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부사관 글/해병하사 권동일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0 - 대혈전

머린코341(mc341) 2015. 7. 20. 16:06

베트남 정글전 실록 - 스콜(Squall) 10 - 대혈전



먼동이 틀 무렵 중대는 42고지 하단부에 집결하여 소대별로 나뉘어져 사주 경계를 하며 오늘의 작전 지시를 받았다. 전방에 보이는 700m의 개활지와 늪지대를 통과하여 숲이 우거진 마을 (CONCHIEV<2>)을 점령하는 것이 오늘의 첫 목표였다. 첫 목표 점령 후에는 제2, 제3의 목표를 향해 계속 공격, 탐색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중대 임무였다. 이때에 밀림을 제거하기 위해 상공에서 목표 지점 일대에 약품을 뿌리고 있었다.


실탄과 장비를 재정비하고 나서 공격 개시 시간이 될 때까지 휴식을 취했고 우리가 공격할 목표 지역 일대에는 포병 대대의 포 지원사격이 쉴 사이 없이 날아가 제1목표 지점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시간은 08시 10분. 우리는 08시 30분에 제1목표 지점을 향해 공격해야 한다...... 공격 준비와 충분한 휴식이 끝난 소대는 소대장으로부터 공격에 관한 세부 지시를 받았다.


"소대는 1열 횡대 대형으로 공격 대기 지점에서 개인간의 거리를 5보정도 유지하면서 배치해 있다가 포사격이 멈추어짐과 동시에 일제히 공격한다. 우리 소대의 좌측에는 1소대, 우측에는 2소대, 그리고 우리 소대 뒤에는 중대 본부가 대열을 유지하면서 동시 공격에 임한다. 공격하다가 개활지에서 멈추면 엄폐물이 없기 때문에 V.C의 먹이 감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소대장의 지시를 받고 우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돌격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가졌다. 08시 30분이 되자 푸른 스모그(신호탄)가 허공을 가르며 올라가 터졌다. 공격 신호였고 소대는 일제히 대형을 흩트리지 않고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목표 지역 일대를 쑥밭으로 만들던 포병대대의 포사격도 공격과 동시에 멈춰졌다. 소대는 개인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뛰다시피 전진했지만 개활지는 물과 늪지대로 되어있어 전진하는데 상당히 방해가 되었으나 움직일 수 있는데 까지 빠른 동작으로 공격 전진했다.


늪지대를 헤쳐가면서 제1폭포 지점을 점령


가슴까지 빠지는 늪지대를 통과했고 이제 남은 것은 500m의 개활지였다. 늪지대를 완전히 빠져나온 소대는 횡대를 유지한 채 목표 지점을 향해 계속 공격했고 순간 V.C의 자동화기와 소화기가 공격하는 우리를 향해 이곳 저곳 빗발치듯 퍼부어졌다. '핑- 핑-' 귓전을 스치며 쉴 사이 없이 총알이 지나갔다.


V.C의 저항 사격을 받고 소대는 V.C의 사격 지점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하면서 굴진으로 신속하게 계속 공격을 했다. 개활지였기 때문에 엄폐물은 전혀 없었으며 집결지에서는 중대의 60m/m박격포가 V.C의 저항하고 있는 곳곳을 향해 고 폭탄을 날려보냈다.


빗발치듯 날아오는 V.C의 사격을 계속 받으면서 일제 약진으로 사격을 하면서 돌격을 했다. '핑- 핑-'소리를 내면서 V.C의 사격은 조금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날아온 적탄에 1분대 대원이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목표 지점이 가까워지자 소대는 일제히 최대의 화력을 퍼부으면서 일제 약진하여 마을 입구까지 공격해 들어갔다. 쉴 틈 없이 퍼부어지던 V.C의 사격도 마침내 멎어졌다.


소대는 마을 깊숙이 들어가서 구석구석 탐색하기 시작했고 곳곳에는 V.C들의 시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포병 대대의 포 사격에 의해 죽은 것 이였으며 시체들은 대부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상태로 죽어 있었다. 중대의 일부는 탐색에 들어갔고 일부는 차단임에 들어갔고 마을 일대를 포위하여 탐색했으나 살아있는 V.C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죽어있는 시체들과 소, 돼지, 닭들만이 우리에서 나와 마을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가 가까이 접근하자 V.C들은 시체들을 그냥 두고 제2의 진지로 도주한 것 같았다.


