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억제이론에 입각한 한국의 대북 핵억제태세 평가와 핵억제전략 모색
Ⅰ. 서론
Ⅱ. 핵억제이론 검토
1. 응징적 억제
2. 거부적 억제
Ⅲ.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군의 억제태세 평가
1.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2.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3. 한국의 핵미사일 억제태세 평가
Ⅳ. 한국 대북 핵억제전략의 방향과 요소
1. 기본방향
2. 핵억제전략의 명칭 제안:‘ 정밀억제전략’
3.‘ 정밀억제전략’의 요소
Ⅴ. 결론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면서도 우발계획(contingency plan), 소위 Plan B는 항상 준비해야 한다.
Ⅰ. 서론
북한은 2006년 10월 9일과 2009년 5월 25일에 이어서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무기의 기술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스스로 “소형화·경량화,다종화(多種化)”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듯이 북한은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제 북한의 핵무기는 미사일이 결합된 상태로 봐야하고, 어떤 요인에 의하여 남북한 간의 충돌이 극단적으로 악화될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됨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 포기 및 폐기를 지향하였던 6자회담이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지금도 한국은 외교적 접근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에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초 미국 방문과 2013년 6월말 중국 방문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한 바 있고, 이것을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남북대화에서도 이것이 주된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교적 접근은 성과의 보장성이 약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6자회담은 아직 재개를 준비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고,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최초의 공식적 남북대화로 기대를 모았던 2013년 6월 12일의 남북한 장관급 회담은 결국 무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을 추진하면서도 우발계획(contingency plan), 소위 'Plan B'는 항상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할 수도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외교적 해결에만 의존한 채 수년을 보내다가 북한이 대규모의 핵전력을 구비하게 되었을 경우 한국은 속수무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발계획이 바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억제전략(deterrence strategy)1)이고, 그것이 병행될 때 외교적 접근의 효과도 커질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핵억제의 기본방향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2)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동맹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방책이고,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양국군 간에 더욱 절실해졌다. 따라서 한미 양국 국방부는 ‘한미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2년 10월 24일(현지 시각)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제4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의 공동성명에서 “공동의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bilateral deterrence strategy)3)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기도 하였다. 다만, 아직까지 이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고,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은 '찢어진 우산'”이라는 정몽준 의원의 언급처럼4)실제상황에서 미국이 약속대로 확장억제를 확실하게 이행할 것인지를 의심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한국은 자체적인 핵억제전략의 개발과 구현에도 노력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사태의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하기 위하여 소집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북한의 핵무기를 염두에 두어 ‘능동적 억제전략’이라는 명칭을 제시한 바가 있고, ‘국방개혁 307계획’에서는 ‘적극적 억제능력 확보’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위협 대응과 관련하여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 방어’(KAMD: Korean Air and Missile Defense)나 '킬 체인'(kill-chain)의 개념이 제안 및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북한 핵에 대한 억제전략의 개념과 방향 또는 명칭이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아니다.5)위에서 언급한 조치들도 일관성 있는 총괄개념(umbrella concept) 하에 비중과 방향이 정리된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적 요구에 따라 단편적으로 부각되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공식적이면서 누구나가 그 개념과 방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억제전략의 구상과 발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학계에서도 북한 핵무기에 대한 억제전략에 관한 몇몇 논문들이 발표하기는 하였으나 이 또한 총괄개념을 제시하지는 않았고, 억제전략 정립의 필요성이나 북한 핵에 대하여 각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고 판단된다. 한용섭은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활용하여 한미연합 또는 독자적인 억제전략을 구상할 것을 강조한 바 있고,6)김태현은 미국이 쿠바 사태 시 사용한 것과 같은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으며,7)전성훈은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한의 핵무기 포기 및 폐기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도록 요청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8)일부 국방연구자들은 선제타격,9)미사일 방어10)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편적인 처방으로서 자체로는 적실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억제전략으로 채택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제 한국은 개별적인 처방과 함께 장기적이고 일관성있는 대응 및 억제의 개념과 방향을 발전시키고, 그에 따라서 제반 조치들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본 연구는 일반적인 핵억제전략의 이론을 검토한 다음, 그에 입각하여 한국의 현 태세를 평가하고,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억제전략의 기본적 개념과 명칭, 그리고 노력해 나가야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정 상황의 요구에 반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제정치학에서 개발된 핵억제이론에 근거하여 장기적이면서 포괄적인 한국의 핵억제전략개념에 대한 논의를 촉구하고자 하는 시도이고, 한미 양국군이 개발하기로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이나 국방부가 고민하고 있는 ‘적극적 억제’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하여 제안되고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하여 이론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을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시도라고 할 것이다.
