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홍윤기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6)

머린코341(mc341) 2015. 7. 26. 19:26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6)

 

공포의 122m/m 라켓트 포


대부분의 대원들은 처음으로VC와 월맹 정규군의 기습으로 첫 전투 경험을 했고 그 교전으로 인하여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는 쟁영화 같은 현실에서 “나는 죽지 않는다.”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적의 기습당시 갑자기 캐리바30이 나가지 않았을 때 그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총기를 분해결합 한 초병의 행동은 평소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웅변해주고 있었다.

맹호A포대 앞의  베트공 거점마을에서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그들은 아마도 맹호를 자극해서 마을이 없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 같았다.  

포병대대를 기습해서 청룡의 포를 무력화 시키고, 대대적인 공격을 하려던 적의 계획이 무산되자 적은 포병을 어쩌지 못한 채 이른바 구정 대공세를 감행했다.

우리와 같이 음력1월1일을 명절로 생각하는 그들은 구정을 기해 24시간 혹은 48시간의 휴전을 제의하고, 우리 측이 합의함으로서 잠정적으로 휴전이 성립되는 것인데, 해마다 그 약속은 마지막 단계에 가서 그들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대적 공격을 해오고는 했다.

그 공격은 어느 한 지점이 아닌 청룡부대 전역에 걸쳐서 치열하게 전개 되었고 특히 3대대9중대 와10중대는  그때의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른바 구정공세는 추라이에서도, 호이안에서도 있었지만 통상1968년 구정공세를 가장 치열했던 적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보고 구정공세 하면 68년의 호이안 전투를 지칭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마 3대대9중대 의 일개소대40여 명 중에 생존자가 7명뿐이라는 믿기 어려운 전투도 그때의 일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그 전투에서 생존한 대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아군진지에 적이 침투하여 피아간에 구분이 안 되는 상태에서 백병전을 치렀을 뿐 아니라 옆 사람에게 전우인줄 알고

 

“야! 실탄 좀 줘”

 

하고 말하면 옆에 적이 놀라 서로 반대방향으로 뛸 정도로 혼전을 했다고 하니 그 전투가 얼마나 치열 했을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2대대의 어느 중대는 피아간에 작은 고지에서 마주보고 있으나 적도 아군도 실탄과 전투식량이 바닥나서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고도 한다.

보급품을 공수할 헬기가 적의 스나이핑으로 인하여 뜨지 못함으로 식수가 없어서 자신의 소변에 커피를 찐하게 타서 목마름을 달랬다는 일화도 있다.

이 무렵 적은 포병대대를 직접공격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방법으로 포병을 괴롭히기 시작 했다. 종전에 81m/m 박격포를 포병진지에 날려 보내던 적은 아군의 반격 사격으로 그마저 무산되자 그 때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122m/m 라켓트 포로 공격하기 시작 했다.

이 포는 우선 날아오는 소리가 기분 나쁘다. 그 소리가 들리면 모골이 송연해지고, 알 수 없는 공포가 엄습한다. 바로 내 머리에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여하튼 기분이 묘해질 뿐 아니라 그 포탄의 크기도 엄청 길어서 그 파편만 봐도, 몸이 오싹 할 정도로 대원들을 전전긍긍 하게 했다.

어느 날 아침 부대에 파견 나와 있던 월남군 중사가 상황실에 나타났다.

그는 좌표를 짚으며, 오늘 월남군(우리는 앨빈이라 불렀다.) 이 그 지역으로 작전을 나간다고 보고 했다. 요는 자신들이 그 지역에 나가니, 그 지역엔 포 사격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후 그 지역의 관측 장교로 부터 사격요청이 들어왔다.

“OP 거기엔 앨빈이 작전 중이므로 사격할 수 없다. 오버”

 

작전장교가 무전으로 직접 말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거기 대규모 적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관측 해보기 바란다. 그들은 앨빈이다.”

“이런 답답하게, 아 진짜 적입니다. 어서 쏘세요.”

이렇게 관측장교와 작전 상황실의 실랑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삼일 후에는 작전 나갔다가 돌아온다며 그 많이 휴대했던 수류탄 등 탄약을 모두 소비하고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었으나 후에 밝혀진 바로는 그 탄약들이 적에게 고스라니 넘어 갔다고도 한다.

군사정보 대에 근무하던 남 모 상병이 적에게 납치되었던 때도 그쯤인데 여단 정보(G-2)에서 남모 상병이 석방되었다며 미군이나 월남군에게 발견되기 전에 청룡이 먼저 찾으라는 지시가 남 상병의 사진과 함께 정보보고로 내려 왔다.

그러나 남 상병은 그로부터 몇 일후 2대대 정문으로 걸어들어 왔고 즉시 귀국 시켰다는 후문이다.

