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학중의 추억(3)
씨애틀에서
저는 선배 장교 한분하고 둘이서 차를 교대로 운전하면서 10일 만에 미 동부에서 서부의 씨애틀까지 미 대륙을 횡단 하였습니다.
좀더 빨리 갈 수는 있었지만 중간에 좋다는 곳은 들러 잠간 잠간 구경을 하고 가자니 한 열흘 정도가 걸린 것입니다.
상륙전 학교에서 미국인 친구에게 320달러에 산 1965년형 뷰익 컨버티블(지붕이 접혔다 펴졌다 하는 차)를 실컷 타고 씨애틀에서 320달러 받고 팔았습니다. 미국은 동부쪽 보다는 서부쪽이 차 값이 약간 비싸 답니다.
씨애틀의 공군 기지에서는 뜻하지 않게도 한국에서 합동 군사고문단실에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육군 장교를 한사람 만나서 그의 숙소 옆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한국가는 미 공군의 비행기 좌석을 배정 받기 위해서 며칠간 묵을 예정이였습니다.
하루는 옆방의 친구가 그날 저녁 7시부터 9시 까지 한 두어 시간 미안 하지만 방을 좀 비우고 탁구를 좀 치고 오던가, 영화를 보고 오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여기 장교 숙소는 방은 따로 각각 쓰게 되어 있으나 목욕탕과 화장실이 가운데 있어 두 방이 공용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어 옆방에서 하는 얘기가 들리는 그런 구조였읍니다.
며칠전에 이친구가 기지내 커미서리(잡화점)에 뭘 사러 갔다가 우연히 미군하고 결혼한 한국 여자를 만났는데 현재 남편은 독일 가 있고 자기는 아이 둘(1살 과 3살)을 데리고 혼자 있는데 오랜만에 한국 사람 만나 반갑다고 시내 안내도 해주고 같이 구경도 다니고 했는데 내게 방 비어 달라던 날은 그 숙소에 놀러 오게 되어 있었답니다.
나중에는 나도 같이 그 여자 차 타고 시내 구경도하고 박람회 하던 곳의 높은 타워에도 가보고 했는데, 그곳을 떠나기 전에 아마도 두어번은 더 방을 비워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여자 왈, 자기는 결혼 4년만에 한국 사람 만나서 처음 외도를 했는데 자기 구역에 사는 외국 여자들 참으로 뻔뻔스럽게도 외간 남자들을 집에까지 불러 들인답니다.
아침 일찍이 밖을 내다 보고 있자면 어떤날은 이집 저집에서 외간 남자들이 슬슬 눈치보며 나오는게 보일때도 있답니다. 그러나 월남이나 독일 등 외국에 있던 남편들이 돌아 오면 내가 언제 그랬냐 싶도록 남편들에게 충성을 다하고 시침들 뚝 떼고 잘들 산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많은 한국의 여인네들은 남정네들이 사우디, 월남 등지에 가서 뼈골이 빠지도록 고생하고 돈벌어 보내주면 제비 만나 돈 다 날리고 귀국해 보면 마누라까지 도망 가버린 경우가 허다히 있었다는게 아닙니까.
한국 여자들은 미국 여자들 모양으로 약지 못하고 순정파가 많아서 그랬을 까요?
씨애틀에 있는 동안 어느날 한국 장교들끼리 이곳 미 공군 장교 크럽엘 갔었습니다.
한 젊은 미군 중위가 다가 오더니, 한국 장교들이냐고 하면서 자기도 지금 한국 가는 비행기 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여기 온지 며칠이나 됐는데 오늘에서야 여기를 오느냐고 하더군요.
우리가 여기 뭐 재미 있는게 있다고 매일 오느냐고 했더니, 이 친구 왈, 자기는 여기 온지 5일이 됐는데 매일 저녁 다른 여자하고 재미를 보았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 놓으면서 여기 좀 있어보라 하더군요.
아닌게 아니라 좀 있으니,말쑥하게 차려입은 미국 여자가 세명 크럽에 들어오니 빠에 서있던 미국 친구들 댓명이 우르르 달려가 이들을 삥 둘러 서서 얘기들을 걸면서 술들도 사주면서 한참 북석들 대더니 두어명은 슬그머니 떨어저 오고 삼대 삼이 되더니 쥬 벅스(동전 넣으면 음악 나오는 기계)의 음악을 들으면서 꺼안고 춤들을 추는 겁니다.
한 5,6분 지났는데 우리 일행중 누가 저것 좀 보라 해서 보니 벌써 그 세쌍이 엉겨 붙어 진한 춤을 추면서 심각한 뽀뽀까지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한 10여분이 채 되기도 전에 그 세쌍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그들이 춤추던 홀은 텅 비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한국엘 간다던 그 미군 중위는 빠 저쪽에서 술잔을 들어 우리 일행 쪽을 쳐다 보면서 의미 있는 미소를 띠우던군요.
아마도 이런 모습이 미국문화의 한 단면인듯이 보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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