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6 - 코코아나무와 물

머린코341(mc341) 2015. 8. 1. 14:22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6 - 코코아나무와 물

 

 

 

탐키와 후예 지역에 주둔한 미군들과 월맹 정규군과의 치열한 공방전이 그치지 않고 연일 계속되어 청룡 부대의 보급물을 지원하는 헬리콥터가 대부분 탐키와 후예 지역으로 지원을 가 버렸다.


그래서 중대에는 재 보급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특히 물 때문에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대대 본부 쪽에서 헬리콥터가 뜨면 저것은 틀림없이 우리 중대에 오는 재보급 헬리콥터이겠지 하고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있으면 곧장 북 쪽으로 북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막과 열대전선이 아니고는 물의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침을 뱉어도 침조차 나노지 않았다. 목을 움켜쥐고 하늘을 쳐다보며 비라도 오기를 기다렸지만 비도 오지 않았다.


세숫물은 고사하고 한 모금의 물이라도 먹어 봤으면 하는 것이 전 중대원의 염원이었다. 자주 오던 스콜도 이상하리 만치 없었다. 태양은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욱 내려 쪼였고 갈증은 더해 갔다.


중대 진지 철조망 밖에 우물이 있었지만 V.C들이 우물 주위에 함정이나 부비트랩을 설치해 놓아 섣불리 접근 할 수도 없었다. 설사 우물까지 갔다고 해도 우물에는 V.C들이 독약을 풀어놓아 헛걸음만 할뿐이었다.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재 보급 헬리콥터만 오기를 눈이 빠져라고 기다리던 몇 일 뒤 마침내 보급 헬리콥터가 왔다. 중대 진지를 한 바퀴 돈 헬리콥터는 곧장 내렸고 중대원들은 헬리콥터가 왔다면서 아우성이었다.


5일만에 한 대의 헬리콥터가 싣고 온 식수는 중대원 1인당 수통 하나씩 밖에 배당되지 않았고 목이 마른 대원들은 순식간에 수통의 물을 비워 버렸고 갈증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대대 상황실에 보고를 한 다음 2개 소대가 우물을 찾아 중대 밖으로 나갔다.


진지 주위에 있는 우물들은 V.C들이 독을 풀어놓아 개구리와 벌레들이 죽은 채 둥둥 떠 있었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듯이 월남에는 코코아나무가 있는 곳에 물이 있다.


대원들은 코코아나무를 찾기에 정신이 없었다. 중대 진지에서 1.5Km 정도 나와서 마침내 오염되지 않은 물을 찾았다.

 



갈증에 지친 채 한방울의 물이라도 먹어 보겠다고

물통채로 입에 갖다 대지만 110고지 정상 어디에도 물은 없다.

 


섭씨 40도가 넘는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서

휴식시간이 찾아오면 팬티바람으로 지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오색찬란한 네온싸인도 없고 두꺼운 코트도 필요없다.

섭씨 40도 아래서 쓸쓸히 맥주잔을 기울이며 크리스마스를 맞고 또 보낸다.

 


크리스마스에 맥주잔을 기울이며

 

물통마다 물을 가득히 채운 다음 중대 진지로 귀대했다. 물 때문에 함정이나 부비트랩과 싸워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 사막이나 열대 전선이 아니고서는 겪어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삼 물의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

 

************************************************************

 

징글벨

 

어딜가도 따라오는 그림자

박재란의 목소리

격전지 방석인 벙커의 스피커에서

들려온다

 

젖은 셔츠는 온몸에

칙칙 휘감기고

피로와 긴장만 있었던 오늘 하루도

멀리 남지나해의 찬란한 노을과 함께 저물어 가고

 

다가오는 밤

이렇게 어둠이 몰려오면

추라이 정글은 V.C의 놀이터가 되고

또 우리는 M16 소총을 잡아야만 한다

 

고국은 지금

징글벨 소리 드높고

색색이 반짝이는 별들과

은종이 찬란하겠지

 

추라이의 밤은

기분 나쁜 조명탄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밝혀준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단 하나의 휴식처

침상에 누우니

고국의 추억들이

박재란의 노래에 실려온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

 

환상을 지우며

 

오래 전부터

단 하나 바램은

너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거였다.

애잔하고도 깊숙한 눈을 가진

너의 미소는

멀리서 여위어만 갔다

 

이제 네 환상은

아예 지워버리련다

 

슬픔을 닮아가려는

가련한 네 모습에서

서글픔을 씹어야 했다

너의 환상을 붙들고 울어야 했다

 

단 하나의 바램이던

너!

이젠

환상조차도 지워버리련다.

 

************************************************************

 

청룡의 보금자리

 

얼룩무늬 사나이들이 집결한 곳

이름하여 추라이 전선

 

그 옛날 불란서 대군이

종지부를 찍고 물러난 곳

 

호지맹의 대 신병 훈련소와

그의 누이가 지휘하는'정규군 특공대가 있는 곳

 

부비트랩이 많아

구역마다 거미줄 같은 곳

 

험난한 산악지

추라이

여기가 바로

청룡의 보금자리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