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사드 논란의 진실 (주간조선 2326호, 2014.10.06)
중국의 제1 공격목표가 될 만큼 위협적인가?
北 핵탄두 미사일 요격용으로 효과적인가?
▲ 사드 요격 미사일 photo 전현석 조선일보 기자
“(최)어민은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그 순간부터 중국의 미사일들은 힘을 쓸 수 없다던 수전의 말을 떠올렸다.… 사드의 배치란 곧 중국과 철천지 원수가 되는 길이었고 전쟁이 터진다면 중국의 제1 공격 목표는 한국의 사드일 것이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유명한 소설가 김진명의 신간 소설 ‘THAAD(사드)’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세계은행 연구원 리처드 김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 미사일방어(MD·Missile Defense) 체계와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변호사 최어민의 활약을 다뤘다. 발매 후 한 달 넘게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사드(THAAD·Theater(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미사일을 우리말로 옮기면은 ‘전구(종말) 고고도 지역방어’ 미사일이다. 적 탄도미사일이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오다 낙하하는 단계에서 40~150㎞ 고도에서 요격한다. 미 MD 체계의 핵심 미사일 중 하나여서 이 미사일이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미 MD 체계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며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진명의 ‘THAAD(사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을 자극해 중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책 344쪽에는 ‘사드는 전쟁의 연계선입니다. 중국은 한국부터 공격합니다. 바로 그 사드를 없애려고 말입니다’라는 대목도 나온다. 특히 책 표지에는 ‘이것은 팩트다!… 그들이 쓰는 시나리오는 전쟁이다!’라며 허구가 아니라 사실임을 강조하는 듯한 내용도 있다.
이 소설은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 국방부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더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9월 30일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그 일(사드 배치)이 맞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working with)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측으로부터 공식요청이 온 적이 없었고, 협의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밝혀왔기 때문에 워크 부장관의 발언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 대변인은 10월 1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국방부에서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동아시아부차관보에게 확인해본 결과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우리 입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 정부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협의한 바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이처럼 사실상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변인은 “워크 부장관이 한국 정부와 ‘working with’ 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협의’보다는 ‘협력’에 가까운 의미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미측에서 공식 해명이 나올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해명과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 대변인이 사드와 관련해 설명한 것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드러날 경우 김 대변인은 또 거짓말 해명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지난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례적으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미 국방부에 건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러면 미국이 실제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중국의 제1 공격목표가 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일까. 전문가들은 사드 미사일의 역할이 과장돼 알려졌으며 중국 등이 실제보다 부풀려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우선 유사시 사드 미사일이 중국에서 발사돼 미국을 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한반도의 사드 미사일이 중국에서 발사된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면 중국은 유력한 대미 공격수단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드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가 결국 MD 참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드는 미 록히드마틴 제품으로 최대 요격고도가 150㎞인 미사일이다. 원래 미 MD 체계에선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오는 적 ICBM들을 바다 위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알래스카 등에서 발사되는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 등이 단계적으로 요격하게 돼 있다. 이 미사일들이 요격에 실패했을 때 마지막 단계에서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과 함께 미 본토를 지키는 용도로 개발된 것이 바로 사드다.
사드는 길이 6.17m, 무게 900㎏, 직경 34㎝로 최대 속도는 소리보다 8배 이상 빠른 마하 8.24에 달한다. 한 발당 가격은 100억~1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대공 미사일은 적 항공기와 직접 부딪치거나 가까이 접근한 뒤 탄두가 폭발하는 방식으로 적 항공기를 파괴한다. 반면 사드는 미사일 탄두가 적 미사일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이다. 히트 투 킬 방식은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파편에 의해 요격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했던 미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파편형 탄두를 썼는데 스커드가 요격된 뒤에도 큰 파편이 남았고 이 파편들이 도심이나 기지에 떨어져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었다. 이를 교훈 삼아 개발된 것이 히트 투 킬 방식이다.
