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투기까지 대놓고 곁눈질···‘KF-X 파트너’ 인니 수상하다
[중앙일보] 이철재·이근평 기자 =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공동 투자·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번엔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도입할 뜻을 피력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KF-X 사업 분담금 지급을 미루면서도 다른 나라 첨단 무기에는 또다시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이 같은 행태를 놓고 인도네시아가 KF-X 대신 다른 마음을 품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상당하다.
영국 군사 전문매체 제인스360 등에 따르면 삿티 와휴 트렝고노 인도네시아 국방차관은 18일 CNN 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의 정부 간 협정을 통해 F-35를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하고 있는 러시아의 Su-35 플랭커(Flanker)-E 다목적 전투기 도입이 미뤄지자 차선책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트렝고노 차관은 “Su-35도입을 포기하진 않았다”면서도 “난관에 부딪힌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ADEX 2019에서 최초 공개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F-35 도입 계획이 알려지자 방산업계에선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에서 KF-X의 대안을 찾으려 한다”라거나 “다른 나라 전투기에 입질하면서 KF-X의 분담금을 깎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인도네시아가 재정 문제를 들어 KF-X 사업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KF-X와 F-35는 각각 4.5세대와 5세대 전투기로 체급이 다르지만, F-35 도입이 현실화되면 KF-X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F-35의 대당가격은 최소 8000만 달러(약 1020억원)로 추산되는데, 1개 대대 규모로 약 20대를 도입한다고 보면 16억 달러(약 2조4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2019년 한해 인도네시아 국방예산이 75억3000만 달러(약 9조6007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20%가 넘는 액수를 F-35 도입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KF-X 전체 개발비 8조5000억원 중 20%에 해당하는 1조7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초까지 2200억원만 내고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 인프라와 인력 개발에 예산 지출을 우선시하다 보니 분담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게 인도네시아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다른 전투기 도입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 1월 프랑스 매체들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무기 구매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수비안토 장관이 관심을 보인 무기에는 대당 가격이 최소 1500억원 이상인 프랑스 닷소의 라팔 전투기 48대가 포함돼 있었다. 사실이라면 7조원이 훌쩍 넘는 사업 예산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방산업계는 이밖에 인도네시아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16V 전투기 약 32대 구매 계획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말까지 Su-35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11대를 11억 4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에 구입한다는 세부 내용까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한국 입장이 난감해졌다. 인도네시아를 방산업계의 신남방정책 국가로 꼽고 KF-X 사업 등에 대해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과 11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KF-X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협의한 바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도 같은 해 12월 마흐푸드 엠데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을 만나 KF-X 사업 성공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방산업계에선 인도네시아의 이중 행보를 정부 차원에서 엄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단순 협상 차원에서 KF-X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건지, 우리 정부의 KF-X 사업 성공 여부를 의심하고 있는 건지 등 실제 의도를 알아봐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도 플랜 B를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국내적으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의 불협화음이 무기 도입을 둘러싼 혼선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공식적으로 KF-X 사업 지속 추진 의사를 피력해왔다”며 “분담금 납부 등을 놓고 꾸준히 협의를 이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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