Ⅱ. 핵억제이론 검토
억제는 시도해도 성공할 수 없거나 성공하더라도 기대되는 이익보다 더욱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인식시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압적 전략”(coercive strategy)11), 또는 강요(compellence)로서12), 상대가 파괴시킨 것보다 더욱 심각한 파괴를 가할 수 있음을 과시하거나(응징적 억제력)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과시하는(거부적 억제력) 두 가지로 구분한다.
1. 응징적 억제
얼마 전까지도 핵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억제전략의 대부분은 “원하지 않는 행위를 상대방이 행할 경우 ‘감내할 수 없는 피해’(unacceptable damage)를 가할 것이라는 보복위협을 통해 상대방이 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방향이었다.13)예상하는 이익보다 비용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상대방으로 하여금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는 논리였다.14)이는 상대방에게 선택을 맡기되 행동에 대한 심각한 댓가를 치를 것임을 위협하는 방법으로서15)‘응징(보복)을 통한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 응징적 억제)로 불린다.16)
응징적 억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상대방이 대규모 핵미사일로 먼저 공격(제1격, the first strike)할 경우 이를 요격할 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라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대신에 그 1격에서 생존할 만큼 충분한 핵무기를 확보하였다가 반격(제2격, the second strike)하여 상대국가를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핵미사일 요격기술이 없던 시대에 불가피하게 채택되었던 억제전략으로서, 이에 근거하여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의 공격에도 생존하여 보복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전략폭격기, 전략잠수함(당시에 미국은 이것을 ‘삼각축(Triad)’으로 명명하였다)을 집중적으로 증강하였고, 이러한 개념의 전략을 상호확증파괴전략(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상대의 제1격을 허용하더라도 상대방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제2격 능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을 서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이 전략의 초점이었다.
응징적 억제는 보유하고 있는 핵전력의 규모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최대억제(maximum deterrence)이고, 다른 하나는 최소억제(minimal deterrence)이다.17)최대억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내용으로서 세계 5대 공식적 핵보유국 중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이 채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영국과 프랑스는 국력이 상대적으로 열세하여 대규모 핵전력을 보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핵무기 공격을 받을 경우 상대방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결정적인 한 두 개의 표적이라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한다는 개념을 채택하고 있고, 이것이 바로 최소억제전략이다. 이와 같은 전략개념이기 때문에 미국, 러시아, 중국은 지상, 공중, 수중의 모든 핵무기를 골고루 보유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적의 제1격으로부터의 생존성이 가장 높은 잠수함발사 핵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중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2. 거부적 억제
응징적 억제는 핵시대에 들어선 인류가 대안이 없어서 채택한 것이기는 하지만, 'MAD=mad'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끝없는 핵군비경쟁을 유발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서로가 상대의 제1격으로부터 생존하여 반격(또는 제2격)할 수 있는 충분한 핵무기를 구비해야했고, 상대방이 증강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핵전력으로 증강해야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같이 잃을 것이 많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공멸을 각오하면서 공격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 다른 말로 하면 “핵무기와 더불어 사는 삶”(Living with Nuclear Weapons)18)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상대방이 자포자기나 분노에 의하여 핵전쟁을 일으키거나 실수에 의하여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응징적 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냉전시대에 응징적 억제가 작용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이 억제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애초부터 공격할 의사가 없었던 것인 지를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이 특정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억제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냉전기간 동안 소련이 미국에 대해서 핵공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억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소련의 미국에 대한 핵공격 의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가?”19)와 같은 질문에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사태가 왜 발생하였는가를 설명하기는 쉽지만 왜 발생하지 않았는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20)공격하면 응징하겠다는 위협이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했다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1983년 미국의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은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라는 슬로건으로 공격해오는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요격(邀擊, interception)한다는 개념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 개념은 재래식 전쟁에 적용되어온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 거부적 억제)를 핵전략에 적용하는 내용으로서, 억제 차원에서 방어를 재 정의한 것이다. 즉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공격자의 목표 확보 가능성 판단(estimate of probability)에 영향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서,21)공격자의 기도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방어태세를 구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부적 억제는 상황을 통제하는 가운데 강압을 달성하는 방법으로서,22)적이 도발하더라도 방어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방책이고, 군비경쟁이 없을 수는 없으나 응징적 억제처럼 대규모적이거나 급격하지는 않다는 유리점이 있다.23)거부적 억제 차원에서 시행되는 조치는 대부분 국제적으로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워게임(war game)을 통하여 상대방의 공격과 아측의 방어태세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어서 신뢰성도 클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의 공격을 확실하게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포괄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 투자되는 비용과 노력이 적지 않고, 상대방의 의도와 전략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불리함이 존재한다.
