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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자에 뚫렸을 때 신형경보기 먹통이었다

머린코341(mc341) 2020. 3. 17. 00:26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자에 뚫렸을 때 신형경보기 먹통이었다


합참, 제주해군기지 시위자 무단침입 사건 검열 결과 발표
과학화 감시체계는 수개월 간 고장수리중··· 경보음 먹통
카메라 70여개 모니터하는 상황실에는 '중사 1명, 병사 2명' 근무
5분 대기조 늑장출동, 상황조치·보고체계도 엉망으로 2시간 후 상부보고
軍, 전대장 보직해임·3함대사령관 등 관련자 문책


(조선일보 박정엽 기자) 지난 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해군기지 반대 시위자들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부내 내에 침입했을 때 외부 침입을 감시하는 경계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외부 침입자를 저지·진압하는 '5분 대기조'는 시위자 침입 1시간47분만에야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경계 실패 책임을 물어 부대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상급부대인 해군3함대 사령관 등 지휘 라인을 문책하기로 했다.


지난 7일 해군기지 반대시위자들이 제주해군기지에 몰래 들어와 시위를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캡처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제주기지와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 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열에는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 검열관 13명이 투입돼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합참에 따르면, 시위자 4명은 지난 7일 오후 2시13분 제주 해군기지 부대 동쪽 외곽에 설치된 직경 4㎜ 미관형 철조망(펜스)을 절단하고 2시16분쯤 2명이 부대 내부로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TV(폐쇄회로) 등 능동형 감시체계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이 CCTV는 작년 12월 교체된 신형이었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아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CCTV는 단순 촬영·녹화 기능만 작동하고 있었다고 한다. 군과 민간 설치업체는 수개월 동안 경보음 체계 수리 작업을 해왔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자들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부대에 침입해 돌아다니는데도 1시간30여분간 해군 부대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시위대가 철조망을 절단하고 침입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인접 경계초소 근무자가 근무 교대 후 복귀하는 과정에서 철조망이 절단된 것을 확인해 당직사관에게 처음 보고했다.


당직사관은 오후 3시 23분부터 50분까지 현장을 확인하고 무단 침입한 민간인을 만나 이동을 제지했다. 이어 오후 3시 52분 기지 5분 대기조에 출동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무단 침입자들은 오후 2시16분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1시간 34분간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안을 돌아다녔다. 합참은 "약 50m 떨어진 인접한 경계초소에서는 감시 사각지역이 발생하여 무단 침입자가 경계 펜스를 절단하고 침입하는 행동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계용 CCTV에는 포착됐으나, CCTV 감시병 역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5분 대기조는 시위자들이 철조망을 절단하고 기지에 침입한지 1시간47분만인 오후 4시3분에 현장에 출동했다. 상황 발생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5분 대기조가 당직사관 출동 지시 11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은 상황실 근무자가 출동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제주 해군부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해군3함대는 해군 작전사령부와 합참에 관련 사실을 제때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함대는 기지 침입 2시간이 흐른 4시 7분부터 16분 사이에야 해작사와 합참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합참 검열 결과, 감시카메라 70여개를 지켜보는 상황실은 중사 진급 예정자와 감시병 2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합참은 "기지 경계 작전 체계 면에서 미관형 펜스의 취약점이 노출되었고 CCTV 감시체계와 상황보고 및 초동조치체계 등의 문제점과 함께 평소 지휘관의 기지 경계에 대한 지휘조치가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또 기지에 침입한 시위자 S씨 등은 제주기지에 무단 침입하기 직전, 기지 정문 행정 안내실에서 두차례나 부대 출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지 출입을 거부당하자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상부로 보고하지 않았다. 만약 근무자들이 이를 지휘부에 보고해 대비했다면 침입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합참은 "이번 검열 결과에 따라 지휘조치 및 감독 소홀 등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의거 엄정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제주기지에 대한 경계 작전 시스템 전반에 대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국가적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고 수준의 조치가 이뤄지는 엄중한 상황에서 제주기지 경계 작전 문제로 국민적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