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홍윤기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4)

머린코341(mc341) 2015. 7. 26. 19:22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4)

 

남국, 이국의 전선에 비가 내린다.


죽고 죽여야 하는 살육의 현장에선 젊은 해병들은 두고온 고국의 그리운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기떼의 집요한 공격과 쏟아지는 잠을 쫒기위해 커피를 수통채 들이켜도 그것은 참기어려운 고통이었다.

본부중대 외곽 제 1번초소 근무자인 초소병 조 해병과 대대인사과에 근무하면서 초소근무 지원을 나온 이 수병은 무료함을 쫒기위해 , 지난번 펜팔을 시작한 대구의 "자야" 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던 그 시간에 7중대 제 6초소장 황 하사는  근무중인 대원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 때 다시 조명지뢰 한발이 터졌고, 주위는 대낮같이 밝아 졌다.

"에이 저놈의 돼지들 잡아 버릴까 보다."

인사의 이 수병이 말했다.

"쏴 버릴까요? ...가만,"

 

조 해병은 그렇게 말하다 말고 뚫어지게 전방을 응시 한다.

"왜?그래? "

 

이 수병이 말하자,

 

"쉿 조용히 해봐요"

 

라고 짧게 대답하며 그의 애병 캐리바 30의 방아쇠를 잡아갔다.
이 수병도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있다고 판단하고 몇일전 초소에 지급된 씩스틴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랬다 그곳에서는 돼지를 방목(?)하다싶이 풀어놓기 때문에 가끔 아군의 철조망에 설치된 조명지뢰를 터뜨려 초병을 놀라게 하곤 했다.

그러나 돼지일 경우는 조명지뢰가 터져도 돌아다니는데......이번엔 양상이 달랐다. 조명지뢰가 터지고 난 후 이상하게 조용해진 것 이다. 숨막히는 정적속에 하늘로 치솟았던 조명탄이 스르르 꺼져가며 가볍게 낙하하고 있었다. 이웃 7중대6초소 에서 슈슉하면서 핸드조명이 올라 갔다.


초소장 황하사가 발사한 것이다. 그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불빛속에서 조 해병과 이수병은 분명하게 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수도 없이 일어서서 유령처럼 다가오는것을......

"적이다!"

 

외침과 동시에 캐리바 30 이 불을 뿜기 시작 했다.
이웃초소의 황하사는 초소의 총가로는 적이 사각에 있다고 판단하고 초소지붕위로 올라가 캐리바30을 거치하고 사격을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관망대에서는 외곽진지에서 총소리가 나자 즉각 상황실에 보고를 했고 그 짧은 순간 6중대에서는 대대본부 외곽 상공에 조명탄을 날려주었다.

'이런 총이 안나간다. 어~"

조해병이 사격하던 캐리바 30이 발사가 되지 않는것이다.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에이 ㅅㅂ 이 수병님 거기 씩스틴을 연발로 사격해요"

"야 조 해병 후퇴하자"

 

도망가자 소리는 차마 못하고 이 수병이 그렇게 말했을때는 이미 조 해병이 경기관총을 분해하고 있었고, 이미 후퇴하자고 말한 것이 부끄러워진 이 수병은 처음 쏘아보는 M16소총을 연발로 사격 하기 시작 했다.

"..드르륵 ... 드르륵"

 

순식간에 탄창 하나가 모두 발사되었다. 다시 탄창을 바꿔 사격을 할때는 이웃 초소에서  경기관총을 지붕으로 올려 놓고 완전 엎드려총 자세에서 사격을 하고 있었다. 본부중대 1초소와 7중대 6초소 쪽에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지만 5중대 외곽은 조용했다.

그러니까 처음엔 그게 다 인줄 알았다. 본부중대 1초소와 7중대 6초소 방향으로 접근하는 적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 짧은 순간에 조해병은 경기관총을 이미 결합하여 다시 사격을 시작했다.

 

"씨 ㅂ ㅅ ㄲ 들 얼마든지 와라. 모조리 보내 줄테니...."

 

 때 또 6중대로부터 조명탄이 발사되고 그 불빛은 정확하게 조해병의 전방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적의 모습은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새카맣다. 그러나 그들의 다른 눈 앞에 크레모아가 새색시처럼 수줍게 덩그러니 놓여있는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내가 당신을 지켜줄께 하듯이.....

" 어 크레모아!!"

 

조해병과 이 수병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크레모아 격발 장치를 힘껏 누르고 있었다.

 

"꽝 꽈아앙"

 

그 굉음이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소리 같았다고 그들은 후에 말해주었다. 본부중대앞 초소에서 크레모아의 가공할 위력에 주춤한 적은 일단 물러 갔는지 아니면 모두 사살되었는지 어울리지 않는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적의 움직임이 없는것을 확인하고 아군의 사격이 뜸해졌다. 휴~ 잠시 숨을돌리고 있을무렵 7중대 전방 외곽에서 일제히 총성이 울리기 시작 했다.