레이건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에 대한 거부적 억제는 기술의 미발전으로 구현되지 못하다가 20년 정도 지나 부시(George W. Bush, 아들) 대통령 시대에 구현되었다. 레이건 대통령 시대에는 공격해오는 상대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직접 타격하여 파괴한다는 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였지만, 부시대통령은 그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2004년부터 적 미사일을 직격파괴(直擊破壞, hit-to-kill: 미사일의 몸체를 직접 타격하여 파괴시키는 방법)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상당할 정도로 그 수와 질을 향상시킨 상태이다. 이러한 미사일 방어는 이스라엘, 일본 등의 우방국들에게도 확산되고 있고, 관심을 갖는 국가들이 증대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나름대로의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4)이제 세계는 핵무기에 있어서도 응징적 억제와 함께 거부적 억제도 동시에 적용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Ⅲ.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국군의 억제태세 평가
1.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영변지역에 독자적인 핵시설을 건설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사찰이나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 회담 관련국들의 지속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으며,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 북한은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고...다종화(多種化)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자평한 바 있다.25)
지금까지 북한이 몇 개의 핵무기를 제작하였는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 양의 경우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총 40-50kg,26) 미 의회조사국에서는 30-50kg,27)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는 42-46kg으로28)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2006년, 2009년, 2013년의 세 차례의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 양을 각각 5-6kg으로 간주하여 제외하고, 하나의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6kg의 플루토늄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은 개략적으로 5-8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29)
북한 핵무기의 성능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2006년의 1차 핵실험 규모는 1kt 이하, 2009년 2차 핵실험은 4kt의 핵폭발장치 시험을 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30)3차 핵실험은 6-7kt으로 평가되고 있다.31) 제3차 핵실험의 경우 그 위력이 20kt이라는 평가32)도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 성능이 대폭적으로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2010년 11월 북한은 헤커(Sigefried Hecker)를 비롯한 미국의 핵과학자들에게 천여기 규모의 고속 원심분리기를 구비한 우라늄 농축 공장을 공개함으로써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과시한 적도 있다.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가진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추가적으로 만들 수 있고,33)그렇게 되면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숫자는 급속도로 증대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은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였느냐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의 미국처럼 북한은 지금도 IL-28 폭격기, MIG-21, 23, 29 전폭기 등으로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지만, 한국은 고도의 방공체계를 활용하여 공격해오는 북한공군기들을 북한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다. 반면에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공중 요격능력이 없는 한국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 다만,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미사일 직경(스커드 B의 경우 90cm 정도)과 탑재중량(스커드 B의 경우 1t 정도) 이하로 소형화해야 한다. 제3차 핵실험 후 북한 스스로 소형화하였다고 공표한 상태이고, 미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에서도 “북한은 현재 탄도미사일로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중간 정도의 신뢰성으로’(with moderate confidence) 평가한다”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2013년 4월 11일 램본(Doug Lamborn) 상원의원이 공개해버린 바 있다.34)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상당한 바, 1980년대 초 이집트로부터 확보한 소련제 Scud-B를 역설계하여 자체의 미사일을 개발한 후 1984년에는 사정거리 300km의 Scud-B를 생산한 후 이어서 500km의 Scud-C를 생산하여 배치하였다. 1990년대에는 사정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을 배치하였고, 2007년에는 사정거리 3,000km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일본과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1990년대부터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하여 1998년 대포동 1호, 2006년, 2009, 2012년에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하였다. 대체적으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600기, 노동 미사일 200기를 포함하여 1,000기 정도의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35)
더구나 북한은 2010년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서 사거리가 3,000-4,000km이고 차량에 탑재된 무수단 미사일과 120km의 단거리이기는 하지만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이동식 미사일인 KN-02 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하였고,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퍼레이드에서는 사거리 5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차량탑재 신형 미사일인 KN-08을 공개하기도 하였다.36)또한 3차 핵실험 하루 전인 2013년 2월 11일에는 그 미사일의 엔진 성능개량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7)무수단 미사일이나 KN-08의 경우 시험평가를 하지 않아서 진위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제3차 핵실험과 한미 양국의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위기가 고조된 2013년 3월과 4월에 북한은 다수의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로 이동시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특히 북한은 다양한 미사일들을 탑재하여 이동시킬 수 있는 차량(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을 200대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38)북한 핵미사일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여 타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2.