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80) - 해병대도 모르는 해병정신

머린코341(mc341) 2015. 3. 8. 19:29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80) - 해병대도 모르는 해병정신

 

해병대를 움직이는 것은 기수(期數)라는 숫자이다.

 

"미제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숫발은 절대 녹이 슬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해병대 1기 차이는 태권도 100단 차이와 같다." 는 말도 해병대원들 사이에서 진리로 통한다.

 

이 희한한 '기숫발'은 전역 후에 더욱 힘을 발휘한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상대가 선임이면 즉시 경례를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어느 여름날 아버지랑 식당에 갔어요. 30대 아저씨 대여섯 명이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데 머리가 짧고 인상도 험악해서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죠. 그들 중 한 분이 아버지 팔에 새겨진 해병대 문신을 보고 갑자기 큰 소리로 '필승!' 경례를 하더니 맥주 5병을 들고 왔어요. 500대 기수라면서 아버지께 술을 권하고 답잔을 받은 그는 또 '필승!' 하고 외쳤습니다."

 

해병 275기 아버지를 둔 한 청년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또 백령도에서 근무하던 김용현 일병은 휴가를 나왔다가 해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푸짐한 대접을 받은 사실이 신기했다. 이런 일은 흔하다.

 

해병대 기수는 근무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 어디서 근무했던 기수에 따라 바로 상하가 구별된다. 복장에 부대마크를 달지 않는 이유는 '해병대는 하나' 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해병대 533기는 잘 뭉치기로 유명해 수시로 모이고 동기 행사도 개최한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가족 경조사도 챙긴다. 설문조사를 해 결과를 공개하기도 한다. '그것(?)이 가장 큰 동기는?' '현역시절 후임을 가장 괴롭힌 동기는?' '정력이 제일 좋을 것 같은 동기는?' 등의 설문이 재미있다.

 

예전에 전우회 사무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는 것도 그러려니와, 사무실 한쪽 벽면을 채운 사진 때문이었다. 역대 해병대사령관은 물론 현직 사령관 사진이었다. 작고(作故)한 분들은 검은 리본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은 아직도 현역임을 말해주는 징표였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