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5 - 아오자이

머린코341(mc341) 2015. 7. 29. 14:08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5 - 아오자이



용화작전 전투 상보를 대대 상황실에 제출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대대 본부로 갔다.


대대 상황실에 들러 전투 상보를 제출한 다음 시간이 나기에 전에 김하사관과 같이 가 보았던 대대 본부 앞 '찐'이라는 아가씨 집으로 갔다. 상점 입구에 들어서니 '찐'아가씨가 "어서 오십시오."하며 인사를 하는데 조금도 어색함이 없는 한국말이었다.


상점 내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찐'아가씨는 나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오는 해병들도 많다 보니 일일이 기억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할지도 몰랐다.


"무얼 먹겠습니까?"


상냥하고 예쁜 얼굴에 흰 이를 들어내고 웃었으며 맥주 2개를 주문한 다음 농담 삼아 말을 건넸다.


"찐 아가씨와 연애하고 싶은데."
"따이한(한국사람)하고는 연애 안 합니다."
"왜 따이한 하고 연애 안 합니까?"


'찐'아가씨가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먹고 있는데 '찐'아가씨가 한국 사람하고 연애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사이공에 친구가 있는데 학교 동창이라서 자주 편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 친구가 예뻐서 그런지 한국 사람을 알게 되어 두 사람은 연애에 빠져 서로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기를 낳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무척 부럽게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사람은 한국으로 갔습니다. 한국으로 가면서 1개월 안으로 다시 베트남에 온다고 약속을 하고서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식 한 장 없답니다. 친구는 매일 아기를 안고서 소식만 오기를 기다리면서 울고 있답니다. 나는 이런 슬픔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또렷하게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괜히 무안해졌다.

 


"미안합니다. 농담이었습니다. 맥주 좀 더 주십시오."


맥주를 마시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월남 여자들은 보기 흉하게 무언가 씹고 있어 입술이나 이가 붉게 물들어 있는데 길가에 물건 파는 아주머니가 지금도 씹고 있습니다. 흉한 것을 왜 씹고 있습니까?"


'찐' 아가씨는 한참이나 나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꼭 알아야 합니까?"
"예 알고 싶습니다."


"그럼 말씀 드리지요. 베트남이 불란서의 지배하에 있었을 무렵입니다. 그 때에는 곳곳에서 강간 사건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트랑에 까우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까우 처녀는 학식과 미모가 남보다 뛰어나 남자들은 누구나 다 까우 처녀를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불란서 병사가 까우 처녀를 납치하여 강간하려고 하자 까우 처녀는 있는 힘을 다 해서 간신히 빠져 나왔답니다.

 

불란서 병사는 까우 처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까우 처녀가 도망간 곳으로 뒤쫓아갔습니다. 까우 처녀는 더러운 네놈에게 몸을 망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면서 높은 절벽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했습니다. 곳곳에서 이러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지만 까우 처녀의 자살은 입에서 입을 통해 베트남 전역에 퍼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까우 처녀와 같은 강간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찾아낸 것이 까우 열매였습니다. 이 열매를 씹으면 이빨이나 입술이 봉선화 물들인 모양으로 붉게 물이 들어 버려 흡사 무슨 동물을 잡아먹은 모양으로 입술과 이가 추하고 흉측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강간 사건을 방지하자는 것에 베트남 여인들은 동의했고 너나 할 것 없이 다투어 가며 열매를 씹고 부터는 강간 사건이 줄어들었습니다.

 

성의 대상자가 될 만한 여자들은 누구나 열매를 씹었습니다. 열매 이름을 까우 처녀의 이름을 따서 까우 열매라 부르고 지금도 30세 이상의 여자들은 대다수가 습관이 되어 버려 아직까지도 열매를 씹고 있습니다."


'찐'아가씨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밖으로 나와 보니 40세 가량 되어 보이는 월남 여자가 수박 몇 덩어리를 앞에 두고 문제의 까우 열매를 아직도 씹고 있었다.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아가씨가 입고 있는 아오자이는 언제부터 입었습니까?"
"무엇 때문에 알려고 하십니까?"
"예 고국에 가면 월남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한국 사람에게 알려 주려고 합니다."


맥주를 더 시키고 난 다음 맥주 캔을 건네주었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이나 빤히 쳐다보다 맥주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월남 꽁가이(처녀)들이 아오자이를 입게 된 것도 역시 베트남이 60여 년 동안 불란서의 지배하에 있던 무렵이었습니다. 아오자이는 보다시피 소매가 손목까지 내려오고 긴치마처럼 된 옷이 엉덩이 밑 부분에서부터 양쪽 옆으로 트여지면서 발목까지 내려옵니다. 꽁가이들은 대부분 흰 아오자이를 많이 입고 있습니다.


아오자이를 입게 된 동기는 베트남이 불란서의 지배를 받자 불란서의 문명이 흘러 들어오고 그와 함께 불란서의 미인들이 베트남에 많이 왔습니다. 베트남의 꽁가이들은 불란서 미인들의 화려한 의상을 보고 자기네들이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도 불란서 여자들과 같이 멋있는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아오자이 입니다.

 

아오자이를 입고 난 후부터는 우리도 불란서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즐거이 아오자이를 디자인해서 입게 되었고 지금도 즐겨 입어 외출복이나 교복, 평복으로 입고 있습니다.

 


아오자이를 누구나 다 입게 되자 여기에 새로운 전설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다정한 사람과 다정히 속삭이며 데이트를 할 때면 아오자이의 뒷자락이 사랑하는 이의 허리를 감싸주어 아오자이를 사랑의 끄나풀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미래의 꿈을 꾸는 제2의 보금자리를 찾아 왔을 때 꿈의 보금자리에서 아오자이의 뒷자락을 깔아 주어 아오자이를 사랑의 방석이라고 합니다.

 

셋째는 가장 사랑하는 이와 존경하는 이의 찻잔을 바칠 때 아오자이 앞자락 위에 얹어 주어 일명 아오자이를 사랑의 쟁반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찐 아가씨, 재미있는 이야기 정말 잘 들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한번 놀러 오겠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다음 맥주값 외에 5$짜리 한 장을 더 주니 받지 않겠다는 것을 테이블 위에 던져 주고 나왔다.

 


광남 성청에서(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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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밤을 깨우는 포성 소리

짙은 어두움 속에서도

포연은 자욱하고

억제치 못할 향수만 밀려오는데

귀뚜라미 울음소리

가시 철조망 밖

개 짖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목탁소리

염불소리

아!

이토록 잠 못 이루는 밤이

또 있을까

 

선히 보이는 것 같은

부산 제3부두

익살스런 동생의 모습

따스한 체온이 아쉬운 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참말로 허전한 밤

마음은 허공에 떠돌고

뽀얀 담배 연기만이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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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지

 

심각하게

써 내려간다

고개를 갸우뚱

읽어본다

찢어버린다

 

또 쓴다

또박또박

한숨을 내쉰다

박박 찢어 버린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다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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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까이(아가씨)

 

굉장히 바쁜 걸음걸이군요

쫓기고 있기라도 하듯

하지만 당황스러워 보이지는 않아요

 

짐을 메고도

그리 빠른 걸음을 걸을 수 잇으니

역시

월남 꽁까이인가 봅니다.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