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3기 김세창

짜빈동 전투의 잔상(11) - 패주하는 적들

머린코341(mc341) 2015. 4. 2. 19:19

짜빈동 전투의 잔상(11) - 패주하는 적들

 

어느 전투나 다 그렇다고 보지만 너무도 치열한 전투 중에는
살아남은 전우가 안 보여서 대부분 전사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모든 병사가 최대로 몸을 숨기고 적을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황이 바뀌는 순간 도처에서 움직이는 우군이 보였으며 점점 숫자가 늘어나면서
부대원 자체 사기도 높아지기 시작하고 전의(戰意)마져 충만하게 된다.

날이 점차 밝아지자
교통호 여기저기서 움직이거나 총을 쏘는 해병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잠시 숨을 돌리다보니
아니 바로 앞만 보며 가까운 적을 관측하다가 멀리 있는 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

진지에서 800미터~1200미터 떨어진 곳을 관측하니
북서쪽 돌산 쪽으로 도주하는 아주 새까맣게 수많은 적들이 도주하는 게 보인다.

-- 아니 저리도 많은 적병들이 우리를 공격하였단 말인가? --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개미떼 만큼이나 많은 적들이
까만 옷을 입고 도주하는 장면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Hamilton을 불러서 air-strike준비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는 나의 행선지를 밝히고 총성이 들리는 2소대 쪽 전면에 관심을 돌렸다.
그 쪽 숲에서 소총소리가 무척 요란하게 났다 도주하는 적병들을 엄호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2소대를 다시 추가 공격하는 것인가?
바로 2소대 최전방 교통호 제 2선 후면으로 달려내려 갔다.

적들이 사격해 오는 방향이 은폐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제2선 교통호를 따라서 자세를 낮추고 북쪽 4부 능선으로 기어가다 관측을 시작하였다
통신병도 없이 단독으로 무전기를 메고 머리만 내밀었다

그 때였다 “타닥“ 하고 오른쪽 얼굴 1m 떨어진 곳에 소총탄 한발이 박혔다.
분명코 나를 겨냥한 조준사격이었다
기겁을 하고 자세를 낮추고 다음 목표를 찾아 기어갔다.

그런데 나의 진행 반대쪽에서 무거운 배낭을 멘 채로
한 시커먼 병사가 단독으로 나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 어? 이건 내 이종사촌 동생 김병각 병장이 아닌가? --

어제 밤에 정정상소대원으로 배치되어 3소대 쪽에서 적과 싸우다가
상황이 안정되어 같은 소속 소대원들을 찾아가는 중이란다.

--“야, 병각아 저격수가 있는 것 같으니 절대 몸을 숙이고 기어 다녀라“ --

이 말을 하고 동생을 보냈다.
머나먼 이국땅 전쟁터에서 우연 치고는 너무도 극적으로 동생을 만난 것이다.
그렇다고 긴 이야기 할 때 가 아닌 지라 그대로 헤어지고 말았다.

 


다시 기어거의 8부 능선 까지 교통호로 이동하여 가서 관측을 시작하는데
다시 날카로운 총성이 나면서
얼굴 바로 아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낭(砂囊)에 총알이 박히며 날카로은 소리를 내었다.

놀라서 털석 주저앉았다.

이놈봐라? 아주 날 제대로 조준하는 놈이구나 다시 기어 올라갔다.
가장 치열한 3소대가 바로 눈아래 감지되는 최정상 지점이다

이곳에서 보니 적의동태와 아군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인다.
바로 절벽 밑 30미터거리에 106미리 무반동총도 보였다.

전에 작업하였던 81미리 박격포 포상(砲床 : 포 발사장소)에 도착하였다
누어서 한숨을 돌리며 멈추었다.

그리고 3소대 위험 지역과 2소대에 총격을 가하는 위치를 알아내야지 생각하며
전방을 향해서 눈만 보이게 아주 낮은 무릎쏴자세로 고개를 들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최대의 은폐를 유지하기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아무소리도 안 들리고,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야구 방망이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듯 강타를 맞으며 뒤로 나가 떨어졌다.

넘어지면서 보니 철모가 내 가슴위로 치솟았다 떨어진다.
얼굴에 맞을 까봐 철모를 두 손으로 받고 보니 의식이 흐릿하였다.

엉겁결에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지니 여러 개의 머리카락과 함께 손바닥에 많은 피가 묻어났다.


저격병에게 내가 당한 것이다.



우선 머리를 손바닥으로 누르고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사실 머리에 총을 맞은 후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는 모호하였다.

어느 결에 나를 따라 왔는지 한 미군 병사가 있었다.
아까 Hamilton에게 나의 행방을 말해 주었기에 나를 찾아 온 것 같았다.

비명을 지르며 나의 부상을 보고 울부짖는 미군병사는 Jim Pollota였다.

그리고 머리 지혈을 위해 압박붕대를 묵는 걸 도와주고
또 치료할 위생병도 신속히 데리고 왔다.

이 고마운 Jim이 없었다면 쉽게 의식이 회복되지 않었을것이다.

Thank you so much Jim!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