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人生旅路 - 9. 해병대사령관 시절
(17) 전역
내가 제7대 해병대사령관의 임기를 마치고 이임과 동시에 예비역으로 편입된 날짜는 1969년 7월 1일이었다.
그 날 오전 10시, 해병대사령부 광장에서는 임충식 국방장관과 본스틸 주한 유엔군사령관 등 내외 귀빈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제7대 사령관과 제8대 사령관의 이취임식이 성대히 거행되었다.
그 이취임식 석상에서 부대기를 후임 사령관 정광호 대장에게 인계했던 나는 이임사를 통해 재임기간 중 사령관의 막중한 직무를 대과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함께 정진해 준 예하 전 장병들과 재임기간 중 해병대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성원을 베풀어주신 그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의를 표명하고 아울러 신임 사령관을 중심으로 전 장병이 굳게 뭉쳐 국토방위의 중차대한 사명과 자유민의 전우로서 기여하고 있는 월남전의 수행을 위해서도 더욱 매진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한편 그 날로 오랜 세월 입고 있던 군복을 벗게 되었던 나는 한편으론 못다한 일에 대한 미진한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내 자신의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책무를 벗어 놓게 된 그 심정은 말할 수 없이 홀가분하기도 했고, 허전하기도 했다.
또한 그 날 나의 뇌리에는 현역시절에 겪었던 그리운 영상들이 수없이 떠올랐고, 그러한 영상들을 대하면서 나는 오랜 세월 조국을 위해 헌신해왔던 내 자신의 빛바랜 모습들을 추억의 앨범을 대하듯이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영예롭고 소중한 그 현역시절을 돌이켜보면서 나는 비록 군복은 벗게 되었지만 예비역 장성의 일원으로서 국가의안전과 무한한 번영을 염원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나 자신에게 했다.
출처 : 예비역 해병대장 강기천(姜起千) 제7대 해병대사령관님 회고록 "나의 人生旅路"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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