제1의 식수공급원 - 야자수


헬리콥터가 왔다. 부상병들을 헬리콥터 편으로 후송시킨 다음 잠시 휴식을 취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중대는 제2목표 지점을 향해서 서서히 기동을 하였다. 늘어진 가지들은 하늘을 덮고 찌는 듯 한 날씨는 몸을 흐느적거리게 했으며 갈증까지 자아내게 했다. 계속 베어나던땀도 모두 나와 버렸는지 나오지 않고 갈증과 피로를 느끼면서 기동을 했다. 제2목표 지점 (DONG XUAN)까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진입했다.


지역 일대에 배치 받은 우리는 사주 경계를 하면서 배낭에 지고 온 C-레이션으로 점심을 먹었다. 곧 V.C와의 심한 교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후의 휴식 시간을 보냈다. 휴식을 하면서 바나나도 먹고 야자수도 따먹으면서 열매의 야자수를 수통에다 물대신 넣었다. 매 작전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야자수는 식수 공급의 중요한 열매가 되어 주었다.


훌륭한 식수공급원인 야자수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제3목표 지점 (NGHIEM QUANG)을 향해서 새로이 진출했다. 바탄강 줄기를 왼쪽으로 끼고 중대가 목표 지점을 향해 계속 기동하던 중 V.C의 자동화기와 소화기 사격을 받았다. 제3목표 지점 가까운 위치에서 조준 사격을 하다시피 퍼부어 댔다.


"따다다- 따다당- 땅 따콩-"


V.C의 첫 사격에 부상자가 생겼다. 우린 이 조준 사격을 '스나이핑(저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기동중에 V.C의 스나이핑을 받으면 80%는 꼭 부상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나이핑 한발에 전사자가 생기기도 하였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비트랩이나 지뢰가 아니고 스나이핑이었다. 부비트랩이나 지뢰는 기동중 조금만 세심하게 관찰하면 피할 수 있었으나 스나이핑은 숲속에 숨어서 기동하는 아군을 향해 정확하게 조준하여 저격하기 때문이었다.


스나이핑은 주로 아군의 지휘 본부나 밀집된 병력을 향해 날아왔다.V.C는 지휘자를 쓰러트리기 위해 통신병 주위에 있는 자를 조준하여 저격했다. 그래서 중대에서는 말단 병사에서 중대장에 이르기까지 계급 부착은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고 복장도 똑 같이했다. 스나이핑이 날아올 때는 가장 신속한 동작으로 엄폐물을 이용하여 엎드린 다음 V.C의 스나이핑 지점을 재빨리 찾아내어 제압해야 했다. 그렇지 못하고 노출되면 제2의 총구가 반듯이 노렸다.


200m의 개활지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V.C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규군들의 복장은 우리 청룡 부대의 얼룩무늬 작업복과 같아서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해 보였다. 복장과 화력으로 보아 V.C가 아니라 월맹 정규군이 틀림없었다. 정규군이 방어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곳은 빼앗겨도 이곳 바탄강만은 사수하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격전을 벌이고 있는 바탄강지역은 '호지명'(월맹군의 총사령관이자 수상)의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월맹 정규군의 유탄이 날아와 터지고 몇 십 야드(yard)씩 날아가는 방망이 수류탄이 곳곳에서 터지며 폭음을 내고있었다. 정규군의 61m/m박격포 탄도 주위에 수 없이 낙하되어 폭발 소리를 내면서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상황은 피비린내 나는 대 격전지로 변했다.'꽝- 꽝- 짜장- 꽝-' '따를륵 따르륵- 꽝-' 비오듯 날아가고 날아오고 날아온 적탄은 주위의 바나나와 나뭇가지를 줄지어 꺾어 놓았다. '와- 와-'하는 함성과 함께 개활지 건너편에서는 수십 수백 명의 정규군들이 새까맣게 붙어서 총 화력을 동원하여 우리 중대에 집중사격을 해왔다. 정규군의 화력과 개활지에 새까맣게 붙어서 쏘아대는 병력을 보아 1개 대대 병력은 되는 것 같았다. 이처럼 대규모의 집중사격을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중대는 예상밖에 엄청난 정규군의 집중사격에 다소 당황했지만 1열 횡대를 유지하면서 개활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면서 정규군과 맞교전을 했다. 정규군의 자동 화기 사격과 소화기 사격, 수류탄, 61m/m박격포는 엄청난 위력으로 변하여 중대를 향해 비오듯 퍼부어졌다. 중대는 포병 대대에 요청한 아군의 포가 정규군의 밀집한 머리 위에서 수없이 날아가 요란한 폭음 소리를 내면서 터지기 시작했다. 



