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속 전 개
급속전개! 난 지금도 이 말만 들으면 옛날의 생각 특히 군대 생활 중 정말 군대생활을 열심히 했던 때의 생각이 나고 온 몸의 피기 끓는다.
중위때 포병교육을 안 받은 상태에서 뛰어만 다니고 고함만 꽥꽥지르며 군대생활을 한건 그렇다 치고 1차 파월 후 육군 포병학교 교육을 받고 정말 포병장교로서 지식과 긍지를 가지고 중대장을 하다가, 내 신경의 변화로 장기복무의 꿈을 접기 전엔 정말 군대 생활을 열심히 했었다.
그 당시의 나의 체험담이다.
포병에는 기준포 중대란게 있다. 보병으로 말하자면 선임 중대같은 건데 포병에는 그 임무가 좀 다르고 일이 많다. 그 중 제일 중요한건 대대 ATT(포병 전술 훈련) 중 급속 전개라는 게 있는데. 그걸 기준포 중대가 맡는다.
기준포 중대는 포병대대의 A B C(알파 브라보 찰리라고 부르지 절대로 에이 비 씨라고 부르진 않는다.) 중대 중 B중대가 맡는다. 항상, 중대 단독으로, 거기엔 대대장이나 작전참모나 어떤 선배장교의 도움도 없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훈련 과정이 있으니까.
여단에서 근무하거나 좋은 보직에 근무한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단에서 빡빡기던 사람들은 ATT 라는게 얼마나 무섭고 힘드는 훈련인지 잘 알거다.
즉 그 포병 부대가 얼마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느냐를 시험을 보는 것이다.
학교로 말하자면 기말고사 같은거……. 통제단이 있고 미 군사고문관까지 합세해서 피검부대는 아주 쩔쩔매는 훈련이다. 가장 몸이 다는 사람은 대대장이고…….
만약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대장은 진급에도 영향이 있지만 그 화를 예하 부대가 그대로 받아야 하니 그 정황은 짐작이 갈 것이다.
포병에서는 그 훈련 중 꽃이 바로 급속전개이다.
일 복 많은 나는 11연대 3대대에서도 B중대장 월남에서도 B중대장 김포에서도 B중대장을 했다. 월남에서야 ATT훈련이 없었으니까 그냥 PR사격(소총으로 말하자면 영점 조준사격) 을 몇 번 더 하는 거지만,
처음 포항 양포에서 ATT때 급속전개를 하다가 전포대 닷지차가 앵꼬가 되어 혼이 나기도 했다.
급속 전개란 계념은 이렇다.
곡사 견인 포병이 이동 중 전방 보병들이 최악의 경우를 만나 꼭 이동 중인 포병밖에 지원해 줄 부대가 없다는 가정하에 행하는 사격훈련이다.
보병이나 기타부대와 달라 포병부대는 사격을 하기 전에 먼저 진지를 점령해야 하고 또 부대의 안전이나 방어도 고려해야 하며 후속부대의 통행에 방해가 되어도 안 된다.
또 근본적으로 신속과 사격의 정확도도 배제해선 안 되니 훈련 중의 훈련이고 사격중의 사격이다.
진지를 점령하고 자위조치를 취하고 중앙포(3포 4포)가 포를 쏴서 조정하여 중대 효력사(탄착이 목표의 50m 이내에 들어가서 중대 전체의 6문의 포가 사격준비 완료) 준비 끝! 이 이 훈련의 종료이다.
이걸 3분 내에 끝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나 착오도 용납돼지 않는다. 보통은 3분 내에 절대로 끝낼 수 없지만,
생각해 보라 차에 포를 달고 운행 하다가 전방 보병들의 다급한 상황으로 끌고 가든 포를 사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71년 늦여름 2차 파월후 김포여단에 배치 받았는데 당시 대대장은 나에게 육군 포병학교를 나왔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내 복무 카드를 보더니 2중대장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또 2중대장(브라보 중대장)에 명받았다.
부임 하자 말자 대대 ATT가 연천에서 육군의 50개 포병대대와 우리 대대가 한다는 거다. 훈련의 성적을 서열로 발표 한다는 거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ATT를 열 번도 더 해본 나지만 이건 예상 밖이었다.
난 김포는 전방이라 훈련이 아주 잘 된 부대인줄 알았다.
