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산에 핀 한(恨) 맺힌 철쭉꽃 / 임 종 린
차가운 겨울의 눈보라 이겨내고
산들 봄 바람결에 피어난 철쭉꽃
지난 세월 슬픔과 두려움 안은 채
체온처럼 눈감지 못할 사연 지니고
여기저기 붉게 피어나는 철쭉봉오리
도솔산 스물넷(24) 고지마다
피와 땀이 얼룩진 해병대용사들이
조국을 목놓아 불렀던 절규(絶叫)처럼
새봄 볕이 잠잠히 발산 하듯
호국의 선혈로 피어난 철쭉꽃이랍니다
까마귀 울던 아비규환 격전지
푸르름 우거진 숲 속에서
뻐꾹새가 구슬피 울어댑니다
고인 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반세기 한 맺힌 기나긴 세월
이 산야에서 고이 잠든 님들이
철쭉꽃으로 피어나지 않았다면
누가 이 아픔의 한을 달래며
빛나는 전통과 역사를 해병대를 위해
찬란한 흔적 높이 새겨 주었겠습니까
한밤의 어둠이 걷히고 밝아오는 먼동
생명체들이 기지개 켜는 이른 아침
철쭉꽃잎에 맺힌 이슬방울들
새삼 섶을 것도 없이 충직(忠直)을 삼아
하늘이 눈물을 대신해서
이슬방울을 이제야 내리니
이는 홀로 지켜나가는 거룩한 승전선물입니다
오히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처절한 전선
희미한 등불아래 일출로 밝아오는 세월 앞에
싱그럽던 그날의 맥박은
마치도 영혼의 파문이 일듯이
울분을 머금고 내부의 성전을 열었건만
반세기에 걸친 역사에 새긴 사연
지금은 잠잠한 인내와 침묵의 그늘에 젖어
철쭉꽃잎에 맺힌 이슬 같은 눈물로
도솔산의 봄은 짙어 붉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철쭉꽃향기 넘나드는 도솔산 산등성이
내 마음의 나무도 무성해지는 날이면
울부짖든 오랜 분노를 안고
온통 선혈처럼 아까운 젊은 날일 때
회한(悔恨)과도 같이 피보다 진한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의 메아리
한낱 영원의 미미한 조각을 두른
새 울음소리로 들려올 것 아니겠습니까
천지를 쪼개 놓은 치열한 전투
빗발치듯 오가든 백(百) 천(千)의 포탄
영혼으로 승천(昇天)한 해병대용사들
철쭉꽃으로 피어난 역사의 상흔(傷痕)
일체의 감정이 명목(暝目)하여 피어난 철쭉꽃
아~아 도솔산 높은 봉 스물넷 고지
해병대 쌓아 올린 위대한 승리의 산
우리가 흘린 피와 땀이 헛되지 않게
철쭉꽃은 붉게 피어나 가슴 설레며
불길 같은 호국의 피를 세차게 내뿜고 있습니다.
*도솔산: 중부전선 양구에 위치한 도솔산(1148고지)은
6.25전쟁 중 최대 격전지로 17일간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하여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해병” 휘호를 받았다(1951.6.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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