'꽈광- 꽝- 꽝-꽈광-'


순식간에 정규군이 위치한 개활지 건너편은 비오듯이 쏟아 붓 는 포병 대대의 포 지원사격으로 불바다로 변했다.


거기에다 해포 무전기로 바탄강 앞바다에 위치한 군함에도 지원을 요청, 함포 사격도 경쟁하듯이 줄지어 날아와 호지명의 고향 바탄강을 뒤엎어 버릴 듯이 요란한 폭음 소리를 내면서 불바다를 만들었다.


'꽈광- 꽝- 꽝-꽈광-' 아군의 화력은 정규군에 비해 몇 배 강했으며 실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아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 정규군의 저항이 다소 주춤해진 순간을 이용하여 중대는 대검을 착검하고 개활지를 건너면서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굴진으로 굴진으로 전진 전진 또 전진, 해병대의 상륙정신아래 용감하게 돌격했다. '따르륵- 따르륵- 꽝-' 각종 화기의 요란한 사격 소리와 폭발 소리는 바탄강 일대를 뒤 엎어버릴듯이 울리면서 광상곡으로 변했다.


비오듯 날아오는 총탄들도 우리 해병을 쓰러트리지는 못했다.오직 앞으로 돌격, 그것뿐이었다. 치열한 공방전이 숨막히듯 계속 되었다. 정규군들은 최후의 발악인지 개활지 맞닿는 부분까지 나와 전면전을 하면서 저항했다. 우리들의 M16소총은 정확히 적의 심장을 꿰뚫었다. 정규군들을 향해 맹렬히 공격하는 해병들을 보니 과연 귀신 잡는 해병용사구나 싶었다.


빗발치는 총탄도 아랑 곳 없이 계속 사격을 하면서 공격을 감행했다. 여기저기서 정규군들의 수류탄이 공격하는 중대를 저지하기 위해 날아와 주위에서 터지고 자동화기 사격은 발 앞에서 줄지어 날아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꽂혔다. 중대는 실탄 속을 뚫고 개활지를 지나 숲속 입구까지 갔다. 정규군과 치열한 육박전이 전개되었다.


제3폭포 지점에 밀집한 정규군 - 아군복장과 흡사했다(쌍안경으로 촬영)


계속 밀려오는 정규군의 병력은 헤일 수 없이 많았다. 철모와 방탄복 그리고 해병대 얼룩무늬 위장복까지 입고 그들은 계속 밀려 왔다. 아군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복장이 똑 같았다. 치열한 육박전은 숨 쉴 틈 없이 계속 되었다. 3목표(NGHIEM QUANG)지역은 원래 앞서 말했듯이 호지맹의 고향이었다. 월남의 다른 곳은 다 뺏겨도 바탄강 3목표 지점만은 뺏기지 않겠다는 그들의 말처럼 최고 악종들만 모인 것 같았다.


죽음을 초월해서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정규군들의 그칠 줄 모르는 저항과, 불굴의 투지로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과의 치열한 대공방전이었다. 105m/m포는 우리가 교전하고 있는 적 후방의 퇴로를 차단하면서 계속 불바다를 만드는지 요란한 폭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적진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칠 줄 모르는 육박전이 계속 되었다. 중대의 화력과 해병 특유의 상륙전 공격정신의 기세에 반격하는 정규군은 줄어들고 그에 반해 중대원들의 기세는 더욱 맹렬해졌다. 물러설 줄 모르고 정규군들을 쓰러뜨리고 또 쓰러뜨렸다. 주위는 화염과 피비린내로 물들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규군들과의 교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B.S 745,837」지점 (CONCHIEV<2>)에 위치한 인접 중대가 대대병력 이상의 정규군에 포위되어 상황이 매우 불리하고 위급하니 즉시 공격을 중지하고 인접 중대를 지원하라는 대대상황실로부터의 무전이 왔다.


