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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감시하는 매의 눈, E-2 호크아이(Hawkeye) 조기경보기

머린코341(mc341) 2015. 7. 4. 20:17

창공을 감시하는 매의 눈, E-2 호크아이(Hawkeye) 조기경보기



▲ 미 해군 제120조기경보비행대 소속의 E-2C 호크아이. E-2는 미 해군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운용하는 뛰어난 조기경보기다.
 
1982년 6월 6일, 이스라엘은 PLO(팔레스타인 해방 기구)의 근거지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전격 침공하였다. 그러자 레바논과 PLO의 후견인을 자임하던 시리아가 즉각 개입하며 전쟁의 판은 커져갔다. 이스라엘은 기갑부대를 공중에서 엄호할 공군의 원활한 작전을 위해 베카 계곡에 배치된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 사이트를 먼저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입증된 조기경보기의 위력


6월 8일, 이스라엘 공군이 급습을 개시하자 시리아 공군이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렇게 시작된 하늘에서의 힘겨루기는 이튿날부터 더욱 격렬해졌고 결국 베카 계곡 상공은 제2차 대전 후 펼쳐진 사상 최대 공중전의 무대가 되었다. 3일 동안 양국은 각각 100여기 정도의 전투기를 교대로 출격시켜 좁은 공역에서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리아는 출격기의 대다수인 85기가 격추되었지만 이스라엘은 불과 2기의 손실만 입었던 것이다. 그나마 1기도 공중전과 상관없는 지상 공격 중 피격 당한 것이어서 순순하게 85대 1이었다. 세계 항공전 역사상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는 없었다. 시리아의 MiG-21, MiG-23, MiG-25를 압도하며 대승을 이끈 F-15, F-16의 명성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고 이 결과에 경악한 소련은 제4세대 전투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투기 성능의 격차도 있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다. 이스라엘은 당시 또 하나의 필승카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E-2 호크아이(Hawkeye) 조기경보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스라엘은 E-2가 피아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여 통제한대로 전투를 벌여 대승을 거둔 것이었다. 조기경보기는 이때 새롭게 등장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이 전투는 그 위력을 유감없이 만천하에 알린 사건이 되었다.



▲ 이스라엘은 미국 외에 처음으로 E-2를 운용하였던 나라다. 현재 퇴역하여 이스라엘 공군 박물관에 전시 중인 저 기체가 1982년 베카 계곡 공중전 당시에 이스라엘 공군의 신화를 이끈 E-2C다. <출처: (cc) Shimon Naim at wikipedia.org> 

 

하늘에서 감시하는 법


인터넷 등에서 제2차 대전 당시 등장한 V-1, V-2처럼 이른바 '나치의 비밀무기'에 관한 글을 보게 되면 막연히 추축국의 군사 과학 기술이 무조건 뛰어 난 것으로 오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결코 연합국의 능력도 뒤지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가 레이더(Radar)로 대표되는 조기경보 기술이었다. 1940년에 적은 전력으로 압도적인 독일 공군의 공격을 물리친 영국 본토 항공전은 레이더의 역할을 만천하에 입증한 사례였다.


태평양 전쟁에서도 레이더를 장착한 미군 함정은 적기의 내습을 사전에 감지 할 수 있었던 반면, 고출력의 레이더를 작게 제작하여 함정에 장착 할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일본은 인간의 오감을 기반으로 하는 구시대적 경보 체제에 의존하였다. 이런 차이 등으로 인하여 일본은 점차 궁지에 몰리기 시작하였고 전쟁 말기가 되자 가미카제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 1943년 영국이 웰링턴 폭격기 상부에 레이더를 장착한 실험용 조기경보기. 성능이 부족하여 실전 배치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미카제는 조기경보기의 개발을 촉진시켰다. 당시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로 가미카제의 접근을 인지할 수는 있었지만 충분히 요격 준비를 갖추기에는 탐지 거리가 짧았다. 둥그런 지구의 특성으로 인하여 수평선 너머까지의 탐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은 레이더를 탑재한 항공기를 함정에 설치된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으로 날려 보내 확장 된 감시망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바로 조기경보기(AEW: Airborne Early Warning)를 구상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육상 기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유사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영국 등에서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성공적이지는 못하였다. 1944년 2월, 미 해군의 의뢰를 받은 MIT는 TBM 뇌격기를 플랫폼으로 한 TBM-W 실험기를 제작하였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미 해군과 공군은 각각 목적에 적합한 보다 실용적인 조기경보기의 개발에 나섰다.



▲ 가미카제를 멀리서부터 막기 위해 탄생한 TBM-W는 최초의 조기경보기였다. TBM 뇌격기를 기반으로 AN/APS-20 레이더를 기체 하부에 장착한 형태로 종전 직전인 1945년 3월 실전에 투입되었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개발 과정


그런데 대형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군과 달리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해군의 함재기는 기체의 크기에 제한을 받는다. 미 해군은 초창기 조기경보기로 그나마 기체가 크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A-1 공격기를 개조한 ADW를 사용하였지만 당시 기술 여건상 AN/APS-20 레이더를 비롯한 탑재 장비와 기기들의 크기를 축소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그 만큼 작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기경보기는 속도나 기동력이 중요하지 않고 장시간 체공이 가능하고, 되도록이면 많은 장비와 요원이 탑승할 수 있으면 좋다고 판단한 그루먼(Grumman)은 기존에 항공모함용 수송기로 운용 중이던 C-1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조기경보기를 해군에 제안하였다. 당국이 수용하자 그루먼은 C-1의 동체 상부에 고정식 레이더를 얹은 E-1 트레이서(Tracer) 조기경보기를 제작하였고 실험 결과에 만족한 해군은 이를 구매하여 1958년부터 실전 배치하였다.



