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각''탄두 위력' 이례적 표현 쓴 北, 벙커버스터 실험 가능성
벙커버스터 같은 관통형 탄두 개발 가능성
동시탄착 개념으로 살상력 배가 관측도
풀업기동, 저고도 비행은 여전히 시험 중
[중앙일보] 이근평 기자 = 북한이 지난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실시한 전술유도무기 시범 사격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담겨있다고 군과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 매체가 ‘낙각 특성’, ‘탄두 위력’ 등 이례적인 표현으로 해당 시험을 설명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21일 북한이 실시한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 중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체가 쏘아올려지고 있다. 해당 발사체는 지난해 8월 북한이 선보인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와 유사하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군 당국은 우선 북한의 이번 발사체가 지난해 8월 10일과 16일 쏘아올린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와 같은 종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한 전날 시범 사격 사진 속 발사체는 지난해 8월 북한이 쏜 이들 발사체와 외형이 유사하다. 이 발사체는 미국 육군의 전술미사일 시스템(ATACMS)과 비슷하다고 해서 ‘북한판 에이태큼스’란 별명이 붙었다.
현재 한·미가 운용하고 있는 에이태큼스의 경우 탄두 1개에 500~950여 개의 자탄(子彈)이 탑재돼 축구장 3~4개 넓이(400×500m)를 초토화할 수 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KN-23) 계열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발표에서 ‘전술유도무기’와 ‘새 무기체계’를 혼용해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알려진 무기를 각각 전술유도무기와 새 무기로 구분해 명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술유도무기 시범 사격을 통해 새 무기체계가 인민군 부대에 인도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에이태큼스에서 볼 수 없는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이 이번 시험 발사에서 포착된 점도 특이하다.
군 당국은 무기 체계의 종류 외에 시험 특성을 설명하는 북한 발표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시범사격에서 서로 다르게 설정된 비행궤도의 특성과 낙각 특성, 유도탄의 명중성과 탄두 위력이 뚜렷이 과시됐다”고 밝혔다. 풀업 기동과 더불어 탄두의 비행 궤적을 놓고 위력을 배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 21일 진행한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에서 발사체가 표적섬을 타격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무엇보다 탄두가 수직으로 낙하하도록 탄환 낙하선을 조정하는 이른바 낙각특성을 언급한 데서 벙커버스터와 같은 관통형 탄두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분석이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면에 수직으로 꽂힌 뒤 폭발하는 게 관통형 탄두의 특징”이라며 “탄두 외피의 강성을 높이는 등 고도의 기술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동시탄착(TOT·TIME on TARGET) 능력을 시험했을 수도 있다. 발사 시점은 다르지만 탄착 시점을 같게 조정함으로써 적의 대피 시간을 뺏고 살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 발표 중 ‘서로 다르게 설정된 비행궤도의 특성’이라는 내용이 있다”며 “동일 플랫폼에서도 다른 비행궤적으로 연속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여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1일 시험한 발사체 2발의 발사간격은 5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TOT 능력을 강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연발 성능을 보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이번 발사체가 410㎞를 날아가면서 약 50㎞의 저고도 비행과 풀업 기동 특성을 보였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은 고도 20㎞에서도 요격이 가능하지만 다수 미사일이 저고도로 날아올 경우 요격 시간이 짧아져 놓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은 지난해 5월 고도 60여㎞로 KN-23의 시험 발사를 시작하더니 이어 고도 30㎞로 발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저고도로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 요격이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이 같은 시험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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