부대를 인수하고 훈련을 시켜보니 이건 사단포병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RSOP(진지 점령훈련)도 일 년에 몇 번 안 해 봤다는 거다.
김포의 포병의 임무는 고정 방어 포병이 임무였다.
이런 부대를 끌고 육군의50개 대대와 경쟁을 해서 일등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옥살이 하고 나와 부대를 점검했을 때도 이랬을 것이다(이건 정말 망발이다).
대대장이 누구냐! 동래고등학교의 깡패출신 아닌가?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단 말은 익히 들었고,
그때부터 훈련을 시작 했다. 포병은 소대가 없는 대신 전포대, 야포, 본부 이런 식이다.
전포대장과 전포대 선하는 그럭저럭 쓸 만했다.
해서 그들은 그들대로 FDC(사격 지휘소) 훈련은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고 각포와 나머지 부서는 부서장을 지휘하에 훈련에 들어갔다.
그래도 해병은 해병이었다.
얼마 아니 가서 자리가 잡히고 손발이 척척 맞아 날쌔고 정확한 포병이 되어 갔다.
이런 식이면 육군과 경쟁해도 두려울 게 없었다.
대대장도 시간이 나면 들려서 보고 만족해하며 격려해 줬다.
초겨울이 되어 서울 외곽을 거쳐 연천으로 수도경비사의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이동했다.
포와 탄약을 분리해서 수방사의 통제를 받으며,
제길 제군대도 이리 겁이 나서야 왜 대통령을 세 번씩이나 하나 싶을 정도로......
서울은 꼭 야간에만 통과가 가능하여 운전병들의 졸음이 제일 큰 문제였다.
몇 키로 가다가 차를 세워 운전병 세수시키기를 반복하며 행군했다.
연천에 도착하니 두려운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 애들이 육군 애들 두드려 패는 일이고,
둘째는 우리 애들이 남의 물건 훔치는 일(김바이)이고
나머지는 훈련의 결과이다.
연천에 도착해서 저녁이 되니 대대장이 각 중대장을 집합시켰다.
찦차에 태워갖고, 저녁 식사를 대대장이 중대장들에게 대접하고 2차로 방석집엘 데리고 갔다(?).
통상적으로는 이해 못할 일들이었다. 아가씨들을 하나씩 배급을 주며 한 말씀 하셨다.
“그동안 나에게 불만이 많을 줄 안다, 미안하다. 부대를 지휘하자니 어찔수 없었던 경우도 있고 또 내 성질이 더러워서 그랬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내게 약간이라도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 한다면, 이번 ATT에 최선을 다해다오.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가 육군이니 망신은 안 당해야 할 것 아니냐" 며 특히 2중대장 좀 잘 부탁한다.
과연 동래의 건달다웠다.
우리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대대장님 최선을 다해 기필코 좋은 성적을 올리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하며 좋은 성적을 올리자고 마음속으로 다짐 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지휘관들은 모여서 그 근방의 지형을 정찰하며 여기서는 무슨 훈련을 하고, 급속전개는 아마 저기가 될 테지, 하며 지형을 연구하고 대원들에게도 정신 무장을 시키고 훈련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훈련이 시작되었다. 모든 훈련은 해병대가 우수한 게 판명나고 좋은 성적으로 진행되었다.
지원병의 장점이 드러난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
이제 내 중대가 이동을 시작했다.
Full T/O의 포병 중대의 이동이였다.
선두가 중대장 찦차이고 두 번째가 전포대장의 닷지차이고 3포, 4포, 1포, 2포, 5포, 6포, 탄약차 4대, 주개차 1대, 예비차 1대 도합 14대의 차가 시속 40km정도의 속도로 무전기에 귀를 기울이며 전진 전진한다.
예상했든 지점이 가까워 오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지고 흥분이 최고에 달한다.
수십 번을 해 보지만 급속전개를 기다리는 흥분은 매번 똑 같다.
드디어 무전기의 라우드 스피커에서 카랑카랑 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통제단으로부터
“OP로부터 사격임무,
좌표 AB765 987
방위각 5600
접근하는 보병 1개중대
조정!”
말소리가 떨어지자 말자 중대장의 찦차는 최고의 속력으로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이미 타임책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곳에서 예상했던 임무를 부여 받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있을 수 없다.
