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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킬러’ 대잠초계기 P-3C의 위력

머린코341(mc341) 2015. 6. 20. 16:25

‘잠수함 킬러’ 대잠초계기 P-3C의 위력



▲ P-3C 초계기


   1997년 11월 서해 소흑산도 근해에서 잠수함 잠망경으로 보이는 수상 물체를 발견했다는 어민 신고가 군 당국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해군 대잠초계기 P-3C는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수중 물체 인근에 소노부이(Sonobuoy·음향탐지 부표)를 투하했다. 소노부이는 청음기와 무선송신기를 내장, 잠수함 탐지와 위치 확인에 널리 활용된다. 능동형 소노부이는 ‘핑! 핑!’ 소리를 내보내 잠수함 등으로부터 반사되는 음향을 탐지하는 방식이어서 수중 잠수함에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문제의 잠수함은 결국 물 위로 떠올랐다. 중국의 구형 재래식 잠수함인 밍(明)급이었다. 잠수함은 물속에 숨는 은닉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물 위로 부상하면 상대방에게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 잠수함이 한국 해군 P-3C의 집요한 추적에 손을 든 셈이다.
  
   P-3C는 1999년 7월에는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해상오염 물질을 방출하는 외국 국적 화물선을 적발해 관계당국에 인계했다. 이 덕택에 P-3C를 운용하는 해군 6항공전단은 환경부가 주관한 ‘2000년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서 ‘국군 최우수 환경보전 유공부대’로 선정돼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 2001년 6월 북한 상선 영해침범 사건 때 대한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북한 상선을 처음 발견, 계속 추적한 것도 P-3C다. 남중국해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 실종 항공기 탐색(2014년 3월), 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 실종자 탐색(2014년 12월), 인도네시아 자바해역에서 실종된 에어아시아 실종 항공기 탐색(2015년 1월) 작전에 투입되는 등 역할을 해왔다. 이밖에도 해군 함정이나 섬·해안에 있는 레이더가 놓친 북한의 표류 소형 선박을 발견, 작전부대에 알려준 경우도 적지 않다.
  
   잠수함정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 등장하는 P-3C는 잠수함 잡는 대잠초계기로 유명하다. 1958년 첫 비행을 한 구형 항공기이지만 계속 개량돼 현재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베스트 셀러’다. 한국 해군에는 1995년 4월 1호기가 도입돼 지난 4월 ‘20년 무사고 운용’ 기록을 세웠다. 현재 해군에는 P-3C 8대와 이를 개량한 P-3CK 8대 등 총 16대가 도입돼 있다.
  
   P-3C는 잠수함을 잡는 역할만 부각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함 미사일을 장착해 함정을 공격할 수도 있고 기뢰 부설, 조기경보 임무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전천후 항공기다. F-15K 전투기처럼 사거리 278㎞에 달하는 SLAM-ER 공대지 미사일을 쏘거나 재래식 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대잠초계기 대신 해상초계기라는 명칭도 사용된다.


▲ S-3 바이킹 초계기


   10년 전인 2005년 2월 P-3C를 타고 5시간 동안 비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P-3C가 도입된 이래 훈련이나 견학 목적이 아닌 작전임무 비행을 동승 취재했다. 당시 P-3C의 다양한 기능과 뛰어난 능력에 놀랐었다. 임무 특성상 고도 50~100m 저공으로 장시간 비행하다 보니 자갈이 많은 비포장도로를 주행하듯이 항공기가 계속 크게 흔들렸다. 승무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당시 P-3C는 비행기에서 100여㎞ 떨어진 북한 장전항 앞 14㎞ 해상에 떠있는 북한 함정을 잡아내 희미한 형상을 콘솔에 나타냈다. 노련한 P-3C 승무원은 이 배가 사리원급(250t급) 경비정임을 곧바로 식별해냈다.
  
   P-3C는 NLL(북방한계선) 남쪽 약 20㎞ 수역에서 NLL을 따라 나란히 비행하면서 북한 쪽 수역을 항공기 앞부분에 있는 레이더(AN/APS-137)와 적외선 열상장비(IRDS)로 감시했다.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300여㎞에 달해 북한 쪽 수역을 감시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이미지 모드(image mode)도 있어 개략적인 형상까지 잡아낼 수 있다. P-3C는 최신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활용, 정보수집과 구조·구난, 마약 단속을 비롯한 해양 감시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라이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P-3C는 길이 35.6m, 폭 30.3m의 대형 항공기로 작전행동반경이 4400㎞에 달한다. 각종 미사일·폭탄·어뢰·기뢰를 9t이나 탑재할 수 있다. 어뢰 4발을 장착하면 15시간, 하푼 대함미사일 2발을 장착하면 14시간을 계속 비행할 수 있다. 승무원은 보통 10명이다.
  


▲ P-8 포세이돈 초계기
 
   미군은 P-3C 후속 신형 대잠초계기로 P-8 ‘포세이돈’을 개발, 2013년부터 배치하고 있다. P-3C보다 개량된 레이더 및 적외선 탐지장비, 전자전 장비, 데이터 링크를 갖추고 있다. 보잉 737-800 기종을 토대로 개발됐으며 미군은 251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117대로 축소됐다. 주일 미군 기지에도 배치돼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으며 인도와 호주 해군이 도입할 예정이다. 2013년 11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해 미군은 P-8을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위협이 부각돼 대잠수함 전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미군의 중고 S-3 ‘바이킹’ 초계기다. S-3는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함재기로 개발된 대잠 초계기로 2009년 미군에서 퇴역했다. P-3C처럼 각종 미사일, 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고 전자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어 ‘스위스 만능 주머니 칼(Swiss Army Knife)’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해군은 예산부족 때문에 중고 S-3 18대가량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해군은 대잠 전력으로 P-3C 외에 수퍼링스 대잠헬기 2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1991년 도입돼 한국형 구축함에 배치돼 있는데 어뢰와 사거리 15㎞인 시 스쿠아 공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신형 대잠헬기 도입을 적극 추진해 2013년 영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의 AW-159 ‘와일드캣’ 8대 도입을 결정했다. 와일드캣은 수퍼링스 헬기를 대폭 개량한 것이지만 최근 시험평가 조작 등이 드러나 방위사업 비리 수사 대상이 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주간조선] 20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