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에서 위험했던 순간들(5)
미국 고속도로에서
저는 1970년 1월 월남에서 귀국하고 7월경 미국 해병 상육전 학교에 유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따고 3인이 같이 합작하여 1965년형 Buick을 1대 싸게 사서 끌고 다녔습니다.
71년 늦은 봄, 교육을 마치고 의기투합한 저와 선배 한사람이 동부에서 서부 Seattle까지 미대륙을 횡단하기로 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미대륙이 얼마나 넓고 큰 데, 아무것도 준비없는 두 젊은이는 결국 Texas 사막 한 가운데서 Fan Belt가 끊어져 물이 끓어올라 결국 차가 서고 말았습니다.
차에 대한 정비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끓고 있는 Radiator 뚜껑을 여니 그 물이 폭발해서 뜨거운 물 세례를 받았으나 다행스럽게도 그 물에 데지 않은 게 얼마나 행운이였던지.
그러나 지나가는 차들이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세어 주기는 커녕, Fan Belt를 줄 이유도 없고, 결국 선배는 차를 지키고 있기로 하고 후배인 저는 끊어진 Belt를 들고 정처없이 걸어 나섰습니다. (앞 뒤 끝없는 고속도로만 보이는 사막 한 가운데서 말입니다.)
얼마를 사막 한가운데를 걸어가는데 지나가던 경찰차가 서서 묻더군요. 어딜 가느냐고 - 이 Belt 구하러 간다니까 여기서 한 20Km (50리)정도 가면 헌차 놔 두는 쓰레기장 비슷한 폐차장(junk yard)이 있는데 거기가서 찾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정비소는 한 50Km (120리 정도) 더 가야 있답니다.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는 줄 수 있지만 다시 차 있는 곳까지는 못 데려다 준다니 어쩝니까. 가자고 했지요.
사막 한 가운데 허름한 폐차장이 한 개 있더군요. 한참을 문을 두드리니 술 취한 영감이 졸다 나온 듯이 걸어 오더군요.
이런 Belt를 구해 달라니 들고가서 한 30분 후에 나오더니 이런 게 없답니다.
참으로 망막 하더군요. 새것 한 개에 한 5$하면 살 수 있는데 20$짜리 한 장을 꺼내 주고 사정사정 했지요.
이 영감님 다시 들어 가더니 또 한 30분 후 비슷한 것 1개 들고 나오더군요.
감사하다고 하고 다시 오던 길로 들어서서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지나가던 차들은 아무리 손들어도 세워주지 않으니 정처없이 또 걸을 수밖에 더 있습니까.
햇볕 따가운 사막의 Highway를 얼마를 걷고 있는데 반대 편으로 가던 봉고차 비슷한 차가 중간지대를 덜컹거리면서 차를 돌려 제게로 오더니 타라고 하더군요.
정말 하느님께서는 또 구원자를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차에 타니 대뜸 이사람 왈 당신 한국군인 아니냐고, 자기가 얼마전에 한국에서 근무하고 와서 전역한 예비역이라면서 여기 걸어가다 작열하는 태양에 일사병 걸려 쓰러져 죽을 수도 있는데 어디라고 감히 걸어서 가느냐고 우리 있는 곳까지 태워다 주고 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차를 간신히 수리하고 다음 정비공장까지 와서 다 닳아빠진 Tire도 새것으로 바꾸고 물론 Belt류도 다 새것으로 교환하고 다시 미대륙 횡단 길을 떠났습니다.
출처 : 해사17기 예비역 해병소령 오창근 선배님 블로그,
http://blog.yahoo.com/_AHY7SQM42IEBLKO23NL3RXQAYQ/articles/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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