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3)
포병대대 본부중대 외곽 초소전방은 확 트인 모래벌판으로 관측이 용이했고, 5중대는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나가는 국도 삼거리에서 여단본부 나가는, 도로 우측에 자리 잡았다.
5중대를 지나 조금 더 나가면 대대정문으로 들어오는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끼고 우측은 대대본부, 좌측에는 맹호 A포대(155m/m)가 위치했고, 그 전면에는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있었으며, 그 숲 너머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은 VC의 거점마을로 의심되는 지역이기도 했다.
맹호 포대 우측이 강 석진(해간28기) 대위가 중대장으로 있는 7중대 진지다.
다시 7중대 우측으로 미 해병 포대가 있었다.
7중대 전방은 군데군데 무덤 군이 있는 공동묘지가 있었고, 대체적으로 전방 관측은 용이하다고 볼 수 있었으나, 전 대대가 모래벌판위에 위치하다 보니, 도보는 물론 차량의 왕래도 무척 불편했다.
대대와 각 중대 간에 도로가 없는 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그래서 묘안을 짜낸 것이 도로를 포장(?) 하는 일이였다. 포장이라고 하면 아스팔트를 연상하겠지만, 전장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 차량의 넓이만큼 105m/m포탄탄피를 거꾸로 박아 넣는 것이다. 도로가 완성 되었다. 상상을 한번 해보시라
허허벌판 모래밭에 길 따라 누런 놋쇠를 박아 놓았으니, 마치 황금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그 길을 차량이 왕래하는 것이다.
우리 호이안 청룡 포병은 황공하게도 황금(?)도로를 활보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전장에서 호강(?) 할수 있다는것이 포병이 갖는 특혜인지도 모른다.
호이안으로 처음 이동한 직후에는, 여단본부에 가기 위해서 미 해병대에서 운용하는 LVT를 타고 다녀야 했다. 아직 도로를 완전하게 장악 한것도 아니고, 여단본부로 가는 길이 부대 쎅터 안에 들어 있기는 하나, 야간에는 어느곳에서 적이 지뢰나 부비트랲을 설치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그 도로를 따라 좌우에 우리 청룡과 미 해병 군수기지 십자성군수기지 등이 있지만 안전을 보장할수는 없었다.
어느 날 여단 정보참모실에 볼일이 있어 LVT를 타고 여단으로 가는데 인원이 많아서 일부는 안으로 타고 나를 비롯한 몇사람들은 LVT위에 앉아 가기로 했다.
물론 위에도 사낭(샌드 빽)으로 작은 엄폐물을 만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 앉아 있으면 적의 스나이핑은 피할수 있었는데, 얼마쯤 굉음을 울리며 3대의 LVT가 달리고 있는데 제일 선두 차량인 내가 탄 차량이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하늘로 솟아 올랐다.
"꽝~꽈꽈꽝 "
그 소리가 얼마나 컷는지 잠시 귀가 들리지 않았다. 위에 앉아 있던 우리들은 하늘을 날아 멀리 내동댕이 쳐졌고, 그 엄청난 힘에 의해 LVT는 그 육중한 몸을 옆으로 비스드미 뉘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나는 우선 내 몸을 확인해 보았으나, 모래바닥에 나가 떨어졌으므로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옆에 꼬나박아 자세로 쓰러진 해병도 이상이 없는것 같았고, 위에 타고 있던 해병들은 전원 무사함이 확인 되었다.
그때 LVT운전을 하던 미 해병대원과 그 안에 타고 있던 청룡들은 머리가 터져 피를 흘리거나,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은채 기울어진 차체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보병대대에서 여단으로 가던 어느 병사는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잇었는데, 아마 고막이 터진것 같았다. 부상병들을 먼저 의무대로 보내고, 다른 피해가 있나 확인해보니, LVT는 무한궤도 (카타필러)만 망가졌고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듯 했다.
대 전차 지뢰에 당했지만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그곳이 모래 땅 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후에 포병대대의 대원들을 공포(?)속으로 몰아 가는 122m/m 로켓포가 지상에 떨어져서 그 반정도만 깨져나감으로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할수 있었던것도 모래 때문이었던 것이다.
다음 날은 대대 민사참모등 민사요원들과 맹호 A포대 앞 숲으로 정찰겸 마을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가게 되었다.
