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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③ 전투원 생존성 강화- 방탄 장구류

머린코341(mc341) 2020. 3. 23. 21:29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무게를 줄여라" 안성맞춤 신소재 개발 집중을


③ 전투원 생존성 강화- 방탄 장구류


주요 전쟁 사상자 20% 탄자·60% 파편 부상
공격으로부터 전투원 방호하는 방탄복
노출면적 줄이고 재료·두께 바꿔 생존성 강화


“무겁고 불편” 만족도 낮아… 하중 줄이는 연구 활발
‘일체형 방탄슈트’ 도입한다면 12㎏ 목표중량으로
“미래 위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해야”


지난해 12월 육군특수전사령부 흑표부대 특수임무대 장병들이 워리어플랫폼 장비를 착용한 모습. 흑표부대는 현재 워리어플랫폼 장비를 갖추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종원 기자


국방일보와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두 번의 연재를 통해 미래 전장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육군이 내놓은 비전인 워리어플랫폼의 이상과 현실을 번갈아가며 조명했다. 이번에는 워리어플랫폼의 중요한 요구능력 중 하나인 생존성(Survivability)에 대해 다뤄보겠다.


생존성은 적의 공격이나 환경적 요인 등의 위협으로부터 전투원을 얼마나 방호할 수 있는가를 뜻한다. 흔히 알려진 방탄(Ballistic Protection)은 적의 주요 공격 수단인 소화기탄의 탄자(Projectile)나 고폭탄·세열수류탄 등의 폭발로 발생하는 파편(Fragments)의 위협으로부터 전투원을 방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워리어플랫폼 구성 품목 가운데 생존성과 가장 밀접한 방탄헬멧, 방탄복, 방탄판을 사례로 워리어플랫폼의 생존성 강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상자 대부분 파편 피해… 방탄이 중요한 이유


전투원의 방호(Protection)와 관련된 구성 품목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복(Vest)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방호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어 방탄헬멧(Helmet), 보호의(Clothing), 전투화(Boots), 장갑(Gloves) 등이 방호시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투 사례나 전투 피해에 대한 문헌에 따르면 6·25전쟁 등 주요 전쟁에서 사상자 10명 가운데 2명이 탄자에 의한 피해였고 6명 정도가 파편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치명상을 입은 부상자 4명 중 3명가량은 파편 때문인 것으로 나온다.


김 팀장은 “방탄복과 방탄헬멧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나일론의 뒤를 잇는 아라미드 섬유의 등장으로 이른바 ‘섬유혁명’이 일어난 1970~1980년 이후 지금까지 전장에서 전투원의 주요 위협은 탄자·파편이라는 본질이 크게 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방탄 분야 연구에서 취약성(Vulnerability)은 위협에 의해 표적이 피해를 보는 양적 척도로 정의된다. 그는 “이 양적 척도는 표적이 위협에 노출되는 면적(Projected Area)에다 이 노출면적에 타격돼 무력화(Neutralization)되는 조건부 확률을 곱한 확률값으로 계산한다”며 “이 결과를 취약면적(Vulnerable Area)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방탄헬멧과 방탄복 연구개발의 설계 단계에서는 노출면적 대비 방호면적을 정의한다. 또 방탄재료를 다양하게 조합해 탄자·파편이 완전 관통돼 피해를 보는 경우와 부분 관통돼 피해를 예방하는 경우의 확률이 50%가 되는 방호탄도한계(PBL)를 충족하는 것을 검증하는 과정도 거친다.


김 팀장은 “이론적으로는 생존성을 확률값으로 정의해 증명하면 ‘생존성=1-취약성’이라는 관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전차·장갑차 등 기존 장비의 생존성 강화 방법을 설명한 뒤 이를 전투원의 경우에 적용해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기동장비의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기동성을 높이거나 노출면적을 줄이는 등 타격 자체를 거부하는 타격회피 방법(생존성 강화)과 관통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 재료의 선택, 두께·경사각 선정 등을 수행하는 관통회피 방법(취약성 최소화) 등이 있다.