찦차는 미리 보아두었든 지점을 향해 쏜살같이 질주하고 그 뒤를 3, 4포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찦차는 미리 예상했던 공터에 끽 소리를 내며 정차를 하고 중대장은 뛰어 내리고 3포 4포는 방향을 바꿔 포를 앞세우고 후진을 시작 하고 3포 4포분대장은 포옆에 붙어서 뛰어 오며 중대장을 주시한다.
중대장은 3포 분대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대목을 난 제일 좋아하고 신명이 난다.) 발뒤꿈치로 땅을 콱 찍으며 손가락으로 발뒷굼치로 찍은곳을 가리키며
“3포 자리 이 자리!” 다시 손을 들어 포구의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포구 방향 이 방향” 이라고 큰 목소리로 고함친다. 자동차의 엔진소리나 포의 바퀴소리보다 더 크게, 이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모든 통제단의 눈은 중대장에게 집중되고 마치 영화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또 중대장의 모션은 실제 채점과도 상당히 관계가 있다. 따라서 몇 번이나 연습해 보곤 한다.
지도를 줄곧 주시하며 따라오던 전포대장은 번개같이 차에서 뛰어 내려 HCO와 VCO를 데리고 한쪽구석에서 M10 계산판으로 열심히 재원을 산출한다.
이때 전포대 선임하사는 방향틀을 설치하여 포를 방열해 놓고 잽싸게 대원 둘을 데리고 급하게 도판 설치작업을 서두른다.
모두들 전포대장의 입을 주시한다. 이미 3포와 4포는 포의 방열을 끝내고 전포대장의 명령만 기다린다. 전 대원들은 가슴을 졸인다. 여기서 전포대장이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만사가 후유이다.
드디어 전포대장의 명령이 하달된다. 모든 송수신기가 설치전이니 오직 육성만이 유일한 명령 전달수단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전포대장과 포 분대장은 유선으로 통화 한다.
각포 사격임무! (효력사 에는 중대 전체가 사격한다는 의미)
"중대수정" (우선 조정사격은 3포와 4포만 사격한다는 의미)
'HE탄" (고폭탄)
"Lot X " (제조번호, 보통 2-3가지를 보유함, 제조 번호에 따라 재원이 조금씩 다르다.)
"장약 4호" (7개의 장약 중 4개의 장약만 사용한다는 의미)
"순발신관 "
"중앙 하나 발 "
"편각 2750"
"사각 356"
"중앙 준빗!" (방앗끈을 잡으라는 뜻)
하며 전포대장은 중대장과 눈을 맞춘다. 안전장교이며 지휘관의 승인을 바라는 것이다.
나는 이미 쌍안의와 M2 컴퍼스로 대략의 제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큰 오차가 아니면 사격을 승인하는 게 나의 지론이다 .
크는 애들 사기문제도 있고, 이미 월남과 한국에서 수만 발의 사격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중대장은 육군중대장들 같이 안전말뚝을 세우고 포구가 얼마이상 못 올라가게 장대를 가로로 세우고를 하지 않는다.
눈으로 승인 신호를 끄떡한다.
자기의 재원이 맞은 전포대장의 그 환희에 찬 표정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드디어 전포대장의 확신에 찬 목소리
“쏴!”
쿠궁! 두발의 초탄이 발사된다. 통제단은 급히 책크한다.
초탄 발사 시간.
포탄이 발사되고 그 가슴조리는 시간은 겨우10초 정도인데 무척 길게 느껴진다.
OP에서 확인이 되어야 비로소 사격을 성공한 셈이니까.
OP확인! 라우드 스피커에서 울리는 소리다. 모두들 환희에 찬 목소리
“야~~!”
좌로 200, 줄이기 200
비록 200m 오차이지만 도판도 없이 하는 급속전개 초탄치곤 매우 양호하다. 어떤 때는 OP에서 확인조차 불가할 때도 있다.
전포대장은 이제 M10계산 판을 버리고 전포대 선하가 설치해놓은 도판에서 정확한 재원을 적용해 정확한 사격명령을 하달한다.
이때는 나머지 포들도 방열이 끝나고 중앙포의 재원을 같이 장입한다.
즉 중대 전체의 포구가 같이 움직인다.
이때 중대 선하는 사격에 참여하지 않는 대원을 데리고 다니며 진지 방어계획을 수립한다. 예상되는 적 전차의 접근로, 기관총의 위치 등, 이것들도 채점 과목이다.