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사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는 절대무기라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떤 상황에 의하여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한미 양국에 의한 대대적인 보복을 받아서 정권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하여 북한도 외부에 대한 공격용이 아니라 체제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39)2012년 1월 미 국가정보국장도 북한이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여 영토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는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40)
그러나 스퇴싱어(John Stossinger)가 제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비롯한 최근의 10개 전쟁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쟁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It was people who actually precipitated the war).”라고 분석했듯이41) 합리적인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 자존심, 오판 등에 의하여 극단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김정은과 같은 젊은 지도자일수록 오판의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김정은에 대하여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젊은 지도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어디로 갈지, 김정은이 호랑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라는 서진영 교수의 평가처럼42)불안함과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다소 호전적인 대남인식”을 지니고 있고,43)“제도적 리더십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담하고 호방하여 자유분방한 파격행보”를 한다는 평가44)등을 고려할 때 핵무기에 관하여 합리적인 판단만을 내릴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북한의 권력체제를 보더라도 김정은은 ‘백두의 혈통’이라는 친척들과 ‘만경대 혈통’이라는 조선노동당 엘리트들과 연대를 형성하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지만 김정은은 엘리트들이 단결하여 그를 제거할까봐 불안해하면서 그들을 의심하고, 엘리트들은 김정은에 의하여 언제든지 제거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어서 불안정한 측면도 적지 않다.45)그리고 이러한 불안정 상태에서는 김정은이라는 1인의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시험해보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외 군사적 도발의 형태로 분출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북한의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4조에서는 핵무기는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하여서만” 사용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어 김정은 단독의 지시가 보장되어 있다.46)
또한 위법의 제2조에는 “(북의) 핵무력은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라고 되어 있어 유사시 핵사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다만, 제5조에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지만,47)이것은 역으로 미국(적대적인 핵보유국)과 한국(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3월 27일 북한은 인민군최고사령부 명의의 성명을 통하여 전략로켓트군과 야전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로 진입시켰다고 발표하면서 “강력한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국방대학교의 한용섭 교수는 북한이 체제경쟁에서 실패하여 무력으로 남북통일을 시도하는 길 이외에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재래식 전쟁을 일으켜 남한의 일부를 장악한 후 한미연합군의 반격을 저지하고자 하거나, 남북한 간에 발생한 위기상황을 북한에게 유리하게 종결지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미국의 핵보복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48)러시아의 언론인인 골츠(Alexander Golts)는 2013년 4월 12일의 기사에서 자국민의 고생에 무관심한 김정은의 행태를 고려할 때 체르노빌이 동화로 느껴질 만큼 끔찍한 어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49)(
3. 한국의 핵미사일 억제태세 평가
북한이 한국에 대하여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를 가정한 한국의 억제태세는 어떠한가? 이것은 다양한 요소를 통하여 평가될 수 있으나 우선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자체적인 억제전략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느냐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서 억제이론에서 제시되고 있는 응징적 억제와 거부적 억제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능력(capabilities)을 구비하고 있느냐, 또한 그러한 역량이 얼마나 신뢰성(confidence)있게 북한에게 인식될 것이냐를 평가해볼 수 있다.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억제를 위한 능력이지만 쉘링(Thomas C. Schelling)이 강조하듯이50)그러한 능력이 사용될 것이라는 신뢰성도 억제의 효과에는 중요하다.
(1) 억제전략의 정립 정도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억제전략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즉각적이면서 통일된 대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면서 자체적인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핵억제전략이 명확한 내용으로 모든 국민들이 공감대를 가질 정도로 정립 및 확산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가시화됨에 따라 한국 나름의 핵억제전략으로 최근에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2010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제시한 “능동적 억제전략”이다. 이것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비대칭전력으로 도발하려 할 때 북한 지휘체계와 주요 공격수단을 미리 타격하거나 제거하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51)선제타격을 중심으로 한 억제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국방부에 의하여 공식적인 핵억제전략으로 채택되지는 못하였고, 2011년 3월 8일 국방부는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능동적 억제의 취지를 반영하여 ‘적극적 억제능력 확보’를 강조한 바 있다.52)국방부 내부적으로 어떤 명칭의 억제전략을 정립하였을 수는 있으나 그것이 발표된 바는 아직까지 없다.