주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아이들에게 줄 과자 나 초코렛 등 C레이션과 쌀을 싣고 숲 건너에 있는 마을을 방문 했다.
약 한시간이 되도록 주민들이 나와서 선물(?)을 받아 가라고 스피커로 방송을 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더니, 할머니 몇사람을 선두로 아이들과 아낙들 20여명이 나왔다.
민사대원들이 동네 아낙들에게 가져온 쌀, 등을 나누워 주면서 대민 선무작전을 하고 있는동안 나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독립마을로 일반 보통의 마을과 별다른게 없어보였다. 그러나 왜?인지 이 마을엔 전혀 남자가 보이지 않았으며, 노인과 여자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많았으며, 특히 갓난 아이 들이 제법 많은것 같다.
우리는 주민들에 최대한 친밀함을 과시하면서 은근히 부대의 위력(?)을 강조 함으로서 겁을 주고 돌아왔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마을로 지도엔 빨간 구리스 펜슬로 삼각형 깃발을 그려 넣었다.
신경 쓰이는 마을이었다. 만약 보병들이 작전중이 라면 뒤에서 저격병이 사격을 해 올 그런 마을이 틀림없다고 판단되었으나, 그렇다고 조용한 마을을 선제공격 할 수도 없는 묘한 마을이었다.
밤에 대대상황실에 근무를 나가고 있었다.
상황실로 들어가기전에 옥상에 관망대로 올라가는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던 나는 관망대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관망대에는 비교적 고참 수병들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낮에는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시원하게 확트여 인근 5중대를 비롯한우군의 진지는 물론 근처 마을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밤에는 적외선 망원경으로 제법 멀리까지 관측이 가능하여, 적의 기습따위는 사전에 충분하게 인지가 가능할 것이다.
"근무중 이상 무"
관망대에 근무한는 대원이 인사를 한다.
"응 수고 한다. 그런데 뭐 가보이냐?"
"저...아침" 월남에 온지 3개월정도 된 대원이 뭐라고 말 하려 하자 월남 고참이 옆구리를 쿡 지른다.
"괜 찮아 무슨 일인데....."
"별건 아닌데...ㅎㅎ 아침에 식사끝나고 오시면, 볼수 있을 건데...."
녀석은 실실거리기만 하고 말을 안한다. 적외선 망원경에 눈을 가져갔다.
적외선 망원경속에 나타난 풍경은 평화로웠다. 움직이는 물체는 아무것도 없었고, 멀리 개활지 저편으로 도로에 자동차 불빛이 보이곤 했다. 그 도로는 다낭에서 호이안 시내 로 통하는 길이였고, 좌우에는 민가가 있었다.
민가는 재빠른 사람들이 이동한 청룡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 가게를 벌려놓고 있었고, 학교며, 행정을 보는 행정관서 등이 있었다. 내일은 그 마을엘 나가 봐야 겠다고 생각 하며, 관망대를 내려와 상황실로 들어 갔다.
상황실에서는 작전 장교 조설현 대위가 대형 지도위에 핀을 꼽고 있었으며, 통신 병들은 예하부대에 사격 명령을 하달하고 있었다. 상황이 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 OP에서 올라온 좌표에 요란 사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병에게 물었다. "특이 사항은 없나?"
"네! 헌데 3대대 아홉중대와, 열중대 쪽에 VC들이 집결하는것 같답니다."
OP에서 관측한 바로는 3대대 쪽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2대대 쪽은?" "아직 그 쪽에서는 적정보고가 들어 온것이 없습니다."
"쿵, 쿵"
간헐적으로 들리는 아군의 포소리가 여기가 전장임을 일깨워 주었을 뿐 그것만 아니라면,그저 남국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그런 평화로운 곳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의 지옥을 준비하는 찻잔속에 고요 일뿐, 적의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는 서곡에 불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관망대엘 올라갔다.
어제밤 근무자들이 아침에 오면 무언가 보인다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궁금해 졌기 때문이었다. 아침엔 육안으로도 앞이 훤하게 보이는데 근무자들은 망원경을 통해 무엇인가 열심히 관측 (?)하고 있었다.
육안으로 전방을 바라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모래 구릉이 있는곳으로 삼삼오오 몰려 나오고 있었다.
"어~어 저거 뭐냐? 웬 사람들이야"
내가 놀라서 말 하자 낄낄 대며 망원경을 들여다 보고 있던 근무자들이 게면쩍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야 저거 뭔데 왜? 보고를 안하는 거냐?" 다시 물었다.