비명과 함께 퇴각하는 정규군들을 눈앞에 두고 생사를 걸고 피 흘리면서 3목표지점을 탈환하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인접 중대를 향해 갔다. 목표 탈한보다도 아군의 희생을 막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전사자와 부상병들을 데리고 인접 중대가 위치한 「B.S 745,837」지점을 행해 뛰고 또 뛰면서 갔다. 부상자들을 안고 업고 오는 대원들이 뒤로 계속 쳐졌다. 걱정이 되었다.


어둠이 짙어진 주위는 10m 앞의 물체도 관측되지 않았다. 중대는 계속 위급한 상황에 부딪혀 있는, 인접 중대가 위치한 지점을 향해 달렸다. 부상병들은 완전히 뒤로 쳐졌다. 앞에서 예광탄이 하늘을 수놓으며 줄지어 날아오르고 치열한 격전지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따따쿵-따쿵-따다쿵-꽝-' 중대는 인접 중대가 있는 격전지가 가까워지자 함성을 지르며 접근했다.


폭음소리가 들리고 예광탄이 수없이 줄지어 계속 허공을 향해 날았다. 곳곳에서 폭음소리와 함께 '딱쿵- 따르륵-' 기관총소리, 소화기소리, 고함소리, 아비규환의 소리가 눈 앞에서 전개되었다. 정규군과의 치열한 일대 육박전이었다.


인접 중대는 우리 중대의 후방을 방어하면서 우리 중대가 공격하는 목표지점에 더 이상 월맹 정규군 병력이 우리 중대의 공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맹 정규군의 1개 대대병력은 우리 중대의 공격에 대비하여 방어진지를 구축하여 대항하고 남은 1개 대대병력은 교묘히 인접 중대 가까이 접근하여 석양이 질 무렵 무섭게 일제히 공격 기습한 것이었다. 야음을 틈타 이곳의 지형을 이용, 그네들 특유의 전법으로 기습한 정규군들은 이곳 저곳 나무 위에 올라가서 저격하는가 하면 지붕 위에서도 자기들 세상인양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사격을 가해 왔다.


완전 우회한 우리 중대는 포위망을 형성하여 좁히면서 접근했다. 순간 포병대대에 요청한 조명탄이 떴다. 주위가 대낮 같이 밝아지자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총구에서 불을 뿜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오는 정규군들을 보는 대로 쓰러뜨리고 또 쓰러뜨렸다. 우리 중대의 함성은 격전지의 총송보다 뒤지지 않게 높았고 우왕좌왕하는 정규군들을 보는대로 죽였다.


나뭇가지 위에 있는 놈, 지붕 위에서 날뛰는 놈, 어느 놈 할 것 없이 죽였다. 아비규환이었다. 정규군들은 자기 동료들이 고목 쓰러지듯이 계속 쓰러지자 마침내 하나 둘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말고 뿌리째 뽑아라!"


고함을 질러댔다. 주위 일대를 차단해 가면서, 하나 둘 빠져나가는 놈들을 60m/m 박격포의 조명탄 불빛 아래서 줄지어 나는 예광탄으로 가차없이 처벌했다. 정규군의 주력부대는 우리가 차츰 접근하자 철수하기 시작했다. 포병 대대에 무전기로 연락하여 정규군의 철수로 지점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수 십 분이 흐르자 총성이 뜸해졌다. 살벌하기만 하던 주위는 이제 화약 냄새와 시체 그리고 피비린내로 가득 했다. 곳곳에서 나는 부상자들의 신음 소리는 밤의 정적을 깨고 들렸다. 인간의 애절한 부르짖음,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면서 살려달라고 손을 드는 월맹 정규군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총알뿐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따금 총소리가 들렸다.


울부짖는 전우들과 물을 달라는 부상자들을 응급 치료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여기저기 전사한 전우들이 시체와 부상자들...


중대는 포병의 조명탄 불빛 아래 신속하게 부상자를 응급치료 했다. 응급치료가 끝날무렵 헬리콥터가 왔고 부상병들을 전부 후송시켰다.


