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2)
캄란 만에 최초로 상륙한 청룡은 곡창지대인 투이호아에서 적잖은 희생을 내며, 전장에 익숙해지기 시작 했다. 어느 정도 투이호아 전선이 안정을 찾아갈 무렵 청룡은 다시 중부 산악 지대인 추라이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서 청룡은 푸옥록 전투를 비롯하여 그 유명한 짜빈동 대첩을 치루면서, 신화를 남긴 해병으로서 자존심을 되찾고, 상승무적 해병임을 세계에 과시하게 된다.
추라이는 적의 위대한 민족지도자로 추앙받는 수괴 호치민의 고향이기도 해서 그토록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역부족임을 인정한 적은 기진맥진하여, 가능하다면 청룡과의 교전을 피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야말로 청룡은 무적의 군대가 된 셈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생포된 포로들로 부터 나온 증언인데 호치민 스스로 “청룡 포병만 없으면 청룡부대를 괴멸시킬 수 있을 텐데” 라고 하소연 했다고 하니, 훗날 우리 청룡 포병은 이러한 호치민의 오매불망하던 그 염원(?) 때문에 대대적인 기습을 받게 된다.
추라이를 평정하여 미군에게 인계하고, 다시 미지의 세계로 가야만 했다. 우리 대대 앞에서 작은 가게를 하던 "렁"이라는 17,8세 된 소녀가 있었다. 가끔 부대 밖을 나가면 "렁"네 가게 에서 간단한 음료수나, 맥주를 마실수 있었다. 때로는 야한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그럴때면 이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나, 다 알아" 하고 우리 말을 해서 크게 웃곤 했는데, 그 "렁"이 우리가 이동한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울며불며 “따이한 해빙 대 가 떠나면 우리는 모두 죽는다"며 (해병대를 그렇게 발음했다.) 가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되 물어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대대 이동 준비를 마쳐 조금은 한가한 어느 날 점심식사가 끝난 오후 위병소에서 전화가 왔다.
“정보선임하사관님, 웬 월남 경찰관이 찾아왔습니다.”
“내 이름을 대고 찾는 거냐? 아니면 직책으로 찾는 거냐?” 물었더니,
둘 다라고 한다. 즉 포병대대 정보선임하사관 아무개를 찾는다는 것이다.
나는 경찰관이 찾는다는 말에 무슨 정보가 있는 가 기대하면서 탄띠에 권총만 차고 위병소로 나갔다. 내가 나가자 그는 위병소 뒤쪽으로 손짓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전 부터 안면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를 따라갔더니, 작은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 아무 말도 안하고 그의 하는 꼴을 지켜보았다.
그는 보따리에서 권총 여섯 자루를 내놓았다. 그 권총을 사라는 것이다. 내가 필요 없다고 하자 그는 손짓발짓 하면서 쌀 5자루만 주면 넘겨주겠단다. 내가 나는 이런 것 필요치 않다고 했더니, 그걸 사서 전과보고를 하게 되면 너는 영웅이 되어 훈장을 받는다며 집요하게 요구 하는 것이다. 귀찮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권총을 뽑아들고 노리쇠를 전진후퇴 시킨 다음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너 같은 놈이 있기 때문에 이 전쟁이 이렇게 지지부진 한 거야”
“당장 꺼지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어.”
내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겠지만, 내가 너무 화를 내자 그는 보따리를 다시 싸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 전쟁은 그랬다. 도대체 어느 놈이 적이고 누가 우군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의 전쟁이었고, 그 이상한 전쟁에서 죽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킬 가치가 없는 나라였고, 적어도 도와줄 가치도 없는 그런 나라였다. (내 생각에는 그랬다.)
누구 말처럼 개인적인 용병(?)이라면,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고 싶었다. 허지만 나는 해병이고 청룡이며,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지금 여기 이 전장에 서있는것이다. 그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이동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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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은 꽝남성의 남중국해 연안 투본강 근처의 작은 고 도시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중계무역도시로서 번성하기도 했었던 곳으로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중남부 지역의 가볼만한 곳 Best 5에 들 정도로 베트남 내에 유명한 관광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적은 추라이에서 대패하고 또 다른 고도시인 후예에 재집결 하여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호이안은 그 중간집결지였다.
청룡은 이 아름다운 도시를 중심으로 이후 월남의 패망으로 완전 철수 할 때까지 이 곳 호이안에 주둔하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비취빛 바다와, 그림같은 해안선, 이국의 낭만(?)이 향수를 자극한다.
