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홍윤기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5)

머린코341(mc341) 2015. 7. 26. 19:24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5)

 

7중대 포 진지에서 외곽 쪽에는 우리 병사들이 교통호에 몸을 숨긴채 마치 보병전우들처럼 개인화기로 전방을 겨눈채 쏘아보고 있었다. 하늘에선 여전히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작정 최전방으로 달려 나가려는 나를 누군가 불러 세운다.


7중대 전포대장인 장 중위다.

"어 정보선임하사관 아직 그 쪽으로 가지 말아"

"상황이 어떻게 돼 갑니까?"

"이제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 생존한 놈들이 최후 발악을 하고 있으니 노출 시키면 안돼"

"우리 측 피해는요?"

"믿을 수 있겠어? 단 한명도 없다면....."

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외곽 초소에서는 가끔 점사로 사격하는 소총소리가 났고 미 해병쪽에서는 105m/m포를 LVT에 장착한 장갑차에 캐리바50을 거치한 사수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조준 사격을 하는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 되고 있었다.

적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채 모래속에 들어가 나오지를 못한다. 교통호를 통해 외곽 진지에 붙었다.

"필승"

 

뒤에서 구호와 함께 경례하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대대장(김 해근 중령(?) 이 형직중령(?))을  :<대대장이 교체될 무렵이어서...> 비롯한 참모들이 오고 있었다.  7중대장 강 석진 대위가 뛰어왔다.

"지금 상황은?"

 

대대장이 짧게 물었다.

"이미 끝난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럼 보병들이 나오기 전에 시체와 무기를 노획 해야지"

"아직 잔적 서너명이 모래속에 숨어서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초소의 교통호에 붙어서 전방을 바라봤다. 아~아 그곳은 지옥이었다. 철조망 저편에 인간의 형상이라곤 할수 없는 편육들이 널려 있었고, 그나마 온전하게 시신이나마 보존된 적의 시체가 웃옷은 벌거벗은채 죽엄이란 이름으로 누워 있었다.

불과 몇시간전까지 숨쉬고 있었을 그것은 하나의 고기덩이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는 인간이고 그것은 이미 인간이 아닌 그저 죽음일 뿐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참담한 지옥도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구역질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은 전장이었다.


저들이 죽지 않았다면 내 전우들이, 내가 죽었을 수도 있었을, 그런 냉혹한 전장인 것이다.

"따닥"

 

갑자기 미해병 캐리바50에서 단 한방을 사격하는 소리가 났다.

"아!"

 

누군가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모래속에서 고개를 들던 적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였다. 그의 머리가 있던 어깨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에는 방망이 수류탄을 들고 있었지만 머리없는 시체는 그대로 모래위로 무너져 내렸다. 캐리바 50에 머리가 정통으로 맞아 날아가 버린것이다.

"와!"

 

어느 대원이 소리 쳤지만 대부분은 그 광경을 외면하고 있었다. 전쟁의 잔혹성은 어디가 끝인가? 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저항은 없는것 같았다. 본부중대의 박주현 선임하사관이 철조망 밖으로 나갔다. M2 칼빈 소총을 들고.... 그가 그 시체들 사이를 둘러 보고 있을때, 모래가 벌떡 일어서더니 방망이를 선임하사관을 향해 던지는 것이 아닌가?

아무도 사격을 할 틈이 없었다. "선임 하사관, 아악 업드려" 누구라 할것없이 모두 소리치며 얼굴을 가렸다. 꼼짝없이 당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주현 상사는 재빠르게 업들였는데, 적이 던진 방망이 수류탄이 떼굴떼굴 굴으더니 박 상사의 옆구리에서 멈추는 것이 었다.

"아악"

 

교통호에 붙어있던 대원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하나, 둘, 셋, 냇을 세어도 수류탄의 폭발음이 들리지 않는다.

"와아 불발이다."

 

대원들은 소리쳤고, 동시에 일어선 박상사는 그의 소총으로 수류탄을 던진 적에게 난사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 처럼 주인공은 죽지 않는 불사조를 보는 그런 심정이었다.

"휴우"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힐끔 쳐다보니 본부중대장 이었다.

