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6대사령관 공정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79) - 해병대의 두 큰 별 지다

머린코341(mc341) 2015. 3. 8. 19:21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79) - 해병대의 두 큰 별 지다

 

우리는 지난 2007년 10월 15일 한국 해병대의 아버지 신현준 사령관님을 하늘  나라로 떠나보냈고 앞서 2007년  5월 15일에는 신 사령관을 도와 해병대를 창설한 김성은 사령관을 잃었다.

 

두 분 모두 해병대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마지막까지 멸사봉공한 군인정신의 표본이었다. 특히 사재를 털어 뜻있는 일에 쓰게 한 일은 우리를 자랑스럽게도, 부끄럽게도 했다.

 

"미국에서 애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 이젠 노후 걱정 없어. 이건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해병대 발전을 위해 써 줬으면 좋겠어."

 

2004년 4월이었다. 자녀들을 따라 미국에 가서 노후를 보내던 신 사령관께서 귀국해 후배들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내 놓았다. 1억 원이 넘는 돈이었다. 국내에 있는 전 재산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해병대를 창설하고 강병으로 육성한 주역들. 신현준 초대 사령관, 김성은 4대 사령관과 함께 

 

아무리 노후 걱정이 없다지만 왜 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는 영면하는 순간까지 동포사회에서 활동했다. 그런 데에도 돈이 들 텐데 탈탈 털어 다 주고 갔다. 손자·손녀에게 생일선물 하나를 사 주는데도 돈이 필요하고, 돈이 아쉬운 자식들도 있을 것인데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 기금은 나를 포함한 해병대 예비역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 해병대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

 

1천만 서명운동, 과로로 와병

 

김 사령관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가 터지자 그는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섰다. '한·미 연합사 해체 반대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주장한 사람이 그였다. 여든이 넘는 노구를 이끌고 그는 앞장서서 뛰었다. 또 소용되는 비용을 그는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2007년 6월까지 500만 명, 연말까지 1천만 명 서명 목표를 채우겠다고 만날 사람과 접촉할 단체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차례차례 일을 하던 중에 쓰러졌다. 병원에서 그의 죽음을 과로로 쓰러져 와병한 것으로 진단했다.

 

두 분은 공사석에서 후배들을 만나면 늘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오늘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인 줄 알아?"

 

맨주먹으로 창설한 해병대와 함께 평생 무인(武人)으로 살다 간 두 분에게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 다 셀 수 있겠는가.

 

2007년 5월 18일 약수동 선일교회에서 있었던 김 사령관의 영결식에서 나는 애도사를 낭독했다. 6·25 당시 화천지구 전투 때 고지 하나를 뺏고 지키기 위해 밤새 피투성이가 돼 백병전을 벌이던 일을 회고하면서 나는 울었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부하들을 보살피고 격려하는 연대자의 솔선수범은 사기의 원천이 됐다.

 

김성은 사령관 영결식에서 애도사를 낭독하고 있는 필자

 

엄한 명령으로 이끌기만 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밀어 주었던 두 분이 있었기에 해병대 신화는 탄생할 수 있었다. 친동생이나 조카처럼 부하를 아껴주는 가족애가 단결의 힘이었다.

 

장례식, 감동의 물결

 

2007년 10월 20일 서울에서 신 사령관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묘역으로 운구하는 도중에 맞닥뜨린 애도 행렬은 감동이었다.

 

유성에서 국립묘지 장군 묘역에 이르는 7킬로미터 연도에 수많은 해병용사가 옛 군복차림으로 도열해 거수경례로 장군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누가 나오라고 했던가? 아니 나오라 했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겠는가?

 

5월 18일 김 사령관님 장례식 때도 그런 행렬이 있었다.

 

그렇게 해병대에 헌신적 사랑을 실천하신 두 분 장례식에서는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일어났던 것이다. 모든 해병용사와 함께 두 선배님의 명복을 빈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