“친애하는 청룡 장병 여러분! 여러분은 이역만리 남의 나라에 와서 왜? 미군의 총알받이가 되려 하십니까? 지금 즉시 총 뿌리를 미군의 심장으로 돌려대고, 귀순하십시오.”

 

하면서 아군을 선무하는 우리말 방송과 함께 우리민요가 구슬프게 들려왔고 당대의 인기가수 이미자 패티 김 같은 가수들의 노래가사를 개사한 노래가 전선의 밤을 애처롭게 하기도 했다. 드디어 북한에서 파견된 소위 군사고문단의 활동이 재개 되었고, 또 아군에게는 북괴군 생포 및 시신 확인에 따른 현상금이 걸렸다.

첩보에 의하면, 북한 군사고문단은 한국군으로 위장하고 우군에게 협조적인 마을을 무차별 공격하여 양민을 대량 학살하고 한국군의 만행이라고 주민들을 선동하여 그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이 같은 만행은 주월 한국군 주둔지역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을 확인 할 길이 없어 현상금을 걸었지만 그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작금에 부분적으로 양민학살 운운 하는 것은 그때의 그런 이유가 아닐까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대장님! 적의 122mm 라켓 진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라켓이 발사될 때 지상으로 약 20m 정도의 불꽃이 올라갑니다. 우리 관망대에서 관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 정도라면 관측이 될 거야”

“그리고 여기 OP 와 여기 이 OP 가 동시에 관측을 해서 세군데 방향을 선으로 연결하면 라켓의 발사장소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맞아 그 선을 연결하면, 삼각형의 꼭짓점이 나오겠지?”

이렇게 해서 그 공포의 122mm가 날아오는 지점을 확인 하고 반격 사격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관망대 근무자를 병에서 대대지원부서 참모들로 교체하고, 그 장교들과 병이 함께 근무하면서 라켓이 날아 올 때 불꽃의 방향을 파악하여 상황실에 보고하라고 지시 했는데, 포병장교가 아닌 수송관, 보급관 같은 이들의 웃지 못 할 실황 중계가 되어 대대장을 노하게 하기도 했는데, 라켓이 날아오면, 그 불꽃을 확인 하고 방향을 제시해서 세군데 관측결과를 선으로 연결하여, 반격 사격을 하기로 했는데 이 분들은 라켓이 날아오자 관망대 엄폐호에 머리를 넣고

“ 주계방향에 한발 떨어 졌습니다, 앗 이번엔 작전 벙커 옆입니다.”

“ 야! 이 O OO 너 지금 누가 낙탄 중계방송 하랬어! 포가 날아오는 방향을 대란 말이야 당장 상황실로 내려와!”

그렇게 해서 근무 중이던 두 사람이 상황실로 내려가 대대장에게 호된 질책을 받고, 다시 근무 요령을 숙지하고 막 상황실을 나가려는 그 때

“쓔~~~우우쓕” 하는 라켓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꽈~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갑자기 상황실에 불이 나가 버렸다. 암흑! 어둠은 공포였다.

고요, 전장에서 고요는 불안이었다. 무전기의 소음조차도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실

 

“비상 발전기를 돌려!”

 

작전장교의 음성이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다시 상황실에 불이 들어 왔다. 상황실 중앙에 대대장이 우뚝 서있고 정보책상 앞에 내가 서있을 뿐 작전장교도 작전하사도 그리고 여러 명의 통신병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자신이 서 있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상황실 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관망대가 반쯤 파손되어 기울어 졌고 상황실의 그 육중하고 우람한 대들보가 반쯤 부러져 약간 내려앉았다.

다시 한 번 운명은 십여 명의 생명을 희롱하고 있었다. 관망대 근무자가 대대장에 호출이 없었다면 상황실의 대들보가 아주 부러져 무너졌더라면 전장에서 아무리 인간의 생명이 초개와 같다한들 신이라고 해서 이렇게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놀아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그 공포의 122mm 라켓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었지만 정작 그 라켓으로 부터 우리를 지켜준 것은 모래 땅이였다. 그 긴 포탄이 모래가 완충작용을 해준 덕분에 그 절반쯤 만 깨진다는 것 그것으로 그 포탄의 효능(?)은 반감되었던 것이다.(반파된 포탄 탄피들 사진 보관) 그 후로도 우리는 그 라켓의 방향을 읽어 즉시 반격사격을 했으나 라켓을 잡지 못했다. 마치 영화 라바논의 요새처럼 특공대를 보내 진지를 폭파 하지 않는 한은  적 라켓 공격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이 수수께끼는 내가 귀국한 후에 밝혀졌고, 밝혀진 즉시 라켓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장에 남아 있던 전우들에게서 편지로 보고(?)받았다.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