다시 신이난 전포대장의 사격 명령이 계속된다.
'편각 2753 (2탄부터는 이 명령부터 시작한다. 시간 절약상)
사각 355
중앙 준비 쏴!
이젠 중대장의 눈치를 안 본다.
OP확인 우로 50, 더하기 50, 효력사!
신들이 난다.
사격법 정정! 중대 하나 발!
편각 2752
사각 356!
사각이 나가면 모든 포는 실탄을 장입한다. 그때까지 육군은 실탄을 장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허나 해병대는 실탄을 장입했다.
“사격 중지 각 포 포 뒤로 모여!”
통제관의 명령이다. 이때는 비록 육군 장교의 명령이라도 철저히 복종해야 한다.
혹시 틀리게 장입한 비 사격포들의 재원을 포 대원들이 살짝 고칠가봐 하는 통제단의 명령이다.
모든 시간은 2분 50초이다. 훈련 때보다 0.5초 앞 당겨진 기록이다. 이정도면 급속전개로선 단연 1등이다.
시합의 강평회의에서 해병포병은 2등을 했다. 김이 새고 울화통이 터지는 대목이다.
대대장은 2등이 일등이라고 말 했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통제단장(육군 대령)에게 항의 했다. 1등한 채점표 좀 보자고 했더니 해병대가 제일 잘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군에서 포술을 배운 해병대가 일등을 하면 육군 체면이 뭐가 되냐는 것이다.
그럼 애초 등수를 매기지 말지 뭤하려고 매겼냐니까,
제도가 그러니 어쩌겠냐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씁쓸했다.
여담이지만 흥분한 우리 애들이 일등한 육군 대대장이 일등잔치에 술을 많이 먹고 술 취해 잠자는 육군 대대장을 침대에서 매트채 들어 내리고 그가 자고 있는 침대를 우리 애들이 훔쳐 와버렸다.
혼비백산 당황한 육군 대대장이 우리 대대장에게 애걸하며 통 사정을 했다. 해병대가 자기 침대를 훔쳐 갔다는 것이다.
대대장이 누구냐. 시치미를 딱 떼며 "왜 우리 선량한 해병을 의심하느냐 매우 기분 나쁘다.
우리 애들은 절대 남의 것을 훔치는 애들이 아니다.(?) 정 못 믿겠으면 직접 찾아봐라. 허나 만약 없으면 그땐 당신을 그냥두지 않겠다." 라고 말하니.
육군 대대장왈 "만약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자기는 옷을 벗어야 한다." 며 무릎을 꿇고 하도 애걸복걸을 해서서 우리 대대장이 중대장들을 긴급 소집해서 같은 나이 같은 계급의 육군 대대장이 불쌍하다며 중대장들에게 사정을 해서 중대장이 해결 해 봐라 라고 명했다.
각 중대장들이 각자의 중대로 돌아가 아무리 침대를 찾아봐도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내 생각에 아마도 급속전개의 성적에 불만을 품은 우리 애들 소행같았다.
난 대원들 전체를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우리에겐 침대 하나지만 육군 대대장은 15년 군대생활이 이것 때문에 끝날 수도 있다.
우리의 1등을 훔쳐는 갔지만 이건 그의 장난은 아니고 대세에 의해 그들이 1등을 한 것이고 우리와는 원한 관계는 없다고 일장 제법 감동어린 연설을 했더니
물건만 나오면 처벌은 없느냐고 다짐하는 분대장이 있었다. 3포 분대장이였다.
"중대장이 맹세코 어떤 처벌도 않겠으며 상부의 어떤 처벌도 막아줄것" 이라고 약속하니 물건이 나왔다.
3포차 하부 푸로펠라 샤우드와 차체 사이에 침대를 접어서 철사로 부꺼러메 놓았다. 그러니 아무리 차 밑을 봐도 보이지 않았다.
전포대 선임하사의 침대가 부실해 그를 줄려고 그랬다는것이였다.
참 기특한(?) 애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애들이 그립다.
'★해병대 장교 글 > 해간35기 숫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 김전식 (0) | 2015.01.04 |
---|---|
미 해병대의 전우애 (0) | 2015.01.04 |
포병 2중대 지휘記 (0) | 2015.01.04 |
선 발 대 (0) | 2015.01.04 |
미 해병대의 규정 (0) | 2015.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