전투원의 경우는 파편으로부터 신체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80J이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즉 수류탄이 폭발해 발생한 1g 이하의 작은 파편이 400m/s 이상의 속도로 인체에 전해지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풀이했다.


전투원은 기동장비와 달리 장애물을 이용한 은폐·엄폐가 타격회피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방탄헬멧과 방탄복을 통한 취약성 최소화는 생존의 최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의 생존성 강화에서 방탄헬멧과 방탄복 연구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무거운 방탄 장구…세계시장의 해결책은


하지만 그는 워리어플랫폼 구성 품목에 대한 훈련 결과를 분석한 결과 현재 사용 중인 방탄 장구류는 비교적 만족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무겁고 불편하기 때문’을 꼽았다.


김 팀장은 그러면서도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 방탄에 관한 특허출원 현황 등을 보면 여전히 방탄 장구의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 세계 방탄헬멧 시장의 70%가량이 방탄 성능을 높이는 추세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 방탄 재료에 대한 연구 중 세라믹 재료,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섬유 등의 연구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아직 방탄재료에 대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적어도 2023년까지는 하중에 대한 불만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화·모듈화 설계가 세계시장의 단기·중기적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세계 방탄헬멧 연구개발의 약 70%가 방탄 성능 강화에 치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20%는 경량헬멧, 10%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분산돼 있다.


이 밖에도 폭압으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TBI)을 막기 위한 기초연구나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방탄헬멧 내장 패드 개발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탄소재의 경우는 1970년대 미국 듀폰(Dupont)사가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케블라(Kevlar)라는 상품이 등장한 뒤 지금까지 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한 조합이 이어지고 있다.


김 팀장은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개인방탄 시장은 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 디자인·봉제하는 레드오션(Red Ocean)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방탄 분야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재 한국의 국방 연구·개발(R&D)은 국가연구개발과 민군협력을 기반으로 활로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김 팀장은 “방탄 분야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라 전력지원체계로 분류돼 있어 정책적 관심과 재원의 집중도가 미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체형 방탄슈트, 언제쯤 도입 가능할까


그는 워리어플랫폼 가운데 가장 ‘심미적 혁신성’을 보유하고 있는 개념으로 ‘일체형 방탄슈트’를 꼽았다. 하지만 일체형 방탄슈트 도입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가정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김 팀장은 가장 명확한 가정으로 ‘취약면적의 유지’를 꼽았다. 최소한 2035~2050년까지는 전투원의 취약면적이 지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약면적은 인체의 체표면적(BSA)에 비례한다. 현재 우리 군에 입대해 장병이 될 20~24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71.2㎏, 평균 신장은 174.2㎝다. 이를 바탕으로 체표면적을 추산하면 1.86㎡를 얻을 수 있다.


김 팀장은 “체중과 신장의 증가세가 가파르지 않고 증가에 따른 체표면적 변화의 민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취약면적 역시 지금과 거의 동일할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탄소재 역시 더딘 발전세를 보일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먼저 김 팀장은 “방탄시장은 전장에서 위협이 되는 ‘창’의 발전에 대응하는 ‘방패’로 동반성장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앞으로 ‘창’의 운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준 사격을 통한 제압보다는 소규모 공중 폭발 등에 의한 파편 효과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도시화로 인해 실제 대인 간 교전이 압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소구경 직사화기의 유효사거리보다 훨씬 짧은 거리에서 사격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막을 방탄 섬유재료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김 팀장은 “만약 앞으로 지금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탄 신소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체로 1㎡당 6㎏ 정도의 섬유소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몸 전체를 마치 아이언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감싼다면 전투원은 약 12㎏ 정도의 무게를 가진 방탄슈트를 장착해야 한다. 그는 “워리어플랫폼에 일체형 방탄슈트를 도입한다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약 12㎏을 목표중량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체형 방탄슈트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이뿐만 아니라 극도로 전문화된 과학기술 기반이 필요하다. 김 팀장은 “우리 국방 R&D가 이런 고난도 연구를 보장하고 기다릴 수 있을지가 정책적 관건”이라며 “미래 전장환경에서 전투원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선결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자료 제공=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기자 guns13@dema.mil.kr


[국방일보] 2020.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