대신에 국방부에서는 북한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몇 가지 핵심적인 대비방향을 제시한 바가 있다. 즉 2006년경부터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약속하면서53)최근에는 2018~2019년까지 패트리엇 PAC-3와 유사한 요격미사일인 국산 중거리 대공미사일 '철매-2'를 개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54)북한 핵무기에 대한 '탐지-식별-결심-타격'의 과정, 즉 '킬 체인'(kill-chain)을 30분 내에 완성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한 바 있다.55)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당시의 상황적 요구에 따라 발표 및 강조되는 형태였고, 포괄적인 억제전략의 개념에 근거하여 제시된 조치들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러한 조치들로 충분한 지,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는 상태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 방향을 이해하고, 각 조치들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조정해줄 수 있는 한국 자체의 억제전략이 정립 및 발표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2) 응징적 억제태세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한국 자체의 응징적 억제태세는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다. 한국은 북한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야포 5,200문, 다련장포 200문, 지대지미사일 30문, 전투함 120척, 잠수함 10척, 전투기 460대 등을 보유하고 있고,56)이들의 질도 낮지 않다. 그러나 일거에 한국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에 비하여 비핵무기는 부분적인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억제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응징적 억제의 신뢰성을 볼 때도, 비록 재래식 도발과 핵도발이 동일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1954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을 포함한 994건의 국지도발을 자행하였음에도57)한국은 제대로 응징보복58)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응징보복 의지를 북한이 강하게 평가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핵 및 재래식 무기를 통하여 응징 보복할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북한에게 알려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한다는 개념에 의존하여 왔다. 이것이 바로 ‘핵우산’ 및 ‘확장억제’의 개념으로서, 이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0년 한국과 미국은 ‘국방협력지침’을 체결하여 ‘한미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미국이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59)
미국의 핵 및 재래식 보복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지만 그것이 약속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신뢰성이 그만큼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동맹국에 대한 신뢰의 문제, 한국에 존재하는 주한미군 및 미국시민들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적극적인 확장억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그렇지 않은 것으로 오판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핵우산’을 재래식 수단까지도 포함하는 ‘확장억제’로 용어를 바꾼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가급적이면 핵사용을 자제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고, “핵무기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Nucler Weapons)을 주창하여 200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핵무기에 의한 보복을 쉽게 내릴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핵억제에 관한 언급이나 강조가 약해진 상태임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60)
이렇게 볼 때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응징적 억제태세는 낮지 않으나 미국의 억제태세는 한국 것이 아니라서 확신하기 어렵고, 한국의 자체적인 응징적 억제태세는 미흡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금방 보강하는 것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 자체적인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창의적인 억제전략을 통하여 미 확장억제의 불확실성과 자체적 응징적 억제력의 미흡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2) 거부적 억제태세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거부적 억제태세 역시 미흡한 점이 많다. 북한이 폭격기로 핵무기를 투발할 경우 한국은 고도의 방공능력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 폭격기가 이륙하는 순간을 파악하여 추적 및 요격할 수 있지만, 미사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초부터 이스라엘로부터 구입한 그린파인 레이더 2기가 배치되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최소한의 탐지와 추적 능력은 구비되었지만, 요격의 경우 직격파괴 능력이 없는 PAC-2 미사일 2개 대대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의 경우 직격파괴가 가능한 PAC-3개 2개 대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고도 10-15km, 사거리 15-45km에 불과하여 자신들의 기지 이외에는 방호력을 제공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상태라서 대응시간이 극히 제한되고, 따라서 부분적인 미사일 방어는 가능하더라도 전체적인 방어는 곤란한 환경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거부적 억제의 신뢰성도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의 미사일 방어 기술 자체가 아직은 공격해오는 미사일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요격시키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고, 북한도 한국과 주한미군의 현 미사일 방어 수준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200여대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탐지와 요격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거부적 억제능력은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고, 대대적인 보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 자체가 지니는 원초적인 기술적 한계, 북한과 근접한 지리적 불리점, 그리고 그의 구비에 소요되는 대규모 비용을 고려할 때 금방 충족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Ⅳ. 한국 대북 핵억제전략의 방향과 요소
한국의 경우 응징적 억제와 거부적 억제는 바람직한 정도(desirability)와 실현가능한 정도(feasibility)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응징적 억제의 경우 미국의 힘을 활용함으로써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남북한의 핵전장화를 조장하거나 유사시 미국이 지원하지 않을 경우 속수무책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거부적 억제의 경우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시켜버려 핵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바람직한 정도는 크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하여 북한 핵에 대한 억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동원해야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즉 한국의 입장에서는 응징적 억제전략의 바람직하지 않는 측면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거부적 억제의 높지 않은 실현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한 창의적인 억제전략 개념을 정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자체로서는 미흡한 대안들의 취약점을 상호 보완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상태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대북 핵억제전략의 기본방향, 명칭, 그리고 핵심적인 요소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 중에는 이미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치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지만, 그 조치들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정리하여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포괄적인 내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1. 기본방향
북한 핵미사일 사용에 대한 억제는 확실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가지 요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가용한 모든 방안들을 최대한 동원하여야 한다. 거부적 억제가 미흡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최대억제 개념에 의하여 미국 핵무기의 응징력을 활용하되, 스스로의 역량 범위 내에서 최소억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사일 방어력을 향상시켜 거부적 억제력도 향상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동시에 억제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조치―예를 들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제타격을 통하여 사전에 무력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핵억제전략에서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사항은 한미연합억제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인 한국 단독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충분히 응징 보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공격력을 보유하고 있고, 확장억제 개념을 통하여 한국을 대신하여 응징 보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이며,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어서 연합 핵억제의 실효성은 적지 않다.
