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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 핵무기를 두고 살 준비는 됐나요?

머린코341(mc341) 2015. 5. 20. 07:04

머리 위에 핵무기를 두고 살 준비는 됐나요? (세계일보, 2015.05.19)

 

북한의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진=노동신문


만약 당신이 살고 있는 고향 인근에 핵무기가 있다면? “위험하다” “안전 조치는 제대로 되어 있느냐” “다른 지역으로 옮겨라”는 등의 반응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반복하면서 핵보유국을 향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발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이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말하면 한미 정부 당국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진화에 나서는 일이 반복된다.

 

문제는 ‘북한은 핵보유국이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한미 정부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데 있다. 북한의 핵이 더욱 정교해지고, 투발 수단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의의 필요성은 크다 할 수 있다.

 

◆ 잇따른 ‘북한=핵보유국’ 발언

 

세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간주하는 발언은 국내외에서 계속 이어져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3월24일 부산 해양대학교에서 열린 ‘청춘무대 김무성 토크쇼’에서 “전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번 내지 세번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며 “북한이 현재도 남쪽을 향해서 ‘핵전쟁 일으킬 수 있다’고 위협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상황에서 북핵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대표측은 “정부 입장에 반하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모든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2009년부터 5년간 미국 국방장관실 자문역을 지낸 밴 잭슨 신안보센터 객원연구원도 지난 2월26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청문회에 앞서 25일 제출한 서면증언에서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선제적 핵공격에 대응하는) 보복적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격훈련중인 북한 122mm 방사포. 사진=노동신문

 

2008년 미 합동군사령부도 ‘합동작전환경 평가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에는 이미 5개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 있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러시아다”라고 기술한바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 ‘핵의 진주 목걸이’ 종착역, 북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애써 부인하는 것은 북핵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냉전 시절 미국의 전략가들은 소련의 핵무기에 대한 고민에만 집중했다. 영국, 프랑스가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이들은 미국의 맹방으로서 미 정부는 이들 국가의 핵개발을 물밑에서 지원했다.

 

하지만 2015년 미군 수뇌부는 냉전 시절의 사치를 누릴 수 없게 됐다. 1998년 이래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북한 등이 핵개발에 나서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누려온 ‘핵 독점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동에 위치한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내전 직전까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시리아, 서방과 핵문제로 대립해온 이란,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인도-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이른바 ‘핵의 진주 목걸이’는 미국과 해외 주둔 미군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정정이 불안하고, 미국에 적대적이며, 미국과 다른 핵전략을 구사한다. ‘핵의 진주 목걸이’ 지역에서 핵보유국이 증가할 경우 주변국을 자극해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다.

 

 

동북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비롯한 북핵 관련 협정은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미군이 한반도에 전진배치되는 것도 쉽지 않다. 정치가들이 결정만 내리면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일본, 대만,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확산 정책도 힘을 잃게 된다.

 

◆ ‘핵보유국 북한’에 대한 논의 필요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해 북한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상선조차도 마음대로 기항하지 못하며, 사치품 수입, 금융 거래, 무기 수출입 등 모든 분야에서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은하-3호 등 장거리 로켓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핵실험 등을 지속하며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안보를 확실히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핵 군축협상을 하는 것. 북한은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핵개발에 몰두한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핵을 보유한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우리가 애써 회피한다고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는 않는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남북관계에서 북측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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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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