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3 - 전우애

머린코341(mc341) 2015. 7. 21. 11:35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3 - 전우애



새로운 작전명령이 중대에 떨어졌다. ANPRC-25무전기로 청취된 작전명령은 인접 중대의 탐색 작전을 엄호하는 차단 임무였다.


38고지 능선 하단부를 지나 개활지를 건넜다. 매번 지날 때마다 꺼림직 한 이 기동로는 항상 불안을 자아내게 하였다. 그렇지만 양쪽으로 가시 정글이 우거져 있어 이곳 이외는 다른 곳으로 기동할 수가 없었고 '체크 포인트A'인 마을에 진입하면서 '개인 거리 확보'전달을 하면서 'B.S 730, 877'지점으로 계속 진출했다.
 
"꽝-!"
 
갑작스러운 폭음은 기동을 멈추게 하였고 누군가 지뢰를 밟은 모양이라 생각하고 뛰어가 보니 3소대 김하사관이 정강이 밑 부분이 절단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절단된 다리는 피부에 의해 겨우 붙어 있었고 다리에선 피가 쉴사이없이 흘러나왔다. 위생하사관이 뛰어와 흐르는 피를 지혈시키고 피부에 겨우 붙어 있는 정강이 밑 부분 다리를 무릎과 같이 동여매려 하였다.
 
"위생하사관 수고스럽게 쓰지도 못할 다리를 가져가서 무엇하나."
 
김하사관은 이맛살도 찌푸리지 않고 피부에 의지하여 달려있는 정강이 아래 부분을 손으로 잡아뜯어 숲 속으로 던져 버렸다.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 행동이었다.
 
"분대원들은 잘 들어라. 이번 지뢰는 내 부주의와 실수로 밟은 것이다. 어쨌든 다른 사람은 피해가 없어 천만 다행이다. 너희들도 앞으로 조심하여 나와 같은 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고국으로 갈 수 있도록 빌겠다."
 
둘러선 누구도 말이 없었다.
 
"소대장님 미안합니다."
 
김하사관은 날아온 헬리콥터에 실려 후송되었고 마지막까지 분대원들에게 격려의 말을 주고 간 김하사관의 침착한 행동이 자랑스러웠다.
 
중대는 다시 개인 거리를 확보하면서 기동을 시작했고 차단 지역인 목표 지점까지는 먼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계속 진출하던 선두 소대가 갑자기 멈추었고 중대의 기동도 자연히 멈추게 되었다.
 
"백두산, 백두산, 여기는 지리산."
"백두산."
"지리산의 갈메기 장이다. 왜 멈추었는가?"
"기동중 V.C 발견 추격 중, 오버."
"알았다."
 
중대는 현 위치에서 경계에 들어갔고 잠시 후 백두산은 추격 중이던 V.C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는 무전을 보내왔다. 대대 상황실에 현 상황을 보고하자 대대 상황실에서는 차단 임무를 다른 중대에 맡길 것이니 동굴을 탐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 중대가 발견한 동굴 주위는 V.C들의 정보에 의하면 대규모의 V.C병력과 의료 기구를 갖춘 동굴 병원, 그리고 엄청나게 큰 약 창고가 있다는 것이다.


동굴 수색작전
 

동굴 탐색의 탐색 조로 지원한 해병은 2소대 이희철 하사관과 최원웅 하사관이었다. 중대에서 하사관 학교 동기생은 이 하사관과 최 하사관 밖에 없었다. 월남에서 우리들은 동기생의 의리를 더욱 깊게 하고 친구의 정을 나누고 있는 터였다.


그런 만큼 동굴 탐색을 지원하고 나선 둘을 그냥 모르는 척 할 수 없어 다른 해병 중에 탐색할 지원자가 있으니 너희들은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다. 그러나 나의 만류도 뿌리치고 탐색하겠다고 버티었다.
 
동굴 탐색은 누가 들어가든 재수 없으면 희생당할 수 있고 그렇다고 반드시 희생된다고는 할 수 없다. 조심해서 상황 판단만 잘하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 동굴 탐색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기생들이 만약 무슨 사고라도 당한다면....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이 하사관과 최 하사관은 어느새 탐색 준비를 끝내고 중대장에게 보고를 한 다음 굴속으로 들어갔다. 중대장을 비롯하여 중대원들과 같이 동굴 주위를 둘러서서 굴 탐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들어간지 1분도 안된 굴속에서 V.C가 튀어나와 무엇인지 던지고 도주했다.


굴을 등지고 있어서 무엇을 던졌는지 보지 못하고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 멍하니 도주하는 V.C만 보고있는데
 
"수류탄이다!"
 
중대장이 고함을 질렀고 그 순간 '툭-'하고 내가 위치한 바로 앞쪽에 떨어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류탄을 안고 넘어졌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수류탄은 폭발하지 않았고 불발인 모양이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니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날리기는 했지만 불발된 방망이 수류탄을 보자 그제야 몸이 오싹하여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수류탄을 안고 넘어지다니....


