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사17기 오창근

내 생애에서 위험했던 순간들(3) 베트콩의 기습

머린코341(mc341) 2015. 2. 2. 14:14

내 생애에서 위험했던 순간들(3)

 

베트콩의 기습

 

1969년 9월 30일 (추석날) 당시 저는 청룡부대 제 5대대 25중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베리아 반도에 나가 작전 중이였습니다.

그날은 추석날이였으므로 본인 직권으로 평일에 하던 작전보다는 좀 덜 하도록 했습니다. (이점 저의 부대의 과거 상관님들께 죄송했다고 이제사 고백합니다) (대대본부, 여단본부는 중대작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중대작전 상황을 통신으로만 보고받고, 헬리콥터를 타고 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저녁 무렵이 되었습니다.

추석이라 헬리콥터로 날아온 맥주와 닭다리 등 특식을 먹고 돌아서는데 당번병이 매일 하던 식으로 중대장님 목욕하시죠 하더군요.


매일 작전 나갔다 오면 흙과 땀범벅이 되어 판초로 가려놓은 목욕장에서 물 한통 뒤집어 쓰던 것이 일과였습니다.

목욕장 문을 열다 생각하니 오늘 별 작전도 하지 않고 흙먼지도 뒤집어 쓰질 않았으니 그냥 돌아서 나오며 오늘은 목욕 생략한다 하고 5-6 발자국 띄었을까.


이때 쾅하고 목욕장에 뭔가 날아와 떨어지고 저는 목뒤에 파편을 맞음과 동시에 폭파 바람에 밀려 나뒹굴어 지면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한 2, 30분 교전이 있고 정적이 흐르게 된 것을 봐서 적이 기습 후 철수한 것 같았습니다.

중대장인 저는 야간에 헬리콥터 편으로 다낭 미 해병병원으로 후송되게 되었습니다.


다낭 병원은 당시 유명한 미해병 케산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신 헬리콥터로 큰 부상을 한 미해병들이 실려 오고 있었으므로 목 뒤에 작은 파편 한 개 맞은 한국 해병대위는 차마 먼저 치료를 받을 수가 없어 두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X-Ray 찍고 치료를 받는데 군의관 왈 작은 파편은 폭발되는 순간 고온으로 소독된 상태로 되어 박혔으니 굳이 빼낼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5-6 센티 목을 찢고 빼는 게 더 위험하니 그냥 놔두라고 하면서 한바늘 꿰멘 후 테이프 한 개 부치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얼마전 해병 역사관에서 본인의 전투기록을 확인하고 상이용사로 처우를 받으려고 해군본부 심사를 거쳐, 국가 보훈청에 신청하였는데 파편박힌 사진이 필요 하다해서 여러 곳에서 X-Ray를 찍었는데 파편이 간 곳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국가 보훈청에서는 파편이 없다고 상이 등급을 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그 당시 33년이 지났으니 나도 모르게 목에서 빠졌는지 녹아 버렸는지 하여튼 없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또 한번 5-6초 간격으로 생과 사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우리 인간의 힘으로 할수나 있는 일입니까

하느님 감사합니다.

 

 

출처 : 해사17기 예비역 해병소령 오창근 선배님 블로그,

         http://blog.yahoo.com/_AHY7SQM42IEBLKO23NL3RXQAYQ/articles/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