이 평화로운 작고 아름다운 도시에 전운을 품은 검은 먹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총 뿌리를 겨눠야 하며, 왜? 그들을 죽여야 하는지 알수없지만, 분명한 것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것, 그것이 전쟁이라는것 뿐이다.
전장의 말단 병사에게 이데오르기를 강의 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 뿐 그것은 사치스럽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저 죽이고 죽어가는 그 전쟁에 소모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스무살 젊은 해병들은 이제 전장의 생리를 그렇게 익혀가고 있었다.
'해병은 무적이다. 청룡에게 패배란 없다. 세게의 최강 부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해병대다."
'우리는 귀신도 잡을 수 있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그렇게 세뇌(?)된다.
이미 두려움 따위는 추라이 전선에 묻어버렸다. 오직 영광스런 승리만 있다고 그렇게 믿으며 우리는 다낭항을 거쳐 호이안에 입성하게 되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대대 주둔지를 포함한 모든 지역이 황량한 모래 땅이다.
이곳에 각 부서별로 벙커를 만들고, 상황실 (FDC)을 튼튼 하게 구축 했다.
상황실 지붕(옥상)에는 높이 20m정도 되는 관망대를 설치하고, 야간정찰도 할수 있는 적외선 망원경도 배치 했다.
외곽 경비초소는 교통호를 만들면 무너져 내려서 포탄BOX에 모래를 채워서 교통호를 만들었고, 그 교통호는 초소와 초소가 연결되도록 했으며, 대대앞 개활지에는 원형 철조망을 여덟겹으로 설치하고, 조명지뢰를 묻었다.
초소의 주력 공용화기로 캐리바 30을 배치하고 초소 정면엔 크레모아도 설치했다.
주,야간 근무는 주간엔 초소병들이 전담했고, 야간엔 초소병 1명에 행정요원 1명이 함께 근무하도록 근무조를 편성했다.
각 중대별로 1초소에서 6초소 까지 만들어 외곽 경계를 완벽하게 하도록 했으니, 본부중대 1초소 좌측엔 7중대 6초소가 있고, 우측엔 본부중대 2초소가 위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부대가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호이안으로 이동해서는 연일 작업,작업의 연속이었지만 대대는 대체적으로 평온했다.
포병은 어디 까지나 지원부대이다. 포병의 임무는 우군보병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이 그 목적인 것이다.
"귀관들의 정확하고 신속한 사격으로 인하여 보병전우들의 희생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 늘 강조되고 있었다.
작업이 대충 마무리 되고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대원들의 낯선 땅에 대한 긴장도 조금은 풀어져 있었고, 남국에 휘엉청 밝은 달빛아래 향수를 달래며, 고국에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내 손을 거쳐 여단본부로 보내지는 편지가 무려 천여통이 넘을 때도 있었다.
전선의 병사는 모두가 시인이고, 모두가 문학청년이다. 한창 젊은 그들의 편지는 주옥같은 미사려구가 동원되었고, 어김없이 해병대 구라도 가미되고 있었다.
체신병이 여단에서 편지를 갖여오는 오후 에는 각중대 행정병이 S-2사무실에 진을치고, 내가 편지를 검열하여 중대별로 나눠 주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오전에 발송될 편지는 겉봉투를 붙이지 못함으로 내가 검열하고, 군사우편과 검열필 도장을 찍고 겉봉투를 풀로 붙히는 작업도 일이였다. 나의 빠른 손놀림을보고 각중대에서는 내게 우체국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러 주었다.
그렇게 평온하고 한가로운 전장의 휴식은, 그러나 그것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였다. 죽음을 가져올 전운은 점점 검은 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전장의 분위기가 몸에 밴 병사는 감각으로 곧 닥쳐올 죽음의 광란을 예감하고 있었다.
느슨하던 대대의 분위기가 팽팽하게 긴장감을 더해 가고 있을 때는 구정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전장에 병사에게 더 할수 없는 향수를 느끼게하는 구정, 설을 앞두고 있던 어느날, 아마 그무렵이었을 것이다.
여단으로 부터 정보보고가 들어 왔다. 첩보는 미확인된 정보로 쉽게 말하면 소문같은것을 취합한 상태로 아직 정보로서의 가치가 취약한 것이지만, 정보는 그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있는 것이다.
우리가 접수한 믿을 만한 정보는 북한의 군사고문단이 참전 했다는 것이었다.
아~아 이젠 이역 만리 타국에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피를 뿌리는 전장에서 직, 간접적으로 맡붙어야 하는가? 아~아 우리는 전생의 무슨 업보가 그리 많아서, 이렇게 까지, 남의나라 전쟁에서 까지, 서로 죽이지 못해 이를 갈아야 하는가?
이 정보를 뒷받침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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