수류탄이 떨어진 주위에는 중대장과 나, 화기 소대장, 통신병 외에도 중대원들이 여럿 있었다.
 
"아니 어쩌려고?"
 
놀랜 눈빛으로 중대장이 쳐다보았다.
 
"전 아무 생각 없이 순간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도 저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고, 수류탄을 보는 순간 내 자신도 모릅니다. 만약 수류탄을 감싸지 않고 그냥 폭발했어도 중대장님이나 저나 다른 누군가가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을 겁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니까 결국 본전인 셈이죠."
 
통신병은 무전기를 든 채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또 한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셈이었다.


마음이 약간 진정되자 굴속으로 들어간 이하사관과 최하사관의 생사가 걱정되었다. 굴속으로 들어간지 1분도 못되어 그 굴속에서 V.C가 튀어 나왔으니 굴속으로 들어간 최하사관과 이하사관은 죽었단 말인가? 굴속에서 총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칼에? 아니면 생포? 아찔한 생각뿐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중대장님 이 하사관과 최 하사관이..."
 
중대장의 허락도 받기 전에 플래시를 가지고 굴속으로 들어갔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찾아야 할 것이고 부상이라면 빨리 응급치료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칠흑 같이 어두운 굴은 수직으로 3m가량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다음 L자로 뚫어져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절반쯤 내려오니 뒤편으로 한사람쯤 피할 수 있는 대피호가 파여 있어  들여다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바닥까지 내려와서 굴 앞쪽을 주시하며 귀를 기울여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바짝 긴장을 한 채 조금씩 굴속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들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플래시를 비추면서 권총을 겨누고 보니 60m/m 김하사관이 내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왔어?"
"중대장님이 작전 하사관 혼자 들어가서 염려된다고 따라 보낸 거야."
 
중대장의 고마운 배려였다. 김하사관과 합류해서 얼마 동안 계속 들어가면서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워도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조바심과 흥분은 극도에 달했고 침착 하려고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얼마쯤 들어가니 굴은 두 갈래로 갈라졌고 굴 입구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3분, 그런데 V.C가 튀어나온 것은 분명 이하사관과 최하사관이 굴속으로 들어간지 1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거리 상으로 볼 때 이 하사관과 최 하사관이 1분만에 여기까지 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사고는 분명 현 위치에서 굴 입구 사이에서 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굴 입구에서 D여기까지 세밀히 조사를 하면서 왔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김하사관을 두 갈래 길에 세워두고 굴 입구까지 조사를 했지만 역시 별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사다리 뒤편에 있는 대기 호가 마음에 걸릴 뿐, 다시 가정을 한다면

-V.C는 사다리 뒤에 대피호에 숨어있고 이, 최 하사관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V.C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두사람을 볼 수 있지만 내려오는 두사람은 뒤편에 숨어있는 V.C를 못보고 그냥 계속 굴속으로 들러간다. 그후 숨어있던 V.C는 대피호에서 나와 굴 주위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나자 수류탄을 던지고 도주한다.-



전혀 불가능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사람이 내려오면서 사다리 뒤편에 있는 V.C를 보지 못했단 말인가.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일이었다. 다시 김하사관이 있는 곳까지 갔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분명히 이, 최하사관은 사다리 뒤편에 V.C를 보지 못하고 계속 굴속으로 들어가서 지금쯤 굴 어느 곳인가 탐색을 계속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를 빌었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부상을 당했다면 핏자국이라도 있어야 할 터인데 굴 바닥은 V.C들의 출입이 잦았던지 반질반질 할 뿐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하사관을 두갈래길에 세워두고 왼쪽 굴로 들어갔다. 굴은 약 40m 정도를 들어가니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숨구멍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매번 굴 탐색 때마다 겪었지만 갈라진 곳에서 먼저 들어간 곳은 숨구멍이었다. 다시 두 갈래 지점까지 돌아가 오른쪽 굴속으로 김하사관과 조심스레 들어가기 시작했다. 들러가고 또 계속 들어가고 작업복은 이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예감이 맞는다면 무슨 소리라도 들려야 할텐데 아무런 소리도 없는 것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난 다음 '이 하사관!'하고 불렀다. '이 하사관' '이 하사관' 왕왕 거리는 메아리만 이하사관을 계속 부를 뿐 아무 응답이 없었다.
 
"이 하사관, 이 하사관!"
 
왕왕 거리는 메아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불렀다. 그때 메아리의 틈을 비집고 앞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더욱 조급해지는 마음을 애써 진정하며 조금씩 앞으로 들어갔다. 앞쪽에서 무언지 모르지만 상황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제발 이 하사관과 최 하사관이 그 상황의 주연자이기를, 그리고 무사하기를 빌 뿐이었다. 권총을 쥔 손이 떨리는 가운데 총소리가 들려오는 앞쪽으로 계속 들어가서 다시 '이 하사관' '이 하사관'하고 불으니

"누구냐?"
 
분명 최하사관의 목소리였다. 반가웠고...
 