"야 정하사관 조금 기다려 "

누가 소리 쳤지만 본부중대 4초소장인 겁없는 정 하사가 또 박주현 상사의 뒤를 따라 철조망 밖에 적의 시신들 가운데로 나가고 있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는 싫지만, 어쩌면 조금전 박 주현상사의 경우와 꼭 같은 상황이 정 하사관에게도 일어났고.....

교통호 이 쪽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은 대대장을 비롯한 전 참모들이 모두 나와 이 실전의 전쟁놀음을 구경하고 있는 관객이었다.


박 주현 상사와 정 하사관이 부상하나 없는 네명의 포로를 잡아 데리고 나오고, 위생병이 들것을 들고 나가 부상한 적 2명을  데리고 나오자 나머지 해병들은 적의 무기를 회수(노획)하기 시작 함으로서 상황은 일단락 되었다.

멀리 외곽에서는 보병들이 넓게 포진한채 한발 한발 우리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김 연상 여단장으로부터 대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

 

"상황 끝났습니다. 엄청난 전과 입니다."

"무기노획이 중요하다. 이번 작전은 포병 최고의 전과이다. 내가 곧 그리로 가겠다."

"알겠습니다. 필승"

솔직하게 말한다면 운이좋은 포병은 적 그림자도 못보고 귀국하는 병사도 있다. 그만큼 포병은 적과 직접교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따라서 포병의 전과는 없다는것이 전쟁사의 정설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밤 청룡포병은 적 확인사살 14명 추정사살 6명 그리고 AK소총7~8정  수류탄(세열 수류탄도 있었다) 다수 박격포 포탄, B40방아틀 1개 그리고 특이한 것은 아군이 먹는 C레이션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이상한 전쟁은 적과 아군이 군량(?)을 함께 먹어가면서 하는 병정놀이(?) 같았다. 아군이 먹는 식량과 아군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공유하면서 치루는 전쟁인 셈이다.

여단장이 참모들을 대동하고 도착했다.
만면에 웃음을 띄고 당당하게 걸어오는 여단장에 작업모에 별이 유난히 빛난다고 생각 했다.

"저 놈들 모포라도 덮어줘라"

 

여단장이 알몸으로 기습하여 공포와 추위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적 포로를 가리키며 말 했다.

"저 깟놈들 뭘 덮어줘요?"

 

새까만 일병녀석이 여단장에 말대꾸를 했어도, 여단장은 개의치 않는다.
그랬다 적은 윗몸은 옷을 벗은채 허리에 탄띠를 차고, 그 탄띠에 판초우의를 끼워놓은 모습으로 작전을 전개했었다.

대대장의 전황과 전과 보고가 끝난다음 여단장 앞에서 포로임시 심문이 있었다.

"소속은? "

 

월맹정규군 몇대대와 몇대대, 그리고 지방 게리라 몇명등, 들었으나 지금은 기억할 수 없어 안타깝다.


적 정규군 2개대대와 지방 게릴라 1개 대대병력이 호치민으로 부터 직접 격려를 받고 우리대대를 기습했다는 것이다.

"귀관들은 우리 북 베트남에 최고 정예부대다. 청룡부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들의 포병만 없앤다면 우리는 청룡부대를 전멸 시킬수 있다. 너희들은 분명히 청룡포병을 박살낼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자 가라 청룡포병을 전멸 시켜라."

호치민은 이렇게 격려하며 일일히 악수를 해줬다고 포로들은 말했다.

여단장은 대대를 떠나기전에

 

"이번 전과는 세계전사에서  포병최초의 최고전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청룡포병은  세계전사 상 최고의 전과를 올렸음을 축하한다."

 

말해 대원들의 사기를 높혀주었다. 그러나, 우리스스로 눈꼽만치라도 과장하지는 못할지라도 왜? 그 전과가 전쟁에서 흔이 있는 그저그런 전과로 축소되었는지 알수 없다.

참전 자들이 정당한 예우를 받는날 우리는 이처럼 숨겨지고 축소된 전과들을 바로 잡아야 할것이라고 생각한다. 포병이기에 우군 희생 단 한명 도 내지 않은 호이안 포병대대 기습작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지금은 그 포병대대자리, 적의 기습이 시도 되었던 7중대 앞 묘지지역에서 부터 대대진지가 있던곳 까지 전승공동 묘지가 생겼다고 들었다.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