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48) - 소규모 야간 기습전투

머린코341(mc341) 2015. 1. 26. 14:50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48) - 소규모 야간 기습전투

 

서부전선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해병대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좋은 교훈을 얻었다. 중공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한때 소규모 기습전으로 전략을 바꾼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적과 가까운 거리에 대치한 상황에서는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규모 작전은 규모가 작은 기습전이어서 미 해병대에 지원을 요청할 일이 그리 없었다. 따라서 말단 분대장의 역할이 중요해져 그들의 임무에 세심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것은 그들에게 책임감을 지워주어 소신 있게 분대원을 통솔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반대로 중대장이나 대대장들이 세부 작전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돼 지휘통솔에 어려움이 따랐다. 중대장·대대장들이 모르는 작전도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루한 소모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매일 밤마다 출동이었다.

 

소규모 작전 빈발…분대장 역할 중요

 

"오늘은 누가 나가나?”“내 차례는 언제일까.”소대장과 분대장급 하사관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유행어가 됐다. 차출된 기습부대는 대대 후방 CP에 집결해 있다가 석양 무렵 출진했다.

그들이 떠나기 전에 나는 반드시 성공을 비는 술잔을 나눠 마시도록 일선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술이 없으면 담배라도 나눠 피우라고 했다. 그리고 고향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떠나게 했다.

 

그들은 출진 전야에 고향으로 보낼 유물을 남겨 뒀다. 머리카락과 손톱·발톱을 잘라 종이에 싸 놓기도 하고, 수첩이나 만년필·사진 같은 소지품을 봉투에 담아 남겨 놓기도 했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싸움에 나가는 장병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적진으로 향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출진한 부대는 여러 가지 곤경에 처하곤 했다. 밤마다 반복되는 작전을 앉아서 당할 적은 아니었다. 강변에 매복해 있던 적병들이 기습부대가 끌고 가는 통신선을 절단하는가 하면, 도강지점에 표시해 둔 표지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포위상황이었다. 어둠 속에 포위망을 뚫으려는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철수 때 도강지점을 찾지 못하면 아무데서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적의 지뢰지대를 통과하다가 피해를 당하기도 했고, 더러는 강을 건너와 우리 측 지뢰지대에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방탄 자킷


이 무렵 우리 해병대에는 미군의 방탄재킷이 보급됐는데, 기습대원들은 모두 그걸 착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적의 포위공격 같은 상황에서는 그것도 소용없을 때가 있었다. 성능을 실험할 때는 정통으로 총알을 맞지 않는 한 뚫어지지 않더니 지뢰가 터지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두 벌을 껴입은 사람이 전사한 일도 있었다.

악전고투 끝에 무사귀환한 대원들은 논길을 지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요란하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뚝 그치기 때문이었다. 인기척이 나면 개구리가 울음을 멈춘다는 걸 모를 사람이 있을까. 초긴장 상태에서는 그런 바보 같은 일도 벌어진다.

한국 해병대는 이런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이를 값진 교훈으로 삼게 됐다. 소규모 기습전투라 할지라도 미군과의 사전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중대장·대대장·연대장 등 지휘계통이 작전내용과 경과를 소상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연대에 배속된 50여 명의 미 해병 고문관과 연락장교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요청해 기선을 제압하고, 교리에 따르는 정공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