유사시 중국 본토에서 ICBM이 발사돼 미국을 향할 경우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는 사드의 요격고도인 150㎞보다 훨씬 높은 고도를 날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사드가 요격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사드는 미사일 상승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 배치 SM-3 미사일과 달리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는 종말 단계 요격용이어서 중국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선 요격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사드의 강력한 X밴드 레이더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드의 핵심 구성품에는 미사일 외에 AN/TPY-2라 불리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가 있다. 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1800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X밴드는 파장이 짧아 적 탄도미사일을 먼거리에서 정밀하게 탐지하는 데 유용하다. AN/TPY-2는 석유 시추선만큼 큰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SBX)보다 탐지거리는 짧지만 훨씬 작아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4800㎞에 달한다. AN/TPY-2는 수송기 등에 실어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을 겨냥해 일본 내 기지 2곳에 이 레이더를 배치해놨다. 미국은 일본보다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에도 이 레이더의 배치를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배치될 경우 유사시 중국 미사일 발사를 일찌감치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제로 2012년 중국 코앞인 백령도에 이 AN/TPY-2 레이더 배치를 허용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비공식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드 레이더가 장거리 탐지보다는 추적용이어서 중국 ICBM에 실제론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소식통은 “사드 미사일 레이더는 적 탄도미사일이 낙하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추적하는 것이 주 용도이기 때문에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ICBM 탐지용으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안다”며 “일본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모두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ICBM을 발사 직후 탐지하는 것은 주로 3만6000여㎞ 상공에 떠 있는 DSP 조기경보 위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사드 X밴드 레이더의 중국 견제 의미를 약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사드가 과연 북한 핵탄두 미사일 요격용으로 효과적이냐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길이가 짧아 북한 미사일 비행시간이 보통 10분 미만이어서 요격이 쉽지 않고 미사일의 비행고도도 높지 않아 사드나 SM-3 같은 상층방어 요격미사일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군 당국도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북한이 3차례나 핵실험을 하고 핵탄두 장착 미사일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이런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2 미사일로는 탄도미사일 요격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데다, 2016년부터 도입될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도 요격고도가 15~30㎞에 불과, 요격시간이 수초에 불과해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양강도 영저동 기지 등 북한 후방지역에 배치된 노동 미사일이 남한을 향해 발사될 경우 하층 저고도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당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주관으로 열린 ‘북의 핵 미사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최봉완 한남대 교수는 현재 우리 군이 확보한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비행궤적에 따른 다층 요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1t의 핵무기를 사거리 1000㎞의 노동 미사일에 탑재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할 경우 서울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11분15초인데,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은 12~15㎞ 고도에서 1초간, 사드는 40~150㎞ 고도에서 45초간, 이지스함 탑재 SM-3 미사일은 70~500㎞ 고도에서 288초간 각각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요격시간이 1초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패트리어트 미사일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KAMD(Korea Air & Missile Defense·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에 한계가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북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할 필요성은 유사시 북 핵탄두 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 등을 상정한 ‘킬 체인(Kill Chain)’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에서도 제기된다. 킬 체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30분 내에 정밀타격해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가 100~200기에 달하고 이를 모두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킬 체인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 당국은 킬 체인으로 막지 못한 북한의 핵미사일은 KAMD 체계로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KAMD는 미국의 MD와는 별개로 우리 나름대로의 항공기 및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 MD보다 규모가 훨씬 작아 ‘미니 MD’로도 불리지만,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등 하층방어 체제로만 구축돼 있어 요격 실패 가능성에 따른 우려가 컸다. 때문에 우리 군 수뇌부도 내심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유사시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방송에 출연해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를 우리가 직접 도입할 경우 엄청난 돈이 드는데 그 돈을 들이지 않고 북핵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로선 환영할 일이 아니냐는 얘기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되며, 발사대 1기당 8발의 미사일이 장착된다. 1개 포대는 총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되는 셈이다. 1개 포대 구매 비용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남한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선 사드 2~4개 포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림잡아 4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드 논란을 계기로 미국의 MD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정부와 군도 ‘MD 참여 노이로제’에서 벗어나 국민과 중국 등 주변국에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의정논총(제9권 1호)에 실린 ‘한국 국방정책에 있어서 오인식에 관한 분석과 함의:전작권과 미사일 방어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그동안 한국에선 ‘미사일 방어=미국 MD 참여’라는 주장이 확산돼 국민들에게 수용됐고 이를 의식해 국방부는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거나 추진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한국군은 한국의 고유한 상황과 여건에서 어떤 미사일 방어체계가 최선인가를 토의하기보다는 ‘미 MD 불참’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데 급급해온 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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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326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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