부상병들을 후송시키고 난 다음 나뭇가지를 잘라 임시 들 것을 만들어서 전사자들을 싣고 낮에 본 공동묘지를 임시 숙영지로 하기 위해 공동묘지로 향해갔다. 공동묘지에 온 중대는 전사자들을 일렬로 뉘어 놓고 그곳에서 급편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시계를 보니 바늘이 정확히 03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임시진지를 구축하고 난 다음 멍청히 앉아서 줄지어 누어있는 아군의 전사자를 들을 보았다.


 

그들은 왜 이곳에 저렇게 누워있는가. 젊디젊은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피를 흘리며 피를 뿌리며 죽어가야 한단 말인가. 나도 살아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내 만일 살아 돌아가서 저기 저 줄지어 누워있는 전사자들의 부모 형제들이 '내 자식은...,' '내 형제는 ...' 왜 돌아오지 않느냐고 물어오면 무어라 대답해야 한단 말인가. 난 그 대답을 하기 위해서 수기를 쓴다.


수기를 보게되면 이역 만리 열대의 전선에서 누구를 위하여 이렇게 피를 흘리며 산화했는가를 그 부모 형제들은 알 것이다. 그리고 전사한 전우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한다면 가정에서 일터에서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그리하여 머지 않은 날, 남북 통일이 되는 날, 그 길만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대전선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젊디젊은 나이에 용감히 싸우다 산화한 이들의 넑을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숙영지 주위의 이름 모를 벌레들이 제각기 특유의 소리로 울어대며 새로이 마음을 긴장시켰다.


그 무렵 중대에 비상이 걸렸다. 중대원 한 명이 행방불명된 것이었다. 3목표 지점을 탈환할 순간 인접중대의 지원요청으로 급히 우회전하여 철수하다 보니 육박전 중 용감히 싸우다 전사한 것이었다. 주위가 어두운 탓도 있었지만 치열한 공방전 중 급작스런 철수가 원인이었다. 아무튼 전우의 시체를 그냥 두고 왔으니 예삿일이 아니었다.


중대는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어두컴컴한 밤에 특공대를 조직하여 정규군이 득실거리고 있는 3목표지점에 있는 전우의 시체를 찾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대는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그날 따라 밤은 유난히 길기만 했다.


전우의 시신이 무사해야 될텐데….


전방 500m까지 유도시킨 105m/m포가 정확하게 폭표지점에 떨어져 굉음의 소리를 내면서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꽈꽝- 꽝꽝' 좌표 「B.S 725,812」의 지점 일대에서 땅을 뒤엎으며 폭음을 내는 포성소리와 번쩍하는 불빛을 보니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 정규군의 예상 집결지와 이동로마다 밤새는 줄 모르고 구석구석 바탄강 일대를 뒤엎어 버릴 듯이 계속 소리를 내며 터졌다.


달빛은 구름에 가려 고개를 내밀 줄 몰랐다.


제3폭포 지점을 탈환하기 위해 전차를 앞세우고 공격


인간은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가, 언제인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죽이고 때리고 부수고 하는 것이 전쟁의 전부일까. 아니면 그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이 전쟁일까. 인간은 전쟁에서 많은 것을 체험한다. 생명은 고귀한 것, 그러나 귀한 생명이 무참히 쓰러지는 것이 전쟁이다. 누구나 다 자기의 생명을 스스로 버리고 싶어하진 않는다.


모두 평화를 갈망한다. 갈망하는 평화는 그러나 저절로 굴러 들어오지 않는다. 한방의 총소리가, 또 이 한 생명의 죽음이 열 사람의 행복을 가져온다면 전쟁은 정말 불가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산화한 전우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슬픔은 더 했다. 한 놈이라도 더 죽이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지만 죽은 정규군의 숫자는 2개 중대병력을 넘을 것이라는 중대장의 말이 떠올랐다. 이따금 예광탄이 오르고 밤의 태양인 조명탄이 어둠을 밝힐 때마다 근무서는 해병은 무엇을 찾겠다고 두리번거렸다. 지금 저 해병의 눈에 적이 보였다면, 한 명이라도 포로를 생포했다면 상상하기 끔찍할 정도로 참혹하게 죽일 것이다.



철모를 베개 삼아 땅바닥에 누워 3목표지점에서 외로이 누워 있는 전우의 시신이 무사하길 기도하면서 끝없이 넓고 넓은 밤하늘을 보았다. 온갖 잡념에 잠이 오지 않아 별무리 중에서 남십자성을 찾으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중대는 어제 공격했던 제3목표 지점을 재탈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다. 인접중대의 위급한 상황만 있지 않았어도 완전 소탕이 되었을 텐데, 소탕 직전에 방향을 바꾸었던 것이 몹시 아쉽기만  했다.


