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학중의 추억(5)
여자 유학생
미국에 유학을 온 한 여학생을 알게되어 년말 한인들 파티에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들을 하고 어느정도 얼굴들이 익혀진 뒤에, 그 여학생이 옆 사람하고 춤추러 나간 사이에 옆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제게 슬며시 다가와서는, 왜 저런 여학생하고 같이 다니느냐 하시면서 저 여학생은 교포 사회에서 평이 안좋다고 귀띰을 하시는겁니다.
그 당시, 그 여학생이 살던 아파트에는 한국 유학생 몇 명이 더 있어서 그들 방에도 놀러 갔었는데, 한 여학생은 미국인 학생하고 아주 가깝게 사귀고 있었는데 듣자니 국내에서는 꽤나 이름난 좋은 집안의 따님이였습니다.
이 여학생은 한인 사회의 남학생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었고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평도 좋았는데, 미국 친구하고만 사귀고 한국 유학생들은 거뜰어 보지도 않으니 스켄달도 없고 평이 좋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이 여학생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미국인 하고 결혼을 하였는데 부친이 아주 높은 공직에 계셨음으로 쉬 쉬 하고 숨기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인 사회도 역시 한국인들의 사회이다 보니, 여학생이 당연한 일인데, 남학생하고 데이트라도 하고 나서 손목이라도 잡히다 보면 벌써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되어 그 여학생의 평은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미국사람들은 특히 남녀 관계에 대하여는 절대 말을 아끼고 삼가하여 상대방의 비밀도 지켜주고 주가도 높혀 주는데, 한국 사람들은 너나 없이 여자 관계에 대하여 확대 과장하는 쪽으로, 예를 들면, 어느 다방 아가씨 손목만 잡았어도 일이 벌써 다 끝난 듯이 떠벌리는 것이 예사입니다.
남녀 관계라는 것이 원래 두 사람만의 공개할 수 없는 은밀한 관계도 있게 마련이여서 그렇게 공개적으로 대놓고 얘기할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하니 피차 지킬 것은 지켜주고 감출 것은 감춰 줌으로 해서 서로의 주가를 올려 주는게 좋은 일이 아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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