다만, 실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약속대로 보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핵전쟁을 결심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대한 사항이어서 미국도 당시의 국제정세나 국내여론을 살펴서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보유하고 있거나 금방 증강할 수 있는 비핵무기에 의한 응징보복 방안도 동시에 개발해 나갈 수밖에 없다. 즉 최대억제 개념에 의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결정적인 경우를 대비한 방책으로 보유하면서, 한국은 최소억제 개념에 의하여 비핵무기에 의한 정밀타격으로 북한이 절대적으로 지키고 싶어 하는 표적을 공격함으로써 억제효과를 달성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방책으로서 한국은 거부적 억제전력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이의 핵심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인데, 비록 상당한 비용과 고도의 기술이 소요되고, 짧은 거리로 인하여 방어효과가 의문시되기는 하지만,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핵전쟁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서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나가고, 동시에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하여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자 노력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추진성과를 평가하면서 그 범위와 수준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정승조 합참의장이 2013년 2월 6일 국회 국방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응징보복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다면 선제타격”할 수밖에 없다.61) 비록 핵전쟁으로 확산될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핵미사일 공격을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국제사회가 수긍하는 명백한 징후일 것이냐가 논란거리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었을 경우의 선제타격은 자위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방어행위이다. 비록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적시에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북한의 대부분 미사일이 액체연료를 사용하여 연료주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제타격을 위한 시간과 표적 확보가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선제타격을 결행해야만 하는 조건, 계획, 북한 반발에 대한 재대응 방책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두어야 할 것이다.
2. 핵억제전략의 명칭 제안: ‘정밀억제전략’
한국 핵억제전략의 기본적인 방향은 위와 같더라도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이에 근거한 일관성 있는 대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쉽게 사용하고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 간명한 용어로 대표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의 경우 이름을 잘 짓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에도 소련이 1949년 원자폭탄에 이어 1953년 수소폭탄을 개발하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전략을 핵억제전략으로 전환하면서 ‘대량보복전략(Massive Retaliation Strategy)’을 발표하였고, 그 후 대통령이 교체될 때마다 조금씩 내용을 발전시키면서 그 명칭도 변화시켰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는 ‘유연반응전략(Flexible Response Strategy)’이란 명칭 하에 상황별로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을 정립하였고, 닉슨 대통령 시절에는 ‘현실적 억제전략(Realistic Deterrence Strategy)’의 구호 하에 동맹국들과의 분담을 통한 억제를 추구하였다. 카터 대통령 시절에는 ‘상쇄전략(Countervailing Strategy)’을 통하여 보복력과 민간방위 등의 방어조치를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핵전쟁에 대한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자 하였다. 레이건 대통령부터는 거부적 억제를 추가하는 개념으로 발전하여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부시(아버지)대통령은 ‘제한공격에 대한 지구방어(GPALS: Global Protection Against Limited Strikes)’로 개념을 수정하면서 국가미사일방어(NMD: National Missile Defense)와 전구(戰區)미사일방어(TMD: Theater Missile Defens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개념이 클린턴 대통령을 거쳐 부시(아들) 대통령으로 연결되면서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라는 용어로 통합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능동적 억제전략’이나 ‘적극적 억제전력 확보’라는 용어가 사용된 적이 있는데, 이 중에서 어느 것으로 통일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이라는 용어 자체는 의지나 태도의 강화는 암시하지만 억제를 위한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억제전략의 명칭을 이왕 정립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듣기만 해도 어느 정도의 방향과 방법이 암시되는 용어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핵억제전략으로 “정밀억제전략”이라는 용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것은 ‘정밀’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한국의 미흡한 여건을 정교하거나 정밀한 노력을 통하여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정밀’은 앞의 기본방향에서 제시한 핵심적인 내용, 즉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북한 지도부들을 ‘정밀공격’함으로써 보복하겠다는 개념, 핵무기 발사에 대한 명백한 징후가 발견되었을 경우 공군이나 미사일에 의한 ‘정밀타격’으로 이를 파괴하겠다는 개념, 그리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요격미사일로 이를 정확하게 ‘직격파괴’하겠다는 내용을 포괄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전략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는 구현할 수 있지만, 앞으로 정밀타격력을 집중적으로 보강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3. ‘정밀억제전략’의 요소
이 항에서는 정밀억제전략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제2장에서 제시한 억제의 이론에 근거하여 제시해보고자 한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응징적 억제는 최대 억제와 최소억제로 구분하고, 거부적 억제에 이어서, 이러한 억제 조치가 실패시를 대비한 선제적 조치를 추가하고자 한다.