기동하면서 난 시신이 무사히 있기만을 빌었다. 중대는 굳은 각오와 결의로써 불굴의 해병 정신을 가지고 목표지점을 향해 기동했다. 어제 산화한 전우들의 넔을 조금이라도 위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3목표 지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정규군을 완전 소탕하는 것일 것이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 아래 신중을 기하며 강줄기를 따라 제 3목표 지점으로 기동했다. 죽음을 초월해서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월맹 정규군 특공대와 V.C들은, 우리들의 행동을 주시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과 독특하게 질긴 악종들만 모인 정규군과의 교전을 상상하며 육박전에 대비하여 M16소총 앞에 중대전원은 대검을 착검했다.


제3폭포 지점을 탈환하기 위해 전차를 앞세우고 공격


'부릉- 부르릉- 트르륵' 전차 2대가 중대를 향해 왔다. 3목표 지점의 막강한 월맹 정규군을 제압하려면 보병부대 힘 만으론 부족하다면서 여단본부에서 전차 2대를 지원해 준 것이었다. 전차를 앞세우고 중대는 착검한 채 공격대형을 유지했다 벌써부터 105m/m포가 정규군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적진 후방 깊숙한 곳을 강타하고 있었다.


'꽝꽝-' 하는 폭음 소리와 동시에 앞서 가던 전차 2대가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정규군의 정확한 R.K..T포의 조준 사격이 전차에 명중된 것이었다. 전차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움직일 수 없는 전차는 무용지물이었다.


푸른 스모그(신호탄)가 허공을 가르며 올라갔다 공격 신호탄이 떠오르자 중대는 함성과 함께 화력을 총 집중하여 사격하면서 돌격했다. 동시에 '따르륵 따륵- 따콩- 딱콩'하면서 빗발치듯 실탄들이 날아 왔다. 날아오는 적의 실탄들을 맞이하면서 과감히 돌격했다. 굴진함녀서 최대의 화력을 적진을 향해 집중 시켰다.


중대의 60m/m박격포탄은 포구를 떠나 정규군의 화집점마다 정확히 낙하되어 정규군들이 밀집된 진지를 초토화시키면서 폭발했다. M16소총의 불빛은 연달아 일어나고 총열은 달아올랐다. 비오듯 날아오는 총탄들을 맞이하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 되었다. 끝까지 버티겠다는 정규군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공격 탈환하겠다는 해병과의 대혈전은 주위를 온통 화염과 피로 물들게 했다.


정규군들의 저항은 예상외로 강했다.


그러나 정규군들의 화력이 아무리 강해도 무적 해병정신과 우리들의 돌격 앞에서는 '바람 앞의 촛불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돌진했다. 우린 고국에서 상륙 훈련과 공격훈련을 일상 생활처럼 늘 해 왔었다. 해병 상륙정신 앞에 무명의 정규군들이 어찌 버티겠는가. 실탄들은 빗발치듯 '핑- 핑- 핑-' 소리를 내며 머리 위, 발 밑, 귓전을  스치며 날아 오고 떨어지고 여기저기 수류탄이 날아와 폭음을 내며 터졌다.


수류탄 투척 거리가 되자, 일제히 적진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꽝- 꽝-꽝-'천지를 뒤엎는 수류탄의 폭음을 들어며 정규군들의 진지까지 육박했다. 공중에서는 L19(정찰기)가 맴돌면서 정규군들이 있는 곳을 찾아 붉은 신호탄으로 정규군의 위치를 가리켜 주었다. 정규군들의 일부는 뒤쪽으로 도망갔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적들과 여기저기에서 치열한 육박전이 벌어졌다.


호지맹의 고향인 바탄강 제3폭포 지점 교통호와 숲 일대에는 마지막까지 버티던 수많은 정규군들의 시체가 곳곳에 널려 있다.


