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28) - 해병대로
원산 함흥지구 철수 이후 해병대 재정비 기간에 나는 해군에서 해병대로 소속이 바뀌었다.
미리 그렇게 정해져 있던 운명의 날이 다가온 것이다.
“어이! 공소령 아니오? 잘 만났소. 그렇지 않아도 한번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1950년 11월 말이었다. 진해 해군통제부 영내로 들어가는데, 지나가던 지프가 내 옆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면서 김성은 해병대참모장이 내렸다.
제1연대 제1대대장 발령
“아, 참모장님이 여긴 웬일이십니까.”
오랜만에 존경하는 선배를 만나 존경심에서 우러난 경례를 붙였다. 김 대령은 반갑다고 내 손을 잡고 흔들면서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냈다. 이번에 새로 해병대 연대를 창설하는데 해병대에서 같이 싸우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해병대로 가서 참모장님 모시고 함께 싸우겠습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즉석에서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오랜 함상생활에 지친 나는 육상 근무 발령을 기다리면서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 휴식을 마다하고 해병대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김성은 참모장은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지프에 올라 갈 길을 갔다. 나도 통제부에 들어가 볼일을 봤다. 다음날 아침 나는 새로 창설된 해병대 제1연대 제1대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고길훈 소령 후임이었다.
해병대 재정비는 연대 창설이 주축이었다. 여기 저기서 벌어지는 작전에 급하게 쫓아다니느라고 해병대는 대대가 넷이나 되는 데도 연대 단위가 없어 불편이 컸다. 무엇보다 인사·보급·후생 같은 업무에 지장이 많았다.
사령부까지 일선 부대를 따라다니며 현지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체제였기 때문에 일선 부대 지원업무는 모두 해군이 대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교육문제였다.
화천 지구 전투 후 백년전우이자 선배 해병인 김성은(오른쪽) 1연대장과 1대대장인 필자가 승리를 기념하여 함께한 사진
1950년 10월부터 추진 중이던 간부후보생 3기부터 6기까지의 위탁교육 추진과 특과장교 및 간부후보생 자체 교육요원 부족으로 인해 부대 개편을 더 늦출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연대를 창설하게 됐고, 초대 연대장에 김성은 대령이 발령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를 만나 해병대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멋진 해병대 지휘관이 되리라'
나는 해병대를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순사건 당시 처음 해병대 창설을 건의한 사람이다. 그때 손원일 제독이 “공대위 말이 맞소”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이 계기가 돼 해병대가 창설됐으니 기가 막히는 인연이 아닌가.
여순사건 직후 한국 최초의 전함인 백두산함 인수요원으로 미국에 갔을 때, 나는 미국 해병대를 보고 부러움과 감동을 느꼈다. 귀로에 하와이 진주만에 기항했을 때였다. 상륙돌격형으로 머리를 짧게 깎은 미 해병대원들의 엄정한 군기를 보고 나는 놀랐다. 상급자의 구령에 맞춰 뛰고 구르며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저런 군대도 있구나 싶었다.
나도 드디어 해병대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멋지게 한번 해 보리라, 멋진 해병대 지휘관이 되어 보리라 결심을 다졌다.
해병대 선봉 제1대대장 시절의 필자
김성은 연대장은 연대 창설 인사에서 인천상륙작전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대대장들을 모두 뺐다. 그들에게 휴식을 줘 노고에 보답하려는 배려였다.
김윤근 제3대대장 후임에는 제2대대 부대대장 김용국 소령, 김대식 제5대대장 후임에는 사령부 작전참모 오명복 소령이 임명됐다. 염봉생 제2대대장이 유임된 것은 김종기 소령과 교대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체제를 개편한 해병대 단위부대들은 각 주둔지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면서 교육훈련에 들어갔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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