(1) 최대억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지금 당장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미 양국 국방부 간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지금도 이를 통하여 필요한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이의 효과를 더욱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NATO의 ‘핵계획단’(Nuclear Planning Group)의 개념을 도입하여 한미 공동의 응징보복 계획을 평소부터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필요도 있다.62)
미 핵무기에 의한 응징보복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기 위하여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로 재 반입하도록 요청할 필요성도 없지는 않다. 핵과 미사일의 기술발달로 현대의 핵무기는 그 위치가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미 본토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이 억제효과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2013년 국방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미 국방부로 하여금 서태평양 지역의 재래식 및 핵무기 추가 배치의 전략적 가치와 실행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와 같이63)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전력증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를 1/3 수준으로 감축하자고 할 만큼 ‘핵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64)중국, 러시아, 전 세계 여론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 핵공격 시 미국의 응징보복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편으로서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 다른 말로 하면 한미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 해체 계획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어 미군이 지원(supporting) 역할로 전환되면 북한 핵위협에 대한 억제와 대응의 일차적인 책임을 한국군이 담당하게 되어 미국의 책임의식이 약해질 수 있고,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미 양국군은 한미연합사를 ‘연합전구사령부’로 전환하면서 한국군 사령관과 미군 부사령관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토의된 바 있고,65)국방부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을 재연기하여 한미연합사를 존속시키자는 내용을 미측에 제안한 상태이고, 2013년 10월 개최될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66)자주성을 중요시하는 국민적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미군이 지휘관이 되어 유사시 본국의 핵억제력을 최대한 대규모 및 신속하게 전개시키는 것이 북한에 대한 핵억제나 대응에 필수적일 수 있다.
동시에 한국은 자체적인 핵잠재력을 보유하고자 노력할 필요도 있다. 한국은 현재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개정될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하여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은 핵잠재력은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의 국력이나 기술수준을 고려할 경우 절박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고, 이러한 잠재력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억제력을 확보한 상태가 될 수 있다
.
(2) 최소억제
‘정밀억제전략’의 구현을 위하여 한국이 집중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과제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실현가능한, 즉 최소억제 개념에 의한 한국 나름의 응징보복 전략과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라는 최대억제 개념에만 의존할 경우 자칫하면 미국의 결정에 국가안보를 맡기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을 사살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한 것처럼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한국은 정밀공격을 통하여 북한지도부를 사살(de-capacitation)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즉 “김정은 일가에 대한 신병을 부단히 확보하여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한다면 북한의 최고지도자 일가를 비롯하여 대량보복을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67)지도자의 안위가 다른 어떤 사항보다 중요한 북한으로서는 한국이 이러한 개념을 정립한 상태에서 실행력을 구비하고 있을 경우 핵공격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군은 공군력, 미사일 전력, 특수부대 전력을 활용하여 북한 수뇌부들을 사살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지하벙커 공격용을 비롯한 필요한 무기체계를 확보해야할 것이다.
한국의 자체적인 응징보복 방안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응징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유 및 과시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북분단 이후 직면한 가장 비정상적인 안보상황”이고, “그 동안 한국이 안주해 온 안보의 온실에 구멍이 뚫려서 비가 새고 매서운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발상의 전환과 결연한 의지”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68)또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현황, 핵무기의 위협정도,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서 가용한 대안과 제한사항을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고,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대피시설을 구축하거나 대피요령을 전파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거부적 억제
북한 핵무기에 대한 거부적 억제의 핵심은 공격해오는 북한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능력이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있는 한국의 환경 하에서 믿을만한 결과를 보장할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달된다고 가정할 경우 미사일 방어망은 “북한의 핵사용과 위협 가능성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69)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믿을만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점진적으로 미사일 방어망의 범위와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탐지 및 추적 능력은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이지만, 한국이 상당히 미흡한 상태라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요격능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전구미사일방어에서 적용하고 있는 개념, 즉 부스트(Boost) 단계 방어, 상층방어(Upper Tier Defense), 하층방어(Lower Tier Defense)로 구분한 상태에서, 우선은 하층방어를 위한 ‘철매-2’ 방공미사일을 더욱 조기에 개량하거나 미국의 PAC-3(사거리: 15-45km+, 고도: 10-15km)급을 도입하면서, 상층방어용 무기체계인 지상의 THAAD(사거리: 200km+, 고도: 150km, 트럭탑재, C-17로 1개 포대 전체 이동)급이나 해상의 SM-3(사거리: 500km, 고도: 160km)급 무기체계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70)기술개발이 쉽지는 않지만 더욱 장기적으로는 레이저 무기체계를 통하여 부스트단계에 있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안도 추진함으로써 대응시간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필요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의 탐지 및 추적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그린파인레이더를 최대한 활용하되 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미국의 X-band 레이더를 본토에 설치하여 공유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적용하거나 미일과의 협력을 통하여 일본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 X-band 레이더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될수록 이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은 증대될 것이고, 그 중에서 조기경보, 추적, 감시를 위한 협력은 가장 먼저 모색되어야할 분야라고 할 것이다.