주위는 온통 정규군들의 시체로 쌓였다. 어제 죽은 V.C동료의 시체를 버려둔 채 시체들 옆에서 버티다가 산 자만이 도망가기에 바빴다. 중대는 정규군이 보이는 대로 쓰러뜨리고 쓰러뜨렸다. 패배를 시인한 적들은 도주하면서도 엄폐물에 숨어서 저항했다. 적 진지는 완전히 교통호로 연결되어 마을 깊숙이 까지 파여져 있었다.



교통호 곳곳에는 처참하게 죽은 정규군들의 시체들이 수없이 나뒹굴고 있었다. 중대의 일부는 바위와 집과 나무 그리고 교통호에 숨어서 계속 저항하는 잔류병을 소탕하는 작전에 임하고 일부는 어제 산화한 전우의 시체를 찾았다.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체를 보는 순간 눈을 감고 말았다.


상상하기조차 끔찍할 정도로 참혹했다. 온몸의 살갖이 부르르 떨렸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M16소총을 들고 끝까지 버티면서 저항하고 있는 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마을 중앙 깊숙이 들어갔다. 부서진 창 틈으로 정규군의 머리가 보였다. M16소총을 겨누는 순간 쏙 들어가 버렸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정규군들도 우리들의 공격에 죽어 가야만 했다.


M79유탄발사기 사수를 불러 앞에 보이는 창 틈으로 한 방 쏘라고 지시했다. 유탄사수는 정확하게 창문 안에서 유탄을 발사시켰다. '짱-'하는 소리가 난 후부터는 잠잠했다. 집을 엄폐물로 해서 버티는 놈은 우회해서 벌집을 만들어 버렸다. 교통호에서 고개를 내밀고 적의 움직임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꽝- 꽝-' 수류탄이 날아와 터졌다.


1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날아와서는 주위에 떨어져 터졌다. 날아오는 방향을 찾고자 고개를 내밀었다. '꽝-'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누군가 몸을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머리가 띵한 게 어딘가 한방 맞은 것 같았다.


 "분대장님 괜찮습니까?"


 분대원이 걱정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왜 쓰러졌지?"


 머리가 계속 아프고 허전했다. 철모가 없었다. 철모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니 교통호에 떨어져 있었다. 떨어져 있는 철모를 집어 든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철모 한쪽 부분이 헤어지다시피 구멍이 뚤어져 있었다. 속에 있는 하이바는 들여다봐도 이상이 없었다. 이런 것이 천운일까. 난 내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말했다.


만약 철모를 쓰지 않고 있었다면 지금쯤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겠지…. 전투 중에는 좀 거추장스러워도 철모를 꼭 써야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V.C(베트콩)들에게 얽매여 강제로 동굴생활을 하던 주민들은 우리들의 도움으로 밝은 햇빛을 보게 되었다.


 '핑-' 귓전을 스치며 실탄이 지나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놈들을 찾으라고 지시하고 교통호를 따라 계속 들어갔다. 목표지역 후방에는 아직도 105m/m포가 정규군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계속 두들기고 있었다. 중대는 목표지역 중심부까지 접근했다.
 
나뭇가지 뒤에 숨은 놈과 집 속에 숨은 놈은 M79유탄발사기로 사살하고 자동화기로 끝까지 버티는 놈은 R.K.T포로, 노출되는 놈은 M16소총으로 사살하면서 목표지역 중심부까지 왔을 때 중대본부에서 해포통신병이 행방불명이라고 야단이었다.


얼마 전 해포통신병과 교통호에서 잠깐 같이 있었던 생각이 나서 김 일병을 부르면서 해포통신병(김일병)이 있었던 교통호로 가보니 날아드는 실탄도 아랑곳없이 무전기를 등에 멘 채 코를 골면서 교통호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군화발로 엉덩이를 걷어찼다.


 "야, 임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놀라 눈을 뜨는 김일병의 뺨을 한 대 갈기자 눈을 멍하게 뜨고 바라 보았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잠이 오나!"


 김일병은 날아오는 실탄을 피해 쪼그리고 있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다고 했다.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김일병의 몸무게는 헤비급인 95Kg나 되었다. 마음이 저렇게 태평이니 살이 안찔래야 안 찔 수 있을까.


 "빨리 가봐, 중대장님이 부른다."


 김일병과 교통호를 따라 목표지역 중심지인 3목표 중심부까지 오니 중대는 잔류병까지 완전 소탕한 다음 생포한 정규군들의 포로들을 한곳으로 집결시키고 난 뒤였다.


