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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논문] 점진적·단계적 통일론

머린코341(mc341) 2014. 10. 16. 12:17

[국방논문] 점진적·단계적 통일론

 

이 글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이 실현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의 정책결정자들과 전문가집단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일비용과 이질성 문제를 통일방안의 논리구조 속에서 완벽하게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진하면 남북한 정부가 통일에 따른 문제들을 협의·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통일비용과 부담이 줄지 않는다면 완전 통일의 시점을 늦추면 그만이다.

 

또 남북한의 합의통일을 전제하기 때문에 북한을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을 염려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통일방안이 유행한 것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점진적·단계적 통일이 실현가능하고 한국정부가 통일 과정을 조절 통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합리적인 통일방안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점진적·단계적 통일의 핵심 가정은 북한정권이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을 통해 변화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정권이 변할 것이라는 가설이 기각되는 순간 점진적·단계적 통일론은 무너진다.

 

그렇다면 북한정권의 변화 가능성을 살펴보자.

 

북한정권이 민주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민주개혁은 수령과 공산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허물고 기득권 구조를 약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정권이 민주개혁을 통해 권력분산에 나선다면 공포통치와 압제로 유지되는 정권의 속성상 강력한 정치적 저항에 부딪쳐 무너질 가능성만 높아질 것이다.

 

점진적·단계적 통일에서 상정하는 남북한 합의통일도 불가능하다.

 

합의통일을 실현하려면 남북한 정부의 일방이나 쌍방이 주권의 전부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정권이 민주주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한국정부가 우리 체제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합의통일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권력의 속성상 북한정권이 주권의 전부나 일부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이 남한 주도의 즉각적 흡수통일을 요구하면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독일통일은 좋은 선례다.

 

동·서독의 정치 지도자들과 주요 정당 심지어 민주개혁 운동을 주도한 동독의 시민운동 세력들까지 조약공동체와 국가연합을 통한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진했다.

 

그러나 동독주민들은 경제적 풍요에 대한 열망으로 조기통일을 요구했다.

 

그 결과 독일통일이 실현되었다.

 

북한주민들은 동독주민들과 같이 조기통일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주민들은 정권 붕괴 이후 경제적 전환과 개혁 과정에서 실업과 경제침체 등의 어려움을 견뎌야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남한의 경제발전은 동독에서 경험한 것처럼 경제적 풍요를 원하는 북한주민들의 통일열망을 폭발시킬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북한 붕괴 시 남한 중심의 민주적 통일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

 

 

[출처] 세종연구서. 세종논평. No. 288. (2014. 9. 26)

[저자]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리] 아침안개. 2014.9.25. http://citrain64.blog.me/220133843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