낮선 총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벙커에 둘러 앉아 무장을 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고 놀랐다.

"뭐야?"

 

 "적입니다."

 

대구출신의 김원희(176기) 가 짧게 대답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 전형적인 대구 사나이인데 묘하게도 급할때는 자연스럽게 표준어를 구사한다.

"외곽이 뚫렸니?"

 

"'아직 상황을 알수 없습니다."

 

 김 원희 동기인 부산출신의 양 희국이 역시 정확한 표준어로 대답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들에게 평상시에 서울말 쓸것을 강요(?) 하고 있었다.

"내가 나가보고 오겠다. 너희들은 옥상의 바리켓트로 올라가"

 

라고 내가 말했다.

"선임하사요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않습니꺼?"

 

이 녀석 역시 대구 친구인데 그는 아직 표준어가 안된다. 박호웅 일병(대구 181기)이 말했다.

 

"아 참 그랬지 그럼 옥상으로 올라가자."

나는 대원들과 옥상으로 올라갔다. 우리벙커 앞에 작전 벙커와 상황실이 시야를 가려서 외곽 쪽이 관측되지 않았다.

"야! 이 소리 주계쪽에서 들리는것 같은데....."

7중대는 주계뒷쪽에 있어서 7중대 외곽에서 나는 총소리는 주계근처에서 나는것 같았다. 가끔은 수류탄이 폭발하는 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6중대에서 계속 조명탄을 쏘아주고 있었는데,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탄의 백색 불꽃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전황이 답답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만약 주계쪽이 뚫렸다면, 30m정도 지나서 사무실, 거기서 10m면 병기반, 그리고 다시 10m면 우리 벙커다. 이렇게 아무행동도 못하고 앉아 있자니 답답해 미칠것 같았다.

아직 모두들 옥상에 올라가 있었지만 사격하는 병사는 없었다.

내가 소리 쳤다.

 

"나 지금 상황실로 뛴다. 사격하지 말아~~~"

 

계속 소리 지르면서 상황실로 뛰어 들어갔다.
거기도 어수선 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조 대위 6중대에게 차단사격 하라고 하고, 미 해병에겐 직접사격 준비시켜, 5중대는 아직 상황이 없으니까 3대대쪽에 지원사격하고....."

 

대대장이 바쁘게 명령했다.

"맹호 알파는 2대대상황을 첵크해서 지원하도록 하라"

 

오픈된 무전기에서는 다급하게 사격요청이 들어오고 있었고.....
이때 상황실 근무중인 미 해병이 "@&^$#\ "놀라 뭐라고 소리쳤다.

"저 놈 지금 뭐라고 떠드는거야?"

"재네들 탄약고에 무엇인가 떨어져서 연기가 난답니다."

 

작전장교가 상황판을 들여다 보면서 대답했다.

 

"뭐야 빨리 불 끄라고 해! 탄약고가 폭발하면 안돼, 큰일 난다고..."

대대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나는 근무중인 정보병에게 묻는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거야?"  

 

"지금은 7중대 외곽에서 교전 중입니다."  

"뚫리지는 않았어?"   

 

"아직은 그런것 같습니다."

"본부중대 외곽은...."

 

"그 쪽은 상황이 종결된것 같습니다."

"대대장님 7중대로 지원 병력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강 석진이가 잘하고 있으니, 날이 밝을때까지 기다려."

"야 양놈! 너네 중대 탄약고는 어떻게 됐어?"

대대장도 급하니까 막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우리말을 알아들을리 없었다.
갑자기 총성이 잦아들기 시작 했다. 간헐적으로 아군의 소총소리가 들렸고,

"트르륵....트르륵...따닥 "

 

하는 육중한(?)총성이 들려올 뿐이였다. 캐리바 50의 소리 였다. 캐리버50은 미해병만 보유하고 있었기에 깜짝 놀랐다.

"뭐야?" 대대장이 신경질 적으로 묻는다.

"대충 마무리 되어 가고 있는듯 합니다. 6중대의 차단 사격은 계속할겁니다."

"좋아"

 

대대장은 그제서야 상황판에서 허리를 펴고 손목 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


내 모습을 돌아보니 난 방탄복도 입지 않았고 겨우 바지만 입고 있었다. 누가 볼까 두려워 관망대위를 쳐다보니 근무자 두명이 손가락을 둥그렇게 해서 흔든다.


모든게 잘되었다는 싸인이다.


우선 우리 벙커로 돌아 갔다. 방탄복을 입고, 바지를 갈아입은후 M2 칼빈 소총을 손에 들고 7중대 쪽으로 달려갔다.


7중대에는 동기생 3명이 포 분대장으로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 아군 피해에 관해서 들어온 보고가 없으니 무사하기는 하겠지만.....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