 김일병과 막 중대장 곁으로 가는데 누구인지


 "에잇 개새끼들!"


하면서 M16소총에 대검을 착검하고 포로가 집결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는 포로들을 닥치는 대로 찌로고 또 찔렀다. 피가 바닥에 고이고 이미 죽은 포로를 계속 정신없이 찌르며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죽어라 죽어! 이 개만도 못한 짐승 같은 놈들아…."


 정신없이 날뛰었다. 소대장이 뛰어가 겨우 진정 시켰으나 전사한 전우를 못 잊어 그 해병은 계속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L19정찰기에서 보고가 왔다. 약 2개 중대 병력의 정규군들이 서에서 동으로 분주히 뒤로 빠지고 있다고 했다. L19가 불러 준 정규군 2개 중대 병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B.S 719,805」지점 일대를 105m/m 포병 대대에 알려주기가 무섭게 천지를 뒤엎는 소리와 함께 「B.S 719,805」지점은 불바다로 변했다.


바탄강 3폭포 지점을 탈환하고 월맹기의 국기대를 부러뜨린 다음 월맹기를 노획했다.


중대는 105m/m포의 요란한 폭음을 들으며 현 위치에서 급편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진지 구축이 끝나자 주위는 곧 칠흑같은 어둠에 쌓였다. 보급물을 추진할 헬리콥터가 날아왔다. 어둠 속에서 중대 진지 내에 헬리콥터 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사각으로 서서 플레시 불빛을 하늘을 향해 비추었다. 머리 위를 맴돌던 재보급 헬리콥터는 간신히 보급물을 실어다 준 뒤 날아가 버렸다.


경계를 배로 증강시킨채 헬리콥터가 실어다 준 보급물을 받았다. 피로와 허기에 지친 우리들에게 재보급 헬리콥터는 우리의 사기를 돋구어 주었다.


실탄과 C-레이션을 받고 월남에 와서 처음으로 김치를 맛보았다. 먹고 또 먹고 그 동안 못 먹었던 양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김치를 C-레이션과 함께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웬 일로 김치가 왔느냐고 묻는 중대원들에게 내일이 팔월 한가위, 추석이라 특별히 고국에서 보내온 것이라고 중대장이 말했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또 치열한 격전이 있겠지. 아니 지금 금방이라도 정규군들과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상념 속에서 정규군들의 아우성과 남국의 만월을 바라보며 고국 생각에 잠겼다.


 지금쯤은 집집마다 송편이나 인절미를 만들고 내일이면 어린아이들은 색동옷 입고 팔월 한가위를 보내겠지.

 

***************************************


말없는 전우의 넋

 

오늘도 슬프다

내일의 빛은 있다

가기는 갔다마는 못 올 곳을 갔구나

오기는 왔다마는 갈 길을 몰랐구나

 

폭음이 너를 앗았고

네가 전쟁을 보았구나

보기는 봤지마는 못 볼 것을 봤구나

웃기는 웃었다만 일그러진 미소구나

울기는 울었다만 눈물도 없구나

 

전우는 갔구나 베트남에서

가기는 갔다마는 평화의 씨는 돋으리

곱기는 곱다마는 처량한 꽃이로다

 

전우가 만져주나 말이 없구나

잠들어 말없는 전우의 넋이여

 

***************************************

 

V.C(월남 게릴라, 베트콩)

 

명상을 파괴하고

잔인한 남국의 달을 만든 너

피에 취한 너는 가는 곳마다

아비규환의 수라장을 만들었다

 

남국의 평화를 깨뜨린 너

너로 인해 전우는 산화됐고

애성의 소유자는 울부짖는다

 

너로 인해 전쟁을 체험했고

너로 인해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알았다

 

너로 인해 청룡이 왔고

청룡은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버티고 섰다

 

**************************************


바탄강

 

검고 푸르다

 

미칠 듯이 저주스런 바탄강 바탄강

수 없이 스쳐간 행로

수 없이 뺏아간 젊음

 

바탄강, 반도

이처럼 회고해 주는 설움처럼

세월은 일러 오기만 하는가...

 

바탄강 바탄강

내 너를 수 없이 미워한다

내 전우를 사랑하는 만큼...

 


출처 : 청룡부대 1대대 3중대 작전하사 권동일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스콜(Squall)" 중에서