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굽혀펴기 매일 1만번 ‘인간병기’ UDT 전설을 잇는다 (주간조선 2349호, 2015.03.23)
한주호 준위 5주기… UDT에 두 번 도전하는 김영태 소위
▲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5년 전, 천안함 폭침사건 발발 후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난무하면서 해군에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들끓던 여론의 향방을 바꾼 것은 생존자 수색에 나섰던 해군특수전 전단(UDT/SEAL) 한주호 준위의 죽음이었다. 해군의 명예회복과 함께 ‘UDT의 전설’이 된 한주호 준위 5주기가 오는 3월 30일이다. 한 준위의 죽음 이후 UDT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UDT의 정확한 명칭은 UDT/SEAL (Underwater Demolition Team/Sea Air Land)이다. 1955년 미국 UDT과정을 이수한 장교 3명 등 33명으로 창설된 UDT가 전신이다. 올해가 부대 창설 60주년이다. 1975년부터 특수작전 임무가 부여되면서 육·해·공 어디서나 임무가 가능한 UDT/SEAL로 명칭이 바뀌었다.
한 준위의 5주기를 앞둔 지난 3월 13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를 찾았다. 훤칠한 키에 단단한 체격의 해군소위가 달려와 경례를 붙였다. UDT/SEAL 53기로 2009년 병장 전역한 후 다시 UDT/SEAL 장교에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사관후보생 116기로 입대한 김영태(28) 소위였다. 김 소위는 3월 23일 UDT/SEAL 장교 과정 입소를 앞두고 있었다.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공보실 공보과장인 김효진 대위는 “UDT병 출신 중 장교로 또 도전한 경우는 UDT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고 했다.
혹독하기로 유명한 UDT/SEAL 훈련 과정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지원자 중 평균 수료율이 40% 미만이고 기수에 따라서는 10~20%만이 통과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친다. 지난 2012년 탈락률은 전반기 56%, 후반기 78%에 이르렀다. 10명 중 7명은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UDT/SEAL 훈련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데 기수는 동일하다. 훈련은 사병, 부사관, 장교 과정으로 나뉜다. 각각 기초체력훈련, 잠수, 특전전술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장교 과정 지원자는 극히 소수이다. 한 기수에 3~4명에 그칠 때도 있다.
5주간 공동으로 진행되는 기초체력훈련을 포함, 사병은 총 12주, 부사관·장교는 24주 동안 훈련을 받는다. 바다에서 맨몸으로 이뤄지는 기초체력훈련에서부터 탈락자가 우수수 나온다.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상을 당하면 원하지 않아도 중도 퇴소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훈련을 마친 이들에겐 ‘인간병기’라는 별명이 붙는다.
한주호 준위는 UDT/SEAL 훈련교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김 소위는 “한 준위님과 한 부대에 근무했는데 자상하게 후배들을 챙겨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한테는 까마득한 존재였습니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구조에 나선 한 준위님을 보면서 희생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입소를 앞둔 김 소위는 UDT의 매력에 대해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기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UDT/SEAL 전우회에 들어가 보면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사나이 UDT, 희생, 명예,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김 소위가 그 동기들을 며칠 전 만나 UDT/SEAL 장교 과정에 곧 입소한다고 말했더니 다들 “미친놈”이라고 하더란다. 무엇이 김 소위를 두 번이나 UDT/SEAL에 도전하게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김 소위는 부산에서 자랐다. 영도 앞바다가 놀이터였다. 청소년 시절 특수부대 양성 훈련을 소재로 한 영화 ‘지, 아이, 제인’에서 남장을 한 데미 무어가 훈련받는 장면은 그의 가슴에 오랫동안 박혀 있었다. 동아대학교 체육학과를 다니다 UDT/SEAL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주저 없이 입대를 결정했다. 수영으로 잔뼈가 굵은 데다 운동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스포츠맨이었다. ‘지옥의 훈련’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신 있었다. 집에 “걱정 말라”면서 큰소리치고 입대했다. 그러나 UDT/SEAL 훈련은 상상 이상이었다.
매일 아침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8㎞ 구보 등으로 체력훈련을 시작해 오후엔 맨몸으로 바다에서 살아야 했다. 잠영으로 50m를 가야 하는 훈련도 힘들었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저체온증으로 실려가기도 하고 수영 때문에 포기한 동기도 있었다.
