50m 거리 고정표적을 두고 입사호(사격할 때 서서 할 수 있도록 깊게 판 구덩이)에 들어가 조준 사격했다. 또한, 표적을 향해 걸어가며 기동 간 연발 사격한 결과도 비교했다.
표적지시기는 사용하지 않고 조준경과 확대경만 활용했다. 부가장비를 모두 장착하면 무게는 0.6~1㎏ 정도 늘어 4㎏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한층 강화된 전투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했다.
사람 형상을 한 표적에서 복부 원형 부분을 조준했다. K2 소총을 들자 손에 감기는 익숙한 느낌이 좋았다. K2 소총은 가늠자와 가늠쇠를 조절해 표적을 맞히는 동심원 조준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군에서 K2소총 도입 이전에 사용하던 M16A보다 직관적 사격에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도 K2 소총으로 표적을 조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얼마나 정확하게 복부 위치 원형을 맞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일반 소총과 워리어 플랫폼 적용 소총 50m 표적 사격 비교.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K2 소총 사격 결과는 걱정보다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10발을 사격한 뒤 30m 표적을 살펴보니 지름 100㎜ 원형 안에 한 발이 들어갔고, 나머지 9발도 모두 지름 240㎜ 원형을 벗어나지 않았다.
50m 표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발 중 한 발은 240㎜ 원형을 조금 벗어났지만, 오히려 100㎜ 지름 안으로 두 발이 들어갔다. 다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30m 표적보다 탄착군은 보다 넓게 퍼졌다.
일반 소총과 워리어 플랫폼 적용 소총 50m 표적 사격 비교.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그런데 K2C1 차기 소총에 워리어 플랫폼을 적용한 사격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조준경과 3배율 확대경 덕분에 표적을 더욱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었다. 격발하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커졌다.
30m 표적은 10발 중 8발이 지름 100㎜ 원형 안에 들어갔다. 2발은 아쉽게도 경계선에서 20㎜ 정도 벗어났다. 50m 표적 사격 결과는 탄착군이 조금 넓어졌지만 100㎜ 지름 안으로 7발이 들어갔다. 2발은 경계선에서 20㎜, 한 발은 60㎜ 정도 벗어났다.
워리어 플랫폼 적용 이전과 비교해 보면 효과는 더욱 부각된다. 표적의 복부 부분에 만들어진 지름 100㎜ 원형 명중 비율은 30m 표적엔 적용 이전엔 1발에서 8발이, 워리어 플랫폼 적용 후에는 50m 표적에서도 2발에서 7발로 대폭 늘었다. 명중률이 최대 8배 가까이 늘었다.
워리어 플랫폼은 기동간 사격에서도 표적을 쉽게 조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자가 표적을 향해 걸어가면서 사격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사격 속도 역시 빨라졌다. 조준하고 발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일반 K2 소총은 보통 5초 정도 필요했다. 워리어 플랫폼을 적용하자 30m 표적은 평균 3.8초 만에 격발했다.
마지막에 사격했던 50m 표적은 대체로 3초 만에 쏠 수 있었다. 워리어 플랫폼 체계에 익숙해지면서 사격 시간은 점점 줄어든 효과를 확인했다.
기동 간 사격에서는 결과가 더 벌어졌다. 30m 표적을 향해 걸어가며 빠르게 사격했다. 명치 부분을 조준했는데 일반 K2 소총은 복부와 머리를 명중하거나 몸통을 스쳐 지나갔다.
상하좌우 크게 벗어난 경우도 보였다. 그러나 워리어 플랫폼을 적용하자 명치를 중심으로 표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동간 사격에서 워리어 플랫폼 효과는 더욱 부각됐다. 움직이면서 명치부분을 사격한 결과를 붉은 원형이 보여준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새롭게 도입하는 K2C1 소총 기능도 사격효과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팔 길이가 짧은 기자에게 K2 소총 개머리판은 다소 길어 불편했다. 개머리판을 더 짧게 줄일 수 있는 K1A 기관단총이 더 편리했던 이유다.
그러나 K2C1 수축식 개머리판은 기존 K2 소총보다 개머리판 길이 조절 폭이 늘어났다. 수직 손잡이 덕분에 안정적인 기동 간 사격도 가능했다.
1984년부터 전력화를 시작한 K2 소총은 2020년을 끝으로 생산이 완료된다. 차세대 소총으로 도입하는 K2C1 소총은 전방부대와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6만 정가량 보급됐다. 앞으로 노후한 K2 소총을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6월 인천 국제평화지원단 사격장에서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사격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뉴스1]
차세대 소총(K2C1)과 워리어 플랫폼 보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출생률 저하로 앞으로 병력이 줄어들면 적은 병력으로도 높은 전투력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리어 플랫폼을 장착하면 공격 효과를 3~5배 정도 키울 수 있다. 육군 실험에서 최대 400m 표적을 명중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장비가 갖는 중요성은 다양하게 확인된다. 사격장을 찾아간 길에 국산 무기 몇 개를 더 살펴봤다. 국산 저격용 소총인 K14 덕분에 기자와 같은 민간인도 저격수가 될 수 있었다. 기자도 이날 사격장에 마련된 가장 먼 표적을 600m 거리에서 명중하기도 했다.
국산 저격용 소총 K14는 민간인도 쉽게 먼 거리 표적을 명중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기자가 600m 거리 표적을 격발하는 순간.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K14 저격총은 최대 사거리가 800m 수준으로 7.62㎜×51㎜ 탄약을 사용한다. 수동 노리쇠 장전(볼트액션) 방식을 채택해 자동 장전 방식보다 명중률이 다소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사격 후 매번 수동으로 다음 탄환을 다시 장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무게는 7㎏ 수준으로 보통 소총보다 두 배정도 무겁다.
저격총이 결정적인 한 방이라면 기관총은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준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K3 경기관총은 대표적인 분대 지원화기로 M60 기관총을 대체하기 위해 배치됐다.
M60 기관총은 7.62㎜×51㎜ 탄을 사용했지만, K3 경기관총은 5.56㎜×45㎜ 탄을 쓴다. 유효사거리 800m 수준이며 발사속도는 분당 1000발까지 가능하고 무게는 6.85㎏으로 일반 돌격소총보다 무겁다.
K3 경기관총에 확대경을 달아 먼 거리 표적도 정확하게 제압할 수 있다. 기자가 200m 표적을 사격하는 모습.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기관총은 보통 뛰어난 연발 능력을 갖추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K3 기관총은 PVS-05K 확대경을 장착해 먼 거리 표적도 쉽게 맞힐 수 있다. 4배율까지 확대할 수 있어 사람은 800m, 차량은 1200m 거리에서 관측할 수 있다. 확대경 덕분에 200m 거리 표적도 쉽게 조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장비 성능 개량이 곧바로 전투력으로 나타났다. 특히 워리어 플랫폼 덕분에 경험이 적은 장병도 더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적을 발견한 뒤 더 빠르게 사격할 수 있고,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명중할 수 있다. 개인 전투원 전투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 처음 공개된 워리어 플랫폼은 총 3단계로 개발될 예정이다. 1단계는 2022년까지 개별조합형 플랫폼을 개선한다. 2단계 목표는 2025년까지 전투 장비와 장구류를 연동하는 통합형 전투체계를 개발한다. 3단계는 2026년까지 일체형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계획이다.
화천=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영상-강대석· 공성룡 기자
[중앙일보]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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