(4) 선제적 억제
핵무기에 대한 응징적 억제의 효과는 확신하기 어렵고, 거부적 방어력의 구축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국은 억제력이 구비되기 이전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도 가정하여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의 핵심은 북한의 핵무기가 발사되기 이전에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비록 오판이나 확전의 위험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핵공격을 받아 수많은 국민들이 사망하거나 국토가 황폐화된 후 응징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대안이다. 미군은 교범을 통하여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는 상대에 대해해서는 선제타격(preempt)하거나 보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믿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71) 평화헌법으로 공세적인 군사력 행사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일본에서도 2006년과 2009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였을 때 ‘적지공격론(敵地攻擊論)’이나 ‘선제공격론’이 제기된 바 있고,72)한국의 정승조 합참의장도 “명백한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 타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preventive)73)차원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방안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대규모의 정교한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제타격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사전에 행동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공격은 남용의 위험이 커서 국제적으로 용인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74)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의 핵발전소를 초기단계에서 파괴시킨 이스라엘의 경우에서처럼 핵무기 위협에 대한 예방 차원의 조치가 불가피한 점은 있다. 1993년 3월 북한이 NPT를 탈퇴하여 초래된 제1차 북한 핵 위기 시에 한미 양국군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예방 차원의 정밀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한 바 있다.75)
한국군은 국가지도자가 심사숙고하여 선제 또는 예방 차원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후 명령을 하달할 경우 실행할 수 있는 계획과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어떤 전력으로 공격대형을 구성하고, 북한의 방공망을 어떻게 회피하며, 표적을 어떻게 할당하고, 타격 후 어떻게 귀환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고, 시행을 연습하며, 계획의 타당성을 계속적으로 보완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선제 또는 예방 공격에 북한이 반발하여 미사일 및 포병으로 공격하거나 전면전으로 악화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6자 회담을 비롯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앞으로 계속하여 핵무기의 수와 성능을 증대시켜 나갈 것이고, 그럴수록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범위는 축소될 것이다. 외교적 노력이나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할 경우를 대비한 핵억제전략의 개발과 구현에도 절박한 관심을 가져야할 상황이다. 한국의 현 능력에 대한 냉정한 분석에 기초하여 한국의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창의적인 핵억제전략을 정립 및 구현함으로써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존성을 점진적으로 완화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응징적 억제(최대억제와 최소억제)와 거부적 억제를 중심으로 하는 핵억제이론에 근거하여 한국의 억제태세를 평가하였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핵억제이론의 구성요소별로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관련하여 한국이 노력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경우 국가적인 억제전략의 명확한 개념이 확정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응징적 억제나 거부적 억제 전반에서 걸쳐 매우 미흡한 태세이고, 따라서 상당한 보완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임을 주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대북 핵억제전략의 명칭으로 ‘정밀억제전략’을 제안하였다. ‘정밀’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한국의 억제전략은 미흡한 한국의 현 여건과 능력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정교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였고, 특히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북한 지도부들을 ‘정밀공격’해야 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하고자 할 경우 ‘정밀타격’으로 이를 파괴해야 하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정밀하게 ‘직격파괴’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이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한국 고유 핵억제전략의 개념을 논의하는 데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개념과 명칭이든 하나를 정립하여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제반 대응책의 비중과 우선순위를 적절하게 설정하고, 전력증강의 중점을 전환하며, 국민 모두의 지향방향을 일치시키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은 그 효과나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앞으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정밀억제전략’에서 비중이 증대되어야할 부분은 미사일 방어이다. 비록 지리적으로 너무 근접하여 대응의 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될 경우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핵억제 및 대응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공격해오는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 발사를 자제할 수밖에 없고, 한국은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은 미사일 방어에 관한 전반적인 청사진을 정립한 상태에서 수도 서울과 주요 전략시설을 방어할 수 있도록 직격파괴가 가능한 하층방어 요격미사일을 조기에 확보하고, 지상의 THAAD나 해상의 SM-3와 같은 상층방어 요격미사일도 부분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에 관한 한미 또는 한․미․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밀억제전략’의 구현을 위한 기초는 북한 핵무기의 개발, 배치, 사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대응을 위한 국가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은 국가와 군의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북한 핵무기의 수, 질, 배치 여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정밀억제전략’의 효과적 시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되었을 경우 관련자들을 즉각적으로 소집하여 국가 및 군의 대응조치를 논의하여 결정하고, 관련 정보를 국민 및 우방국들에게 신속하게 전파 및 공유하는 효과적인 위기관리 체제도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그 당시 상황과 여건에 부합되는 최선의 대응책을 구사하고, 이로써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무기 위협에 대한 대처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konas)
출처 : 코나스넷, 박 휘 락(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http://www.konas.net/article/project.asp?idx=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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