" 용변을 보기 위해 나오는 겁니다."
그랬다. 집안에 화장 실이 없으니, 그들은 이 넓은 모래 사장에 구릉을 찾아 용변을 해결 하고 있었고, 우리 대원들은 그 중에 젊은 여성들에게 망원렌즈의 촛점을 마추고, 눈을 즐겁게(?)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라 이 싱거운 놈들아 그러니까 아침을 먹으면 불이나게 뛰어 오는구나?"
나 또한 웃으며 내려오고 말았다. 대대앞 마을을 나갔다.
부대 이동후 그 도로 옆에 마을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낮에는 충분히 장악이 된 마을이라 대원 2명과 부대에 배속된 월남군 중사와 함께였다.
이 월남군 중사는 우리가 호이안에 들어오면서 부터 배속받아 왔는데, 탁구를 잘치고, 명랑해서 우리 대원들에게 제법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그의 안내로 촌장집에도 가서 촌장도 만나보고,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도 둘러 보았다.
앞으로 마을을 위해서 무엇을 도와 줬으면 좋겠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보며, 한나절을 보내고 귀대하려는데, 좀전에서 부터 우리를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야 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것 같다. 조심해라."
대원들에게 작은 말로 지시하고는 태연하게 밖으로 나왔다.
학교 건물을 막 돌아 나오려는데, 여선생인듯한 예쁜 아가씨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여성이 무엇인가 할말이 있다고 느껴 졌다. 그러나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으므로 저렇게 난처해 하고 있는 것 이라고 판단했다.
그녀가 서있는 쪽을 힐긋보니 뒷쪽에 화장실이 보였다.
"잠깐 나 화장실에좀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대원들에게 말하고 침착하게 천천히 여자가 있는곳으로 다가 갔다.
뒤를 돌아 보니 대원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월남군 중사와 배웅나온 학교 교사와 무슨 말인지 주고 받고 있었다.
내가 여자와 막 비켜서는 순간 여자는 내게 종이 족지를 재빠르게 건네고, 건물 모퉁이로 바쁘게 돌아가 버렸다.
화장실에 들어 갔으나 화장실이라야 앞이 확 트인 월남 특유의 재래식 이여서 칸막이가 없었고, 용변보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용변을 보는척 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부대로 돌아 왔다. 부대에 돌아온 나는 대원들을 돌려보내고 대대장실로 직접 들어갔다.
대대장은 자신의 벙커에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대대장님 께 용무있어 왔습니다."
"어! 정보? 거기 앉게." 대대장이 말 했다.
여기서 먼저 말해둘것은 내가 13개월 정보에 근무하는 동안 12명 정도의 정보장교가 교체되었다는 것이다. 즉 우리 대대의 정보장교는 발령대기자의 보직인 셈으로 일단 월남에 온 대위들이 당장의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정보장교의 보직을 받았다가 연락장교나, 중대장, 등으로 보직을 받고 나가는 것이였다.
따라서 모든 정보 업무는 내가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중요한 정보보고는 내가 직접 대대장에게 하도록 되어있었다. 정보장교 대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앞 마을에 나갔던 것에서 부터 여 선생에게서 쪽지를 받은 것 까지 상세하게 보고를 했다.
대대장은 쪽지를 받아들고, 민사장교를 불렀다.
민사장교 (김 용배? 대위) 는 쪽지를 읽고 나서 얼굴을 찡그리며, 대대장에게 말했다.
"낮설은 자들이 몇일 전부터 마을에 나타나 우리부대의 동태를 묻고 다닌다."고 합니다.
"음.....그래서?" 대대장이 다시 묻는다.
"자기의 판단으로는, 불원간 우리 대대에 어떤 형태로든지 위해를 줄 것 같고,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습일까?" 대대장이 말했다.
"......." "......."민사장교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기습이라? " 대대장은 이미 적의 기습을 위한 준비라고 판단한것 같았다.
"어느 쪽이라고 생각 하나?"
"뒷쪽 즉 맹호 방향은 아닐겁니다." 내가 말했다.
"근거는?" 대대장이 물었다.