4주간의 기초체력훈련을 거치면 5주째에는 일명 ‘지옥주’가 기다리고 있다. 지옥주는 일주일간 한숨도 재우지 않고 고무보트를 한시도 몸에서 떼어서는 안 된다. 고무보트 조정훈련, 갯벌훈련은 기본이고 고무보트를 어깨에 메고 선 채로 밥을 먹고 산을 탄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지옥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이다. 김 소위는 “옆에 있는 동기들 덕분에 지옥주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UDT/SEAL 훈련에서 ‘지옥주’와 더불어 악명 높은 훈련은 ‘생식주’이다. 500mL짜리 생수 한 병으로 4일을 버티는 것이다. 먹는 것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야간 바다수영 훈련을 할 때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며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느냐”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소위가 대답했다. “매일 아침 눈 뜨자 마자 포기하고 싶었죠.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이 시작된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해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고 한다. UDT/SEAL 훈련장에는 ‘종’이 있다. 그 종을 치면 바로 퇴소할 수 있다. 훈련 교관들은 “힘들면 종 치고 나가라”면서 훈련생들 약을 살살 올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도 훈련의 일부였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종을 쳤지만 가족들을 볼 낯이 없을 것 같아 버텼다. 종을 친 훈련생 중에는 유혹의 순간을 넘기지 못한 후회 때문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한다. 53기생은 다른 기수에 비해 팀워크가 좋았다. 53명이 입교해 38명이 훈련을 마쳤다.
12주간의 UDT/SEAL 훈련은 김 소위에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동기들과 함께 생사를 넘으면서 ‘내’가 아닌 ‘우리’를 보게 됐다. “예전에는 제 자신의 힘든 상황만 보였는데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게 됐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병으로서 임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부사관, 장교에 비해 UDT병 훈련은 짧았다. 지휘관이 돼서 UDT/SEAL 대원들을 이끌고 싶었다. UDT/SEAL 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자마자 UDT/SEAL 장교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다니던 동아대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수능시험을 준비했다. 해군 지원에 유리한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체육학과에 입학해 군 장학생에 지원했다. 군 장학생은 군 장교로 복무하는 조건으로 군에서 장학금을 받는 제도다.
2014년 한국해양대학교 졸업 후 다시 장교로 입대, 지난해 6월 소위로 임관했다. UDT/SEAL 장교훈련 지원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 함정 근무를 거쳐야 한다. UDT/SEAL 훈련 입교 전까지 1200t급 초계함인 ‘여수함’ 전투정보관으로 근무했다. 김 소위는 “멀미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옥 훈련’을 버텨낸 사람도 뱃멀미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멀미보다 힘든 것은 운동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앉아서 사무 보는 일이 많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는데 함정 근무 동안 운동을 못해 체중이 불었습니다.”
김 소위의 체격은 185㎝에 90㎏. 오리발 차고 수영하는 전국 핀수영대회 100m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스킨스쿠버 마스터(상급)에 인명구조사, 잠수기능사, 생활체육지도자(수영) 자격증과 수상동력 조정면허를 갖고 있다.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자격은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김 소위에게 하루에 소화하는 운동량을 물었더니 팔굽혀펴기만 1만번을 한다고 답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만 번이 맞냐”고 재차 확인했더니 팔굽혀펴기 1만번은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소위는 군인이 천직인 듯했다. “운동 실컷 하면서 재워 주고 밥도 주고 월급까지 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죠.”
김 소위의 꿈은 청해부대 근무이다. 마침 인터뷰를 한 날은 김 소위가 UDT/SEAL부대에서 해상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지 딱 6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9년 3월 13일이 그의 병 전역일이었다. 그날 전역병들은 조용히 부대를 빠져나와야 했다. 청해부대 1진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한국 선박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출정식으로 떠들썩한 통에 전역식도 못 치렀다. 그가 UDT/SEAL 훈련의 힘을 확인한 것은 한참 후였다. 2011년 1월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UDT/SEAL의 존재를 전 국민에게 확인시켜 준 사건이었다.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해운 소속 선박인 삼호 주얼리호 선원 21명을 구출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김 소위는 깜짝 놀랐다. “구출작전이 전부 훈련 때 했던 내용들이었습니다. 훈련이 그대로 실전에 적용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청해부대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빨리 UDT 장교가 돼서 작전을 세우고 부대를 지휘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UDT/SEAL 훈련을 앞두고 김 소위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상 등으로 탈락할 경우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그가 UDT/SEAL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은 “가장 큰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한 번의 UDT/SEAL 훈련이 그를 확 바꿔 놓았듯이 6개월 후 그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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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 황은순 차장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3491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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