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에서 위험했던 순간들(1)
겨울바다에
1965년 말 저는 김포 해병부대에 전근을 가서 정보 참모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 8군에서 파견 나온 미 군속 기술자와 같이 부대 여러곳에 신장비를 설치하러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날 이사람이 저녁을 산다고 해 강화에서 둘이서 늦게까지 저녁을 먹고 김포쪽으로 넘어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다리가 없고 해군에서 파견나온 자그마한 보트가 차를 이쪽 저쪽 해안으로 옮겨주고 있었습니다.
밤이 너무 늦어 자고 있던 해군 쫄병을 깨워 배를 타고 건너왔는데 이 친구가 잠결에서인지, 밀물때라 그랬던지 다 왔다고해서 덜컥 차를 배에서 내렸는데, 내려보니 엉뚱한 곳, 뻘에 내려 옴싹달싹도 못하게 짚차는 진흙뻘에 빠지고 바닷물은 차오고 결국 우리 둘만 뚝위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잠시후 물이 차올라 차는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이 미국인 친구는 3000불을 맡기고 빌려온 차 잃어버리면 돈 물어 줘야된다고 발을 동동구르고 섰고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마침 그곳에서 멀지 않은곳에 LVT부대(수륙양용 장갑차)가 있어 쫒아가 자는 사람들을 깨워 사정 사정해서 1대를 끌고 나왔습니다.
그때는 1966년 1월 초라 바닷물도 매우 차가웁고하니 자다나온 병사들이 바닷물에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할 수 없이 만취한 해병 중위, 제가 체인줄을 들고 짚차있는 근처 바닷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렴풋이 있을만한 곳을 두어번 다이빙하고 간신히 찾았는데 하도 춥고 물이 차가워 손이 말을 듣질않아 그냥 나오니 보고 있던 병사 두명이 않됬던지 저 대신 뛰어들어 짚차 뒤 고리에 묶고 간신히 끌고 나왔습니다. (당시 그 해병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해 지금이나마 매우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저는 물에서 나온후 거의 한시간 가량을 난로 옆에서 옷은 다 벗어 버리고 담요를 두른채 덜덜 떨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근자에 술먹고 그것도 여름에 물에 뛰어들어 심장마비로 죽는 젊은이들이 가끔 메스컴에 나오고 있는걸 볼때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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