"제가 그 마을에 나갔을 때 느낀 바로는 그 마을이 VC마을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동조세력이 있는 마을로 생각 했습니다. 만약 그 쪽으로 기습이 들어 온다면 그 마을은 없어 집니다. 그렇다면 그 마을의 주민들이 소개되어야 할텐데..... 아직"
"그러니까 정보는 아직 그 마을에 아무런 조짐이 없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건 제 생각 입니다 만 만약 기습을 한다면 7중대 6초소와 본부중대 1초소 사이로 들어 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언가?"
나는 대대장이 들여다 보고 있던 지도를 들여다 보면서 말 했다.
"보시다 싶이 7중대6초소와 본부중대1초소의 간격이 가장 넓습니다. 그 중간지점에 미군이 있습니다. 미 해병들은 외곽 경비가 없습니다. 그 부분 까지도 우리가 맏고 있습니다 만약 나라면 이 지점을 택할것입니다."
"음....일리 있어, 그럼 대비책은 생각 해 보았나?"
"우리 초소는 경기관총 30 뿐입니다. 물론 크레모아 격발 장치도 초소에 있습니다만 미군은 캐리바50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그 지점으로 올까요?"
민사장교가 말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대대장이 전령에게 말했다.
" 각 중대장을 상황실로 오라고 해"
그날밤 6중대 장을 제외한 예하 중대장들과 참모들이 상황실에 모였고, 적 기습에 대비한 대책을 숙의한 우리는 잠정적인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적은 언제 어느곳으로 올까?가 문제였다.
각 초소는 적 예상침투로에 화집점을 형성하고 물샐틈 없는 화망을 구축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디엠반에 떨어져 있는 6중대에게는 대대 외곽을 지원할수 있도록, 그러나 마을 쪽으로 포탄이 날아가지 않도록 특별지시가 내려졌다.
몇일 후 저녁무렵 육안으로 관측은 가능하지만 M1 가늠구멍으로 정조준하기는 애매한 시간 나는 본부중대 외곽 초소로 나갔다. 저녁식사를 마친 초소장들이 내게로 모여들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편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혹 자신의 편지나 가져 왔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초소병이 소리친다.
"어-어 저게 뭐야? 초소장님 저게 뭡니까?" 나는 집히는 바가 있어 재빨리 교통호로 뛰어들어갔다.
우리 본부중대 6초소와 5중대1초소 사이에 다섯개의 검은 물체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야 쌍안경 가져와, 저건 베트콩이야 빨리 사격 하라고......"
초소병이 건네주는 쌍안경을 받아들으며 소리쳤다.
"보고 하고 쏴야죠?'
이제 월남에 갓온 신병이 울먹이며 말 했다.
"야! 이 새끼야 여긴 전쟁터야"
어느 초소장이 소리 치면서 M1으로 사격하기 시작 했다.
"탕~"
초소장의 사격을 신호로6초소와 5중대 1초소에서 일제이사격을 시작했다.
총소리가 들리자 각 초소에서는 각자 사격위치에 붙어 전투태세에 들어갔고, 초소무전기에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리고 있었다.
"탕 타탕 탕 "
M1특유의 총성이 연발로 고요하던 대대진지에 길게 울리고 있었다. 이 시간 대대 상황실은 관망대의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게 긴박한 상황인듯 했으나 불과 10여분 그것 뿐이였다.
아군의 집중 사격을 받았지만 가늠구멍을 통한 정조준 사격이 아니였으므로 적을 사살할 수는 없었고, 모래 땅이라 엄폐하기 위한 작은 구덩이 쯤은 순식간에 만들수 있었으니, 적은 그렇게 꼼짝 없이 웅크리고 있다가 아군의 사격이 뜸해지자 일어나 뛰기 시작 했다.
또 한번 일제사격을 한뒤 상황 끝이였다. 사방은 이미 어두워 졌고, 각 근무자들에게는 경계철저를 당부하고 상황실로 돌아왔다.
다시 또 참모회의 가 열렸다. 이번의 참모회의는 예하중대장은 물론,수송관 보급관 통신장교 등 지원부서장들 까지 참석했다.
"정보, 보고해봐"
대대장이 나에게 명령했다.
"오늘 저녁 17:30분경 본부중대 6초소와 5중대1초소 사이로 적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인물5명이 외곽 철조망을 통과 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아군초소에서 일제 사격을 가하자 그대로 도주한 사건입니다."
"들었지? 아니 한밤중도 아닌데 이놈들이 미치지 않고야 어딜 들어오는거야? 왜? 무얼하려고?"
