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은 절대 도망 안간다.
그해 7월초 난 상병이었다 .
연일 장맛비가 계속되는데 우리 대대는 야간 공격훈련이 있었다.
우리 통신병은 하사관 1명 병 4명으로 유선가설병으로 5중대에 배속되었다.
SB22 교환기 1대, 와이어(일명 삐삐선) 1드럼, TA312 전화기 및 무장과 공기구를 울러메고 보병중대에 배속받아 중대본부를 따라다닌다.
물론 비가 와 교환기와 전화기는 판쵸로 꼭꼭 싸가지고 전투무장에 통신장비를 추가로 메고 가기때문에 보병보다 더 힘들다.
장마철이라 하루종일 비가 오는데 훈련은 아침부터 계속 이어진다.
저녁식사는 비가 오는데 밥차로 배식을 받아 신작로 길가에서 때우고 드디어 일몰시간에 맞추어 400여 고지를 공격 탈환하는 작전이다.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함성을 지르며 논길, 밭길을 통과 고지를 향하여 공격대형으로 돌진한다.
그러나 칠흑같은 어둠과 굵은 빗방울에 공격은 더뎌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현위치에서 방어에 임하게 된다.
이제 우리 통신병의 할 일이 생겼다.
나무가지에 판쵸를 묶고 바닥에 한 장 깔고 교환기를 설치하고 방어붙은 각 소대, 중본, 81m, 화염방사기 등에 삐삐선을 깔고 전화기를 달아주고 교환근무에 들어갔다.
각 소대에 전화호출시험을 완료하고 자리를 잡으니 천막처럼 쳐 놓은 판쵸가 아래로 축 쳐져 아슬아슬하지만 아쉬운대로 교환병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30 여분이 지났을까.
정 병장님이 천 반장(하사)님한테
"반장님 우리 마을에 내려가 막걸리 한잔 합시다." 한다.
천 반장이 "야! 이 밤에 어딘줄 알고 마을에 내려가냐."하니까
정 병장이 "한번 내려가 봅시다." 하면서 졸라대니
천 반장이 "그래 한번 가볼까" 하고 둘이서 한잔하러 하산을 했다.
천 반장과 정 병장이 하산하고 우리는 1명이 교환근무하고 둘이는 잠을 청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근무하던 김 일병이 깨운다.
"강 상병님 이상합니다."
"와! 무슨일이야?" 하고 일어나니.
"이상합니다. 전화를 받지 안습니다."
나는 얼른 교환기의 핸들을 돌려봤지만 여기 저기 전화를 받지않 고 핸들의 돌림상태로 보아 단선이 난 것 같았다.
"이상하다 ..가보자."
중대본부와 화염방사기 쪽으로 가보니 아무도 없다.
급기야 소리질러 블러보지만 조용하였다.
얼른 교환기쪽으로 돌아와 각 소대의 삐삐선을 잡아당겨보니 딸려왔다.
우선 딸려오는대로 사려놓고 아무래도 철수한것 같아 교환기를 판쵸로 싸고 와이어를 걷고 철수준비를 완료하고 판쵸를 입고 천 반장과 정 병장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능선밑에서 랜턴불빛과 통신병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예 여기입니다." 하고 위치를 알리고 기다리는데
중대 선임하사와 작전하사가 산을 오르며 통신병과 천 반장을 부른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야 ~ 새끼들아 너히들 왜 철수 안해" 한다.
"철수하는 소리 못 들었습니다..."
"야! 임마~ 왜 못 들어." 한다.
칠흙같이 어둠속에서 굵은 빗방울소리에 웬만한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철수문제는 그렇다치고 천반장을 부른다.
큰일났다.
막걸리 먹으러 내려간 천 반장과 정 병장이 있는걸 알면 우리는 죽었다. 아니 영창감이다.
"천 반장 어디갔어!" 한다.
"예! 방금 바로밑에 똥 싸러 갔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소리지르고 급한데로 얼버무렸다.
그러자 선임하사님은 "천 반장" 하고 산아래로 대고 큰 소리로 부른다.
그때 마침 "예!" 하고 바지를 엉거주춤 올리며 천 반장이 올라온다.....
휴~~ 순간적으로 살았다는 생각밖에 없다.
"야..천 반장~ 철수준비하고 따라와" 하며 앞서 내려간다.
우리는 올라오지 않은 정 병장을 뒤로하고 하산하여 신작로길을 한시간여 걸었다.
오지않은 정 병장을 혹 뒤따아오나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간곳은 벽암지 유격훈련장 막사였다.
그러나 끝내 그날밤 정 병장은 오지 않았다.
막사에 도착하니 각 중대원들은 워카도 벗지 않은채 무장을 배개삼아 이미 코를 골고 있었다.
우리도 빈틈에 끼어 입은채로 골아 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작전장교 보좌관이 기상을 외치며 연병장에 집합하란다.
우리는 한시간여나 잤나 어지럽고 머리는 빙빙 돌았다.
어제 폭우로 공격을 못했으니 오늘 새벽에 고지를 공격 탈환해야 한단다.
각 중대 인원보고가 끝나고 어제의 공격지점으로 출발했다.
공격지점에 도착하니 작전장교의 작전지시를 듣고 중대별로 공격을 시작한다.
그때 중대 선임하사가 "통신병" 하고 부른다.
천반장이 "예"하고 대답하니
"너희들은 오늘 아침엔 필요 없어. 여기서 어데 가지말고 대기하고 있어..."한다.
"예! 알겠습니다."
각 중대는 함성을 지르며 고지를 향하여 돌격했고 우리는 비는 안 오지만 새벽이라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때 우리 김 일병이 "강 상병님" 하고 부른다.
"왜"하니 "저기 보리단 노적가리 굴파고 들어갑시다."
집채만한 노적가리의 보리단을 빼내니 굴이 되었다.
우리 통신병 4명은 들어가 웅크리고 누가 먼저랄것 없이 코를 골고 잠을 잤다.
얼마나 잤을까 ...군가소리에 잠을 깨 얼른 나가보니 고지를 탈환하고 돌아오는 우리 대대원들이었다.
우리는 얼른 나와 박수로 환영하며, 이제 이곳을 떠날 우리부대를 생각하며 돌아오지 않은 정병장을 걱정하며
"천 반장님! 정 병장은 어찌합니까?" 하니
"괜찮아, 지가 도망가것냐.? 제대도 얼마 안남은 병장이....."
그때.....돌아오는 부대 맨 후미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비식 웃으며 오는 정 병장...
아 ~~ 우리는 안심을 했다.
천 반장 ..하는말 "봐라, 지가 오지 안오냐......!."
훈련 끝나고 어제 천 반장은 어떻게 그때 딱맞게 왔읍니까.? 물으니.
둘이 마을 가게에서 한잔하고 돌아가자고 하니 정 병장은 한잔 더 마시고 온다고 해서 그래 바로 와라하고 돌아오는데 산 밑으로 랜턴불빛이 가고 있어서 조용히 따라와 보니 우리 통신병을 부르더랍니다.
그래서 뒤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마침 똥싸러 같다고 하길래 얼른 바지를 내리고 대답하며 올라왔구요.
정 병장은 한잔 더 하고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길래 도로 내려가 마을 헛간에서 자고 아침에 군가소리에 깨보니 우리 부대같아서 얼른 후미에 따라 붙어 왔답니다.
어째거나 먼 훗날이 되어 지금은 드라마같은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네요.
보병대대 통신병들 고생 많습니다.....필승 해병!
출처 : 다음카페 해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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