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46) - 서부전선 임진강 장단 지구로
중동부 전선에서 용명을 떨친 한국 해병1연대는 1952년 3월 17일 서부전선으로 이동했다. 개성에서 판문점 문산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서울~평양가도 요지를 떠맡은 것이다.
“인천에 상륙해 수도 서울을 탈환한 자랑스러운 한미 해병대를 서부전선으로 이동시켜 서울을 지키게 하시오.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 번이나 서울을 빼앗겼는데, 또 서울을 내줄 수는 없어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이 없도록 해야 합네다.”
도솔산 전투 후 홍천으로 이동해 부대를 재정비하던 1951년 8월 19일 이대통령은 해병1연대를 찾아왔다. 그때 수행한 밴플리트 유엔군사령관에게 지시한 대통령 말씀을 나는 똑똑히 들었다. 우리의 서부전선 이동은 이승만 대통령의 이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승만 “해병대가 서울 지키게 하시오”
그날은 나의 진중생일이어서 더욱 기억이 생생하다. 대통령에게 생일축하 케이크를 얻어먹은 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때 대통령은 또 서울을 빼앗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몹시 초조한 것 같았다. 서부전선에서 서울까지는 불과 29마일밖에 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시에 따라 8군사령부는 서울 방어력 보완을 위한 믹스마스터(Mixmaster) 플랜을 수립했다. 곧 있을 휴전회담에 대비해 서울 방어를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대통령의 요청대로 한미 해병대를 서부전선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계획의 포인트였다.
부대가 이동한 1952년 3월은 막 휴전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회담장인 판문점을 중심으로 오른쪽을 셀던(John T. Seldon) 소장이 지휘하는 미 해병대가 맡고, 왼쪽을 한국 해병1연대가 맡게 됐다. 지금의 도라산역을 중심으로 사천강 연안의 장단 일대가 작전지역이었다.
김석범 제2대 전투단장(오른쪽)과 함께
당시 나는 중령으로 진급해 부연대장 보직을 맡고 있었다. 연대장은 5·16 때 중추 역할을 맡았던 김동하 대령이었는데 이동 닷새 뒤인 21일에 김석범(金錫範) 장군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작전지역은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했다. 임진강 하구로 흘러드는 사천강을 사이로 적과 대치한 우리 지역에서는 도라산(155 고지)이 제일 높은 고지였다. 그나마 임진강을 배후에 둬 더욱 불리했다.
이에 비해 적은 덕물산(288 고지), 군장산(213 고지), 천덕산(203 고지) 같은 비교적 높은 산을 배후로 한 횡격실(橫隔室)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허허벌판에서 벌거벗고 노니는 형국이었다. 적은 높은 곳에 앉아 우리의 병력과 장비 이동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병력에서도 일방적인 열세였다.
장단지구에 배치된 적은 중공군 제19병단 예하 65군단 소속 제193·194·195 보병사단과 제8포병사단이었다. 해병1연대 정면에 대치한 적은 195사단이었다. 연대 병력이 사단 병력과 마주 섰으니 그 고충이 어떠했을지 알 만할 것이다.
거기에 휴전회담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판문점 지구의 안전을 위해 회담장 반경 100m 이내, 양측 대표단 기지인 문산과 개성 반경 3마일 이내, 그리고 개성~문산 도로 양쪽 200m 이내 지역에서는 어떤 적대행위도 금지됐다. 사격은 물론이고 그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도 안 된다는 규약이 있었다.
이런 제약은 양측에 똑같이 적용됐다. 그러나 제공권이 없는 중공군 측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다. 왜냐하면 적은 야간에 운반해 온 야포를 중립지대에 배치해 우리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병력집결과 탄약 저장도 마찬가지였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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