대대장은 참모들을 둘러보며 누구에게라고 할것 없이 되물었다. 어쩌면 자기자신에게 묻고 있는지 몰랐다.
누구하나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의견을 내 놓을수 없었다.
"아군의 경계상태를 시험한것 아니 겠습니까?"
누군가 말했다.
"그럴까? 아니야, 이건 뭔가 있어"
대대장은 혼자말 처럼 말하고 나를 쳐다본다.
할말 있으면 해보라는 듯,
"이곳은 지형이 흰 모래이기 때문에 달이 뜨면 무척 밝습니다. 적외선 망원경이 없어도 육안 관측이 용이할 정도 입니다."
"그래서?"
대대장이 짧게 물었다.
"그러나 달이 없는 밤이면 한치 앞도 구별하기 힘든 암흑천지입니다. 만약 그렇게 어두운 밤에 오늘처럼 소수의 적이 진내에 침투해서 흩어져 사격을 한다면, 아군은 즉시 혼란에 빠질 것이고, 그 때 적의 대병력이 기습을 해 온다면, 그 결과는 어떻겠습니까?"
"......." "......." "......."
모두들 침묵하고 있었다.
"그래! 그럴수 있어, 맞어! 그 말이 맞어"
대대장이 내 말에 동의 했다.
"오늘 놈들이 들어오려 한 것은 그 가능성을 확인 한거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까?"
대대장은 버릇처럼 혼자말로 말하고 대답하고 했다.
" 각 중대장이나 참모들은 잘 들어, 우리는 참호를 더 깊게 파고, 병기점검을 잘하고 어쩌고 해야 하는 보병이 아니야, 이미 우리 진지는 난공불락이야. 적에게 우리 청룡포병은 눈에 가시같은 존재지, 얼마나 없애고 싶겠어 여러가지 징후를 종합해 보면 적은 반드시 우리 대대를 기습해 올것은 100% 확실하다. 이제부터 귀관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서 현재의 벙커 지붕위에 또 다시 바리켓을 쳐라, 그리고 외곽 초소로 부터 단 한명의 적이라도 진지에 들어 왔다는 보고가 있으면 즉시 옥상으로 올라가서 움직이는 모든것에 사격을 집중한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대대장은 이렇게 말하고 좌중을 주~욱 둘러 봤다.
참모들과 각 중대장은 일제히 대답하고 각자 돌아갔다.
다음날 각 부서는 또 다시 작업이 시작 되었고, 나는 본부중대장과 외곽 초소장들과 함께 어제의 현장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여덟겹의 원형 철조망중에 네겹이 끊어져 있었고, 수류탄 한발과 철조망을 싸잡기 위한 헝겁이 남아 있었다.
공병반 대원들을 불러 철조망을 보수 하고 조명지뢰를 추가설치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또 대대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그 헤프닝성 사건이 잊어질만한, 그로부터 이주일쯤 후 밤 본부중대 외곽 초소에 근무중인 김 해병과 인사에 근무하는 이 수병은 전방을 응시 하면서 고향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이렇게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향수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전방의 조명 지뢰가 터지며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어 뭐야?"
놀란 두사람은 급히 개인화기를 집어들고 전방을 주시했다.
"에이 ㅆ~ㅂ 또 돼지 새끼야!"
"1초소 무슨 일인가?"
무전이 아닌 유선으로 물어왔다.
"아님니다. 돼지가 조명지뢰를 건드린것입니다."
"알았다. 계속 수고 해라."
"에이 이 놈의 모기...무슨 모기가 모포도 뚫어요"
"이 수병님 지난번 대구 아가씨 지금도 편지 옵니까? "
"그럼 요즘 자야 때문에 살맛난다 아이가"
그들은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 넓은 개활지 모래위에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 없었다. 때 마침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잠시후 벌어질 살육과 광란의 축제를 위한 밤은, 몸부림치고 있었다.
출처 : 천자봉쉼터, 初心(홍윤기)님 http://www.rokmcmt.com/
'★해병대 부사관 글 > 해병하사 홍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6) (0) | 2015.07.26 |
---|---|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5) (0) | 2015.07.26 |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4) (0) | 2015.07.26 |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2) (0) | 2015.07.21 |
호이안 전선의 전운(戰雲)(1) (0) | 2015.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