"최 하사관!"
"누구냐?"


플래시 불빛을 비치며 이쪽을 쳐다보는 최하사관의 얼굴이 내 플래시 불빛에 보였다. '살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긴 한숨이 나오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이 하사관 옆에는 V.C가 네 활개를 뻗은 채 피를 흘리며 누워있고 이 하사관은 칼빈 1정을 손에 쥐고 웃고 있었다. 
 
"1명 사살 칼빈 1정 노획."
 
두사람에게 지금까지 상황을 설명해 주었지만 좀체 믿으려하지 않았다.
 
"좋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중대장님이 너희들 죽은 줄 알고 걱정하고 있다."
"재수 없게 죽기는 왜 죽어, 두눈이 말똥말똥 한데."
 
최 하사관은 계속 넉살을 피웠다. 김 하사관을 그곳에 세워두고 셋이서 굴 밖으로 나왔다. 중대장과 소대장이 '무사해서 반갑다'며 악수를 하고 웃었다.
 
'현재까지 상황보고 V.C 1명 사살, 칼빈 1정 노획'
 
최 하사관의 보고를 듣고 난 중대장은 V.C가 어떻게 해서 동굴에서 튀어 나왔느냐며 물었다. 동굴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해준 다음 중대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하사관이 기다리고 있는 동굴 속으로 셋이서 다시 들어갔다.
 
굴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이어지고 끝이 나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파여져 있었다. 계속 내린 비 때문인지 아니면 지형이 낮아서 그런지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았다. 지뢰와 부비트랩에 온 신경을 써 가면서 굴속 구석구석을 탐색했다.
 
60m/m 김 하사관이 부르기에 돌아다 보니 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탐색하다가 V.C계집애가 있으면 자기에게 인계하라는 거였다.
 
"뭐 하려고?"
"신경 쓰지 말고 그중 A품만 하나 인계해라."
 
기가 막혔다.
 
"야 임마 여긴 전쟁터이자 굴속이야 죽을지 살지 모르는 판국에 계집애가 뭐냐, 계집애가. 그리고 이런 곳에 있는 것들은 위안부라서 병균을 가지고 있어. 한 두여자가 많은 V.C들의 위안부 노릇을 하다보면 자연 병균 투성이야. 그것도 국제XX야, 임마, 정신차려,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간간은 사형이란 걸 몰라?"
"신경 쓸 것 없어. 끝나고 나면 꽝- 해버리면  그만 아냐."
"야 임마 아무리 전쟁터고 V.C지만 방금 섹스한 여자를 어떻게 꽝- 한단 말이야."
"굴속에 들어오기 전 굴 탐색에 작전하사관을 지원해서 들어갈 사람 없나 하고 중대장이 이야기 하기에 내가 선 듯 지원해서 온 목적이 바로 그것 때문이야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오늘 기회가 온 것 뿐이야."
"오냐 잘 해봐라. V.C여자는 커녕 V.C 남자 새끼도 한 놈 없을 것이다. 재수 없이 굴속에서 생매장 당하지 않으려거든 정신이나 똑바로 차려."
 
최 하사관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들어가고 있는데 앞쪽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탕- 탕탕-"
 
이 하사관과 V.C와의 일대 교전이 붙은 모양이었다.


"야 이 하사관, 사격하지 말고 수류탄을 사용해라. 굴이 굽어져있어 사격으로는 안 된다. 그리고 V.C의 수류탄을 조심해라."


조금 지난 후 '꽝-'하며 수류탄의 폭음이 굴을 무너뜨릴 듯이 진동하며 들려왔다. 이번 동굴 탐색에서 우린 사살 3명 생포 28명(남자 25, 여자3) AK소총 8정, 칼빈 15정, 수류탄과 장구 그리고 수많은 의약품을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V.C의 의무실같은 창고에는 한약도 있었고 상자에는 현대적인 의료 기구와 의약품이 가득히 든 채 싸여 있었다. 노획한 물건들과 생포한 V.C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뒤쪽에서 '꽝-'하는 총소리가 왕왕 거리며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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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머  니

 

얼룩 무뇌가 사라진 곳엔
피묻은
초라한 고기 자국이 남고
찢어진 얼룩무늬 속엔
전우의 가슴을 울려주는
숱한 괴로움이 있다.

 

오늘 난 들었다.
내 전우가 쓰러 지며
울부짖는
마지막 말
어-  머-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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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품

 

내 조국

대한민국!

향수에 젖어들 때

당신을 생각했고

죽음에 직면해도

당신을 불렀습니다.

 

당신의 품속에 있을 땐

즐거움에 취해

기쁨에 취해

당신을 잊었던 나

 

그러나 이제

슬픔 속에서 지쳐버린 삶

당신을 생각하며

다시 미소 짓습니다.

돌아가 당신의 품에 안겨보고 싶어

다시 일어섭니다.

 

먼 먼 이국 전선에 와서야

이렇게 넘치도록

당신의 사랑을 알았습니다.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