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45) - 동·서해 도서 작전
1·4후퇴 이후 국군과 유엔군이 다시 38선 아래로 밀려 내려온 뒤에도 바다에서는 철수가 없었다. 수십 척의 함재기를 가진 유엔군 항공모함을 비롯해 구축함·순양함 같은 거함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삼면의 바다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제해권이 보장됐기 때문에 전투는 원활히 수행됐다. 전투에 필요한 인원과 물자가 수송되고 해안지대를 중심으로 내륙 깊숙한 곳까지 함포와 함재기의 위력이 미쳤다.
해병대가 함경도·평안도 같은 북한지역 연안 여러 섬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적을 위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만일 제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바다의 전선도 육지전선의 연장선상에 있었을 것이다.
해병대가 적진의 여러 도서(島嶼)에 부대를 상륙시킨 것은 적 후방 보급로를 차단하고 상륙전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적은 병력을 분산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한 가지 목적은 북한 해안지역에 몰려든 피란민을 구출하고 적의 공격으로 불시착하는 유엔 공군기 조종사 구출이었다.
195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흥남 원산 일대에 몰려든 10만 피란민을 극적으로 철수시킨 일은 앞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피란민이 모두 월남한 것은 아니었다.
흥남철수 이후에도 동서 해안지역과 그 앞의 섬에는 많은 피란민이 몰려들어 남으로 내려갈 길을 찾고 있었다. 특히 황해도 서해안 지역에는 평안도 지방에서 내려온 피란민들까지 뒤섞여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유엔군 조종사들도 적의 지상 포화에 맞거나 기체 이상 등으로 불시착할 필요성이 있으면 가까운 바다로 날아들었다. 가까운 섬에 해병대가 있어 구출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해안지방에 조직된 반공유격대 활동을 돕고, 적정을 살피는 것도 도서지방 해병대의 중요한 임무였다.
해병대 독립 42중대 병력 200여 명이 원산 앞바다 여도 등 여러 섬에 상륙한 것은 1951년 2월 14일이었다. 같은 시기에 독립 43중대는 함경북도 길주와 명천 앞 바다의 양도에, 독립 41중대는 황해도와 평안남도 해안 여러 섬에 상륙했다. 이 독립중대들은 뒤에 대대 규모로 커져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눈부신 활약을 했다.
심희택 중위가 이끄는 독립 42중대는 해군 LST 801호 편으로 영흥만에 도착했다. 무작정 섬에 오를 수가 없어 정찰대 몇몇을 먼저 올려 보내 적정을 살피게 했다. 다행히 공산당원 3명이 배치돼 있을 뿐 병력은 없다는 보고였다.
“20여 일 전에 인민군 80여 명이 섬에 왔다가 의용청년단 300여 명에게 몰살을 당한 뒤로는 얼씬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인민군을 해친 의용단원들은 보복을 피해 묵호(지금의 동해시)로 피란 가고 마을에는 200여 명의 원주민들만 살고 있었다. 여도 옆 황토도에는 며칠 전까지 인민군 해안포대에서 심심찮게 포탄이 날아왔으나 유엔 해군의 함포공격을 받은 뒤로는 잠잠해졌다.
평안남도 진남포 앞바다 석도에 주둔한 41중대는 황해도 유격전과 정보수집, 조종사 구출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 앞줄 중앙에 포획한 인민군 군견을 안고 있는 중대장 이동호 중위(소장 예편)
우리 해병대가 여도에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하자 육군 정보대가 뒤따라 상륙했다. 그 뒤를 이어 영흥만에 머물고 있던 영국 함정 소속 영국 해병대 1개 소대 병력과 미 육군 정보대 요원 몇몇이 상륙해 첩보수집 활동을 시작했다.
여러 나라 군인들이 작은 섬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피어났다. 주둔군 박격포 사격대회에서 한국 해병대 변인철 중사가 백발백중의 실력을 과시한 일은 지금도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변 중사는 미군 헬기를 타고 해상에 떠다니는 적 기뢰를 쏘아 폭파하는 보직에 차출됐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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