▲ C-1 수송기를 기반으로 상부에 고정식 레이더를 장착한 E-1 트레이서. 플랫폼이 커져서 이전 TBM-W이나 ADW보다 작전 효율이 증가되었다. 


E-1은 신형 AN/APS-82 레이더를 장착하여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기존 수송기를 개조한 구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제약이 많았고 여전히 공군이 사용 중인 조기경보통제기(AWACS: Airborne Warning And Control System)와 비교하여 성능 차이도 컸다. 보다 좋은 조기경보기의 보유에 대한 열망이 컸던 미 해군은 E-1의 배치가 이루어지기도 전인 1956년에 후속기 개발에 착수하게 되면서 마침내 E-2가 세상에 등장하였다.


다른 기체를 기반으로 한 여타 조기경보기들과 달리 E-2는 세계 최초로 그리고 현재까지 유일하게 설계 단계부터 조기경보 전용기로 개발이 이루어졌다. 나중에 E-2를 바탕으로 차세대 항공모함용 수송기인 C-2가 제작되었으니 이전과는 주객이 전도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별개의 설계와 제작이 이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먼저 항공모함 탑재가 가능하여야 한다는 함재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 초기 양산형인 E-2A의 착함 모습. 단지 기체만 놓고 본다면 외형이나 비행 성능에서 최근 생산된 E-2D와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만큼 상당히 잘 만든 기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위상


E-2는 수직 미익을 4장으로 작게 나누어 수평 미익 위에 분산 설치하여 10초에 한번 회전하는 직경 7.32m의 레이돔을 기체 상부에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E-2는 보다 원거리에서부터 목표물을 추적 감시할 수 있고 향상된 MTI(Moving Target Indicator) 기능을 탑재하여 수면에 근접하여 저공 비행하는 적기의 탐색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 할 수 있게 되었다. 각종 실험을 무사히 통과한 E-2는 1964년 1월부터 배치가 시작되었다.



▲ 2014년 10월 아라비아 인근에서 작전 중인 항공모함 CVN-77 조지 H 부시에서 이함하는 제124조기경보비행대 소속의 E-2C 


E-2는 흔히 조기경보기라고 표현하지만 적기의 감시, 추적뿐만 아니라 아군기의 지휘, 통제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더가 작동에 들어가면 기체를 기울이지 않고 수평 상태로 선회비행을 하여야 하고 기체의 크기 등으로 말미암아 미 공군의 E-3과 비교하여 작전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서 미 해군과 조우할 수 있는 가상 세력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평가된다.


사실 가장 앞에 언급한 베카 계곡 공중전이 E-2가 활약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지만 이외에도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을 비롯한 다양한 실전에서 맹활약하였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결과는 알려지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E-2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모든 조기경보기들은 성능과 운용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이 일급비밀이기 때문이다. 정보 자산의 중요성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다.



▲ 제115조기경보비행대 소속의 개량형 E-2C 2000 기종에서 근무 중인 관제사들. 총 3명의 관제사가 탑승하는데 기기 성능의 향상으로 초기형보다 많은 임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항공모함 샤를르 드골에서 이함 준비 중인 프랑스 해군 소속의 E-2C. 프랑스는 미국 이외에 유일하게 E-2를 항공모함에서 운용 중이다. <출처: Pascal Subtil at wikipedia.org>


미 해군은 지난 1994년 3월까지 2기의 실험기를 포함한 총 139기의 도입을 끝으로 E-2 취득 사업을 종료하려 하였지만 일선의 노후기 대체 요구에 힘입어 바로 그 해 말 36기를 추가 발주하였다. 오히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역미사일방어(TAMD)에 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APY-9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차세대 E-2D를 2011년부터 도입 중이다. 이처럼 새로운 후속 신예기의 개발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만큼 E-2 시리즈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가 매우 높다.


E-2 시리즈는 미 해군 외에 처음 언급한 이스라엘을 비롯하여 이집트, 싱가포르, 일본, 대만, 멕시코 등이 사용하였거나 사용 중인데 모두 공군 소속이다. 미국 외에 해군용으로 도입한 나라는 항공모함 드골을 기반으로 총 3기의 E-2C를 운용 중인 프랑스다. 또한 상당 수준의 항공모함 전력을 운용 중인 인도가 도입을 신중히 고려 중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2는 초기형과 최신형은 단지 외형만 거의 같을 뿐이지 전혀 다른 조기경보기라고 할 정도로 성능의 차이가 크다. 하지만 어떤 특정 기종이, 그것도 변화가 무쌍한 군용기 분야에서 무려 60여 년 가까이 개량 생산되어 계속 1급 무기로 사용 중인 기종도 그리 흔하지 않다. 전임인 E-1이 단명하고 공군의 E-3이 생산을 종료한 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성능이나 전과를 제외하고 이렇게 장수하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E-2는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레스팅 후크를 내리고 착함 중인 항공모함 CVN-74 스테니스 소속의 E-2C



▲ 대만 공군 소속의 E-2K <출처: (cc) 玄史生 at wikimedia.org>



▲ 인상적인 레이돔 마킹을 한 제123조기경보비행대 소속의 E-2C. 레이더를 작동할 때는 저렇게 기체를 기울여 선회할 수 없다.



▲ 지상 비행 중인 E-2C



▲ 노포크 해군 기지 상공에서 비행 중인 미 해군 제125조기경보비행대 소속의 E-2D.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신형이다. 


제원( E-2C)


전장 17.54m/ 전폭 24.56m/ 전고 5.58m/ 최대이륙중량 24,687kg/ 최대속도 626km/h/ 항속거리 2,854km/ 항전장비 APS-145, APX-100, ALQ-217, JTIDS/ 승무원 조종사 